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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Nov 25. 2021

사사롭지 않은 사사로움

차가운 아침 공기가 참 좋네요.

오늘은 차가운 아침 공기가 꽤 마음에 든다.


더운 것도, 추운 것도 그 어느 하나 녹록한 것이 없지만 이 아침에 정신이 번쩍 나게 하는 이 차가운 공기가 싫지만은 않다. 적어도 오늘은 그렇다.


가끔 나 자신이 신기하달까, 웃길 때가 있다. 바로 오늘 같은 날.

그렇게나 예민하고 까칠한 사람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웃음 짓거나 마음이 풀어지곤 한다.


오늘처럼 찬 공기가 마음에 들어서일 수도 있고, 하늘이 깨끗하고 파래서 일 수도 있다.

어떤 날은 골목길 한 구석에서 만난 고양이, 또 어떤 날은 발걸음을 멈추자마자 바뀌는 신호.


이렇게나 사사로운 순간들에 무장해제되는 마음인데, 왜 이렇게나 아등바등하고 있는 걸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데 오늘은 내 탓을 하고 싶진 않다.

이렇게나 사사로운 순간들에 무장해제되는 나를, 그렇게나 날을 세우게 만들까 왜.


힘들고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건 엄청나게 대단한 게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는 그저 깨끗하고 맑은 공기에도, 쨍하고 맑은 날씨에도 웃을 수 있던 건데.


추운 오늘의 날씨가 마냥 싫지만은 않은, 

갑작스레 생긴 아침의 30분에 위안받고 있는 이 사사로운 순간이 오늘을 살게 할 거 같다.


물론 1시간 후에도 이 마음이 남아있을지는 모르겠다. 

또 언젠가 아침 공기가 반가워질 그날은 찾아올 거니까.


사사롭지 않은 사사로움에 고마운 하루를 살아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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