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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품상회 May 21. 2019

긴장의 연속 워크숍과 회식, 신입일기 2화

눈치 안 보고 쓴 신입 일기 1화 다시 읽기


첫 워크숍과 첫 회식, 신입일기 2화


긴장의 연속, 첫 워크숍

오늘 워크숍과 회식 있는 날이다. 내가 생각한 워크숍은 하루 종일 아이디어 회의만 하거나, 회사 전체적인 목표와 일정을 공유한 뒤 먹고 즐기는 날이라고 알고 있다. 일품상회는 달랐다. 미리 주제를 던져주고, 효과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질문을 공유했다. 이번 주제는 '의사소통'으로 어떻게 하면 전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그동안 의사소통의 문제는 없었는지, 의사소통을 잘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지 등 이야기 나누는 자리였다. 워크숍 하루 전부터 당을 보충해야 한다고 사탕과 초콜릿, 과자 등의 이야기가 오고 갔다. 얼마나 빡세면 당까지 챙길까. 겁부터 났다. 시작도 전에 당이 떨어지는 기분이랄까. 


회의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말할지 심장 쫄깃. 내가 말한 게 원하는 대답이 아니면 어떻게 하지? 심장 쫄깃. 내 옆에 앉은 직원들이 내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렸을지도 모른다. 쿵쾅쿠쿠쿵쿵쿵쾅코아앙.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도록 전체적인 방향성,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작업, 언제까지 일을 완성해야 하는지 등 일을 할 때 목표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를 집어주셨다. 이렇게 배우면서 일하다 보면 어느새 훌쩍 성장한 내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술 좋아해요? 

워크숍이 끝나고 식사하러 갔다. 첫 회식. 문득 면접 볼 때 물어봤던 질문이 생각났다. "술 좋아해요?" 원래 일 끝나고 가볍게 마시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맥주 한 캔 정도 좋아한다고 했다. 언제 가장 많이 마셨는지 생각해보니 생각이 안 났다. 그 정도로 많이 마시지 않았고, 술을 많이 마시기보다 답답할 때 한 캔씩 마시며 그때마다 스트레스 풀었던 것 같다. 


이제 조금이라도 마시면 다음날 아무것도 못 한다. 거실을 기어 나와 물을 겨우 마시고 바로 쭈그려 앉아서 술 마신 걸 후회하곤 하지. 저녁까지 술냄새 나는 기분이랄까. 술 마시고 실수할 수 있으니 오늘은 수줍음 모드로 철판 깔아야겠다. 그때 이사님이 주량을 물으셨다. 동공 지진. 얼마나 마시는지 기억도 안 나고, 여기서 잘 마신다고 해야 하는지, 아니라고 해야 하는지 눈 굴리며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냥 넘어가지 않는 이사님. 결국 쏘맥으로 3천 CC까지 마셔봤다고 했다. 한때였던 과거지만. 수줍음 모드 실패. 


회식은 역시 고기지. 돼지고기인데 도토리만 먹고 자라서 소고기처럼 덜 익힌 상태지만 먹어도 된다고 한다. 이런 고기는 첨이야. 이럴 땐 술보다 고기가 먼저다. 술잔을 오른쪽으로 치우고 고기를 먹었다. 맥주를 따라줄 때마다 손바닥으로 거부의사를 밝혀야 한다. "전 고기에만 집중할게요" 옆에서 쏘맥을 제조하고 있을 때 고기를 구우며 먹을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계속 고기를 추가해가며 내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기름에 속이 느끼하면 쏘맥으로 기름기를 내려보내 주고, 다시 집게 들고 고기를 내 그릇에 옮겨 담았다. 자취해서 그런가 고기만 보면 눈이 뒤집힌다. 고기고기고기. 고기 다다다다다다! 


잔나비 노래는 못 하겠어요

회식이 끝나지 않았다. 고깃집 바로 아래 LP파에서 음향 빵빵한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셨다. 직원들은 리듬에 맞게 손을 좌우로 흔들거나 머리 흔들며 "우리 형님"을 외치고 있었다. 다들 기분 좋아 보이는 모습에서 괜히 기분 좋아진다. 간단하게 마신 뒤에 3차인 노래방에 갔다.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 노래방을 가지 않았다. 노래방 안에 있으면 숨 막히기도 하지만 박치여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이사님이 잔나비 노래를 트시면서 잔나비 노래로 첫 스타트를 끊어보라고 말씀하셨다. 


저 아직 정신줄 놓을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ㅠㅠㅠㅠㅠㅠㅠ 


언젠간 시키실 거 같은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술이라도 마시며 무의식에 맡겨야겠다. 그 사이 한 명씩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내 차례가 올까 두근거리며 그들을 보고 있는데,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촬랑거리는 머리를 자랑했고, 한 명은 스텝을 밟으며 천태만상을 불렀다. 다들 목소리 높이며 한 마음 한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노래를 어떻게 저렇게 잘 부르는 걸까. 내 노래 들으면 다시는 노래하라고 안 하실 텐데. 드디어 내게 노래 부를 순간이 왔다. 다들 잔나비 노래를 부르라고 했다. 잔나비 노래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건 우리 아기들(잔나비)만 할 수 있는데. 노래방 목록을 검색했다. 아직 안 취했는데, 내가 정신줄을 놓을 수 있을까, 넥타이를 가져와서 머리 위에 묶었어야 했나. 수많은 고민 끝에 잔나비가 아닌 자두의 김밥을 불렀다. 김밥 오랜만이네. 


끝도 없는 회식

월요일 노노

아, 얼마 만에 느껴보는 기분 좋음이냐. 분명 눈은 풀려있는데 집에 가긴 아쉬웠다. 나뿐만 아니라 이미 다들 눈이 반 이상 감겨있다. 한 명은 비틀거리며 집에 가야 한다고 외쳤지만, 정신만 집으로 간 듯했고 한 직원은 침 뱉고 있다. 내 친구도 술 취하면 침 뱉곤 하는데, 친구 생각나서 혼자 웃었다. 다들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4차까지 가야 하는 분위기였고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난 정신 깨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 "양꼬치 먹을까요?"라는 말에 정신 번쩍. 양꼬치 먹으려면 영등포로 가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말했다. 그 뒤로 기억나지 않는다. 눈 뜨니까 영등포 한 양꼬치 집에서 정체 모를 국물을 먹고 있었다. 순간이동이라는 초능력이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거기서 무슨 얘기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다만 국물이 맛있던 것만 기억난다. 집에 어떻게 왔을까. 이렇게 내 첫 회식은 순식간에 끝났다. 


첫 워크숍과 첫 회식이라 걱정이 많았다. 내 의사를 얼마나 잘 전달하는지, 회식을 통해 함께 어울릴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자리니까. 근데 쓸데없는 고민을 한 게 아닌가 싶다. 다 같이 잘 먹고, 잘 즐겼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지만 회식으로 인해 더 편해진 기분 이릴까. 당장 월요에 동료들을 어떤 모습을 볼지 모르겠지만. 이제 잘 먹고 잘 놀았으니, 일할 날만 남았다. 빨리 금요일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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