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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진원 Mar 09. 2019

반려견 포토 스팟에서 찾은 ‘로맨스’

[서울 구로] 항동철길 & 푸른수목원

건축학개론을 3번이나 봤다

남,녀간의 사랑은 낭만적인 요소들의 개입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예를 들면 ‘한여름 밤, 우산속의 로맨스’, 혹은 ‘첫 눈과 함께한 그대와의 첫 키스’ 같은 것들 말이다. 

나 또한 로맨스를 꿈꾼다. 붉게 물든 노을 아래, 철길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으며 미소 짓는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미래를 약속하는.. 하지만 현실은 개 딸래미의 목줄만이 손에 잡혀있을 뿌니고.


서울에서 포토 스팟을 찾는다면


글은 써야겠는데, 생각나는 소재는 없고, 멍 때리고 스포츠 기사를 뒤적거리던 때였다. 대낮부터 친구놈의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지난 주말, 술자리에서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를 자책하던 친구를 위로하며 “날 좋을 때 드라이브나 가자!”고 했던 나의 모습이 뇌리를 스친다. 친구놈은 오늘이 그 날이라며, 눈치 없이 반차를 쓰고 나의 공간을 침범하기 30분 전이라 통보한다.

“머리도 안돌아가던 차에 때마침 잘됐네!!”라는 생각보다 귀차니즘이 몰려온다. 위로와 격려의 말은 마음속에만 고이 간직하면 된다는 것을 왜 모를까. 이왕 이렇게 된 거,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는 마음으로 친구놈의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개 딸래미도 데려갈 수 있는 장소를 고민해본다. 

조건은 이와 같다. 하나. 장소는 멀지 않은 서울 근교여야 한다. 둘. 반려견 출입이 가능해야 한다. 셋. 스트레스 해소를 도울 탁 트인 장소여야 한다. 넷, 이왕 출타한 마당에 포토 스팟이어야 한다. 정리해보니 한 장소가 떠오른다. “그래! 낭만이 넘쳐흐르는 곳, 나의 로맨스를 북 돋아 준 ‘항동철길’로 가자!” 헌데, 사내놈 둘이서?


낭만은 됐고, 사진이나 찍자


빌라와 아파트 사이 곧게 뻗어있는 철길이 오늘의 포토 스팟 ‘항동철길’ 되시겠다. 오늘도 어김없이 로맨스를 꿈꾸는 연인들의 ‘꽁냥’대는 모습에 잠시나마 이성을 잃을 뻔 했지만.. “이런 사사로운 것에 흔들려 개 딸래미 사진을 놓칠 수는 없지!”  

계절마다 변화하는 철길 주변 풍경이야말로 항동철길만의 자랑이며, 서울에서 시골의 풍치를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라 불리는 이유다. 자연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빛이 나는 반려견의 모습을 담기에 이만한 포토 스팟이 또 있을까.


더욱이 철길과 담 하나를 두고 마주하고 있는 푸른 수목원은 산책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푸른 수목원의 24개 테마정원과 드넓은 저수지를 배경으로 걷다보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마음까지 정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제보에 따르면, 국내에 운영되는 몇몇 수목원은 반려견 입장을 금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푸른 수목원은 내부에 위치한 실내 온실만이 반려견 출입을 금하고 있다. 아쉽지만 가볍게 지나쳐주도록 하자.  


반려견과의 로맨스


친구놈은 나의 장소 선택을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아메리카노 한잔과 함께 철길을 거닐며 가졌던 사색의 시간. 마지막 피날레로 수목원에서 풍겨 나오는 피톤치드에 마음까지 정화시킨 그는 잠시나마 고민을 덜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기념이랍시고 개 딸래미와의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사내놈 둘이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으면서도, 동시에 강아지에 별 관심도 없는 친구놈의 행동에 괜시리 고마움이 느껴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 뭐, 인생에 로맨스가 따로 있나.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사는 지금의 삶 자체가 로맨스지!!!”



항동철길 & 푸른수목원

주소 : 서울 구로구 연동로 240
운영시간 : 05:00 – 22:00 연중무휴 
운동장 여부 : ✘ 
특이사항 :

주차장 : ✔

TEL : 02-268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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