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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미영 변호사 Jun 16. 2020

[변호사 언니들] 법대 언니의 아트마켓 이야기

미술품, 어디서 사야해?

prologue


너무도 오랜만에 들어온 이 공간.

코로나로 인해 삶의 루틴이 바뀌었고 그 와중에 작은 수술까지 하게 되면서 밸런스를 잃었다.

“이 모든 것들이 망할 코로나 사태만 끝나면 되돌아가겠지....”  했지만!


어쩌면....


코로나 이전의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말 새로운 환경, 새로운 시대에 적응을 할 시점.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미대 오빠와 더더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법대 언니는 미대 오빠와의 논쟁에 지쳐 버렸다. 미대 오빠와의 논쟁은 잠시 뒤로 하고, 법대 언니가 한참 빠져 있는 투자 쪽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미술품 거래, 미술품 투자


갤러리보다는 미술관을 선호하고, 눈 앞에 부를 쫓기보다 아름다움과 내재적 가치를 쫓는 미대 오빠와 달리

법대 언니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첫 월급을 받던 순간부터 온갖 투자처에 발을 들였다. 클래식하게 정기예금, 적금으로 시작을 했지만, 이 방법은 습관적 소비를 일삼는 스스로로부터 돈의 유출을 막는 수단일 뿐 투자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바로 주식 계좌를 개설했다. 직접 투자에 대한 리스크 조절을 위해 펀드도 들었다. 어디서 금 투자가 좋다길래 금 상품도 들었다. 어디서 장기적으로 곡물이나 자원 투자가 좋다길래 관련 ETF도 찾아서 투자를 했고, 비트코인 광풍이 일던 시절에는 온갖 코인을 분석하며 밤새도록 거래를 하기도 했더랜다. 에르메스 가방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한다길래 가방도 사모았... 아 이건 아닌가...


여튼 미대 오빠와 결혼을 하면서 만난 나의 시댁 가족들은 예술을 사랑하고, 미술품을 많이 수집하는 분들이셨다. 고백을 하자면 당시 나는 그림 한 점 사 본 적이 없었고, 정확히 어떤 루트로 미술품을 구매해야 하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 미대 오빠가 거실에 놓인 멋진 작품을 보면서 이야기했다.


"저게 ㅇㅇㅇ 선생님 작품인데, 저거 말고 ㅇㅇㅇ을 샀으면 돈을 많이 벌었을텐데......"


아니, 미술품을 잘 사면 돈도 벌 수 있다는 거? 투자계의 오지라퍼이자 쇼핑계의 국가대표인 법대 언니의 귀가 번쩍 뜨였다. 아름다운 미술품을 쇼핑하고 감상하다가 돈까지 벌 수 있으면 이건 뭐 최고 아닌가?


[ 법대 언니가 꾸민 셀프 백일상에도 등장하는 문제의 작품 ]



모든 투자가 그러하듯 미술품 투자 역시 제대로 큰 돈을 벌려면 작품을 보는 안목은 기본이고, 자금력도 갖추어야 하며, 투자 수익에 부과되는 세금 기타 비용을 예측해서 적절히 매도-매수를 하는 테크닉까지 갖추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전문 투자자도 아니고 거기까지는 너무 힘들다. 내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내가 충분히 즐기고 감상한 후에 훗날 그 가치가 조금이라도 오를 수 있다면 대만족이었다.


그렇다면 미술품은 어디서 사야 하는 것일까?


미술품을 작가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결국 미술품이 유통되는 주요 미술 시장으로는 갤러리(화랑), 옥션(경매회사), 아트페어 등이 있다. 통계를 보면 아트페어에서의 거래 건수가 가장 많지만, 거래 금액을 기준으로 보면 갤러리를 통한 거래의 규모가 가장 크다. 이들에 대하여 알아보자.


갤러리


흔히 갤러리라고 불리우는 화랑은 미술품 전시, 판매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장소다. 옷을 사러 옷가게에 가듯이 그림을 사러 가는 곳이 갤러리인셈. 그런데 법대 언니같은 초보, 쫄보에게는 갤러리에 대한 심리적 문턱이 이상하리만큼  높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밀폐된 공간에, 보통 사람들이 많이 없고, 조용히 앉아 있는 직원까지 있어서 저기 걸려있는 그림이, 그 작가가 궁금은 하지만 과연 문을 열고 들어가도 괜찮은지... 들어가서 그림을 사지 않아도 괜찮은 것인지... 이렇게 망설였던 순간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걱정하지 말고 당당하게 들어가서 보고 가격도 물어봐. 누가 봐도 너는 저 그림을 못 살 것 같이 생겼어"

미대 오빠의 진심어린 격려에 법대 언니는 고요한 갤러리에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가 "이거 얼마에요!"를 외치고, 그림 가격이 6억이라는 대답을 듣더라도 당황하지 않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많은 갤러리들이 전시를 중단하고, 예약제로 운영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날씨 좋은 날에 마스크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삼청동 갤러리들을 방문해보자. 대형 갤러리들이 열고 있는 수준 높은 전시도 감상하고, 작은 갤러리를 들러 신진 작가들의 풋풋한 작품도 감상해보자.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당당하게 "이거 얼마에요!"도 외치고. 의외로 갤러리들의 문턱은 높지 않다. 누가봐도 그림을 살 것 같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갤러리의 직원들은 그런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만나고, 개의치도 않는다.


갤러리들은 고객들로부터 작품을 위탁받아 매매를 하기도 하고, 특정 작가들과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그 작가의 작품을 매매하기도 한다. 갤러리마다 선호하는 작가가 다르고, 판매하는 작품의 분위기도 다르다. 그런 차이점을 찾아보며 투어를 다닌다면 훨씬 재미가 있을 것이다.


[ 삼청동 들를 때마다 방문하는 아라리오 갤러리와 국제 갤러리 ]


요즘은 갤러리들이 쫄보 법대 언니의 마음을 읽었는지, 일반인들의 방문이 쉬운 복합상업건물에 갤러리 분점을 오픈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인테리어 소품 고르듯 장보러 왔다가, 점심을 먹으러 왔다가 가볍게 들러볼 수 있는 오픈된 공간이 늘어나면서 갤러리의 문턱이 더욱더 낮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복합문화공간인 사운즈한남에 오픈한 가나아트 한남, 최근 신설된 나인원 한남에 오픈한 가나아트 나인원, 서교동 라이즈호텔 내에 개관한 아라리오갤러리 라이즈호텔 등...... 소위 힙한 핫플에 오픈한 갤러리 분점들은 보다 대중적이고 친근한 작품들을 준비하여 고객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중이다. 가볍게 들러서 마음에 드는 작품과의 만남을 기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옥션


법대 언니가 좋아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옥션 하우스의 경매 장면으로 시작된다. 단상 위에서 카리스마 있게 경매를 진행하는 경매사, 조용히 앉아서 번호표를 들며 응찰하는 사람들, 바쁘게 전화 응찰을 받는 직원들, 땅땅땅 봉을 두들기며 낙찰을 알리는 경매사의 모습은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전통적인 미술품 경매의 모습이다.


고가의 미술품에 대한 경매는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근래에는 온라인 경매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미술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고 아트 컬렉터들이 경매를 통한 고가의 미술품 낙찰을 꺼리면서(경매를 통해 고가의 미술품을 낙찰받은 대상에 대하여 세무조사가 종종 이루어지곤 했다), 옥션 하우스들도 전통적인 경매의 방식보다는,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 세일을 통해 (갤러리와 유사한 방식으로) 미술품을 매매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참고로 법대 언니는 경매에 참가하여 미술품을 구매해본 적이 없다. 다만, 미술품 거래에 앞서 관심 있는 작품의 시세를 체크하기 위해 경매 낙찰 레코드를 꼭 확인해본다. 동일 작가의 비슷한 시대의, 비슷한 크기의 작품이 어느 정도 가격으로 낙찰되었는지, 그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인지 아니면 상승하는 추세인지를 경매 기록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작품을 구매할 때 경매 낙찰 레코드가 있는 작품이라면 적어도 가품 논란이 있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해당 작품이 경매에서 낙찰된 히스토리가 있는지 여부도 보는 편이다(다만, 낙찰 히스토리가 있을 경우 향후 가격 상승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들어는 보았다).


국내 옥션 하우스의 양대 산맥은 서울옥션(https://www.seoulauction.com/)과 K 옥션(http://www.k-auction.com/)이다. 미술 시장은 좀처럼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두 옥션 하우스들은 적극적인 방법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중이다. 서울옥션은 최근 세계적인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Jean-Michel Wilmotte)가 설계한 서울옥션 강남센터를 오픈했고, 대중친화적인 작품과 보석, 아트토이, 디자인 가구 등의 온라인 경매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옥션 블루(https://www.auctionblue.com/index)도 설립했다. 케이옥션 역시 온라인 경매를 강화하고,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경매의 다양화, 다각화를 꾀하는 중이다. 위 옥션 하우스들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그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옥션 하우스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을 보는 눈을 높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감각적인 서울옥션 블루의 홈페이지


근래 고가 작품에 대한 경매 낙찰율은 하락하는 추세이지만, 온라인 경매의 열기는 여전하고 전체적인 거래의 규모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옥션 하우스들이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경매에 참여하여 득템을 하는 경험도 해보기를 권한다.



개인적으로 미대 언니가 가장 좋아하는 미술 시장은 아트페어다. 아트페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을 통해 자세히 이야기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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