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티 교육에서 글을 쓰게 하는 이유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며 오늘 내 안에 들었던 질문과 생각을 무엇이었는지, 가끔은 답을 찾은 듯 번뜩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체된 정서들과 생각들을 글로 적는다. 왜 우리는 글을 쓰고 싶어 할까?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표현하고 나를 알아가고자 하는 욕구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며 서로를 알아가는데, 글은 나와 소통하며 나를 알아가는 방법인 것이다. 필자는 억지로 매일 일기를 쓰던 초등학교 졸업 이후, 중학교 3학년이 되어 처음으로 자발적인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가 사춘기를 지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아가던 시점이었다. 그리 가치관이 점점 형성되면서 삶의 사건들이 글에 등장했다. 문제의식을 느끼고, 가치판단이 가능해지면서 그날의 깨달음과 교훈이 일기장에 쌓여 한 주 혹은 한 달의 고무된 의미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알아가는 것을 넘어서서 삶의 의미를 생산한다. 지금 내가 처한 환경에서 비롯된 문제의식과 이를 대처하는 나를 돌아보고 세상을 바라보면서 생겨난 생각들을 적는다는 것은 교훈과 의미가 된다. 즉 글을 쓰는 것은 지금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이다. 안타깝게도 요즘의 고등학생들은 일기보다 스터디 플래너를 적는 일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래너 군데군데에 적힌 자기 생각들은 어쩌면 그들 자신을 위로하는 일이며 지금의 행동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당장 또 내일을 살아갈 힘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로티가 활용하는 교육적 장치는 바로 글이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진 학생들이 캠프에 와서 프로그램별로 정해져 있는 종이를 가지고 각자가 편한 자리로 간다.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곰곰이 생각한다.
로티의 프로그램 중 하나는 ‘내 삶의 진주를 찾아라’이다. 조개가 거친 파도와 날카로운 모래알로 인해 귀하고 고운 진주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내 삶의 부정적인 사건이나 요소를 성장의 과정으로 바라보면서 진주를 발견한다. 외부의 환경이나 내 안의 요소들을 통해 내가 무엇을 깨닫게 되었는지 로티는 단지 ‘성장’이라는 관점을 제시해주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한다.
또 다른 프로그램은 ‘My History’이다. 이 시간은 자신의 역사, 즉 과거 경험을 돌아보면서 가장 내가 자랑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려 당시 내가 추구했던 가치가 무엇인지 찾아보는 시간이다. 내 안에 숨겨있던 중요한 가치를 확인하고, 그 가치를 실현할 때 가장 나답고 행복할 수 있는 나를 발견한다.
포스코 캠프 2기 친구들을 만나면서 어떤 친구는 거짓 없는 자신의 정직한 모습으로부터 자기다움을 느끼고, 어떤 친구는 최선을 다해 대회를 준비하면서 ‘책임감’을 중요한 가치로 설정하는 모습을 보았다. 또 다른 친구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단짝에게 수학을 배웠는데, 이때 ‘우정’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느끼게 되었고 ‘나다움’을 경험했다고 한다.
학생들의 내적 성찰과 자신만의 가치관을 발견하는 놀라운 통찰력은 감동이었다. 단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것뿐인데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들을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교훈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로티는 여기서 ‘로티다움’을 느낀다. 로티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글을 쓰는 환경과 관점을 제시해준 것뿐이지만 아이들이 삶에서 의미를 찾아가게 될 때 가장 기쁘며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 삶에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쉽게 풀리지 않는 난제들이 삶에 등장할 때 당장 주변의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종이와 펜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해 나갈 때 개개인의 특별한 의미들이 만들어진다. 결코 주입된 가치나 타인의 생각이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내지 않으며 외부를 향한 통찰력과 내적 성찰이 ‘진짜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글을 통한 효과를 발견하는 사람은 특히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하기에 마음의 문이 열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혹은 내향적인 성격으로 생각을 다 정리하고 말해야 하는 친구들에게 글의 힘은 더욱 대단하다. 그 후에 자신이 발견한 의미를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면 그 의미가 삶에 더욱 각인되며 또 타인의 생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래서 로티는 글을 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