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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영제 Jul 18. 2019

서울을 떠난다면 무엇이 그리울까

서울살이는 

어떻게 살다보니 서울살이 14년차가 되었다. 어른이 되고난 후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낸 셈. 늘 아침에 일어나면서 생각한다. 오늘 서울살이에 하루를 더 보태는 구나. 밤에 잠이 들면서 늘 생각한다. 나는 언제까지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어떤 것도 정해진 게 없는 날들. 어느 가수는 서울살이를 이야기하며 '결국엔 어려워서 계속 이렇게 울다가 웃겠지'라고 했는데, 이렇게 울다가 웃다가 하는 삶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생각하면 그저 막막해진다. 인생이란 선택의 연속이고 어디에서 살지, 언제까지 살지 결국엔 선택을 해야할텐데 하루하루 그 결정을 미루고 있는게 요즘의 삶이다. 서울에 직장이 있으면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그 직장이 사라져버리면? 그렇다고 고향에 돌아가는 건 말이 되는걸까? 가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제 3의 장소에서 사는 건 어떨까?  이런 생각들을 하는 건 내 생활에 책임감이 없어서 그런걸까? 이래서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걸까? 삶에 책임져야 할 요소들을 하나씩 하나씩 만들면서 행복해하거나, 혹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걸까? 서울에 와서 만난 사람들, 서울에서 시작한 일들, 서울에서 하고 있는 생활은 내가 책임져야 할 것들일까?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사라져버린대도 사실 상관은 없을텐데. 어딘가에 매달려는 있지만 물결에, 바람에 늘 흔들리는 부표같은 나의 삶. 이런 삶이 자유롭고 행복하다가도 가끔은 나를 고정시켜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 사실은 정말 잘 모르겠다. 

만약 서울을 떠난다면 무엇이 그리울까. 서울사람이 아닌 동료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따릉이를 타고 스치는 한강일거라고 했다. 서울보다는 작지만 광역시 출신인데도 이정도로 크고 넓은 강과 강변은 본 적이 없다고. 최근 잠시 서울을 떠나 있었는데, 한강의 햇살과 바람과 따릉이의 흔들림과 여기저기 여유롭게 앉아서 현재를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같은 것들이 많이 생각났다고. 자기한테는 이런 게 서울이라고 했다. 한 지인은 서울의 번화함이 그리울 것 같다고 했다. 서울은 잠들지 않는 도시라고. 지방의 소도시에서 나고 자라고 대학까지 다녀서 자신에게 밤이란 늘 검은 색이었는데, 서울에서 처음으로 밤이 총천연색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자기에겐 고향의 하늘에서 보던 별빛보다, 밤에도 반짝이는 다리들의 조명이 더 아름답다고 했다. 또 어떤 이는 서울에서 만난 이들이라고 했다. 고향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울에 와서도 계속 연락을 하고 만나게 되는데,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울을 떠나면 계속 연락을 할지 잘 모르겠다고. 고향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고, 서울은 어른이 되어 사는 곳이라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은 필요가 사라지거나 자주 만날 수 없게 되면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 같다며 아 이건 서울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네요, 라고 말했다. 

나는 서울을 떠나게 되면 무엇이 그리울까. 14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나는 서울에 무엇을 만들었을까. 얼마나 내 발자국을 찍었을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얼마나 많이 웃고 얼마나 많이 울었을까. 어쩌면 가장 그리울 것은 그냥 서울에서의 나, 일지도 모르겠다. 한없이 고민하고 행복하고 즐겁고 슬프고 괴로웠던 서울에서의 시간들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서울살이는 서울에서 만나고 알게 되고 경험한 모든 것들이기 때문에. 그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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