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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영제 Jul 05. 2019

시계의 태엽을 감는다는 건

어떤 무엇에 대하여 

이 시계는 재작년 11월 파리의 방브 벼룩시장에서 샀습니다. 파리에 가기 전부터 꼭 벼룩시장에서 시계를 사고 싶었습니다. 저는 여행지에서 의미가 있는 물건을 만들어 오는 걸 좋아하거든요. 시계 프레임은 동그랗고 줄은 가죽이었으면 했어요. 가격은 10유로였고, 주인은 이 시계가  태엽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바디랭귀지로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날은 시계가 움직였던 것 같은데 한국에 돌아오니 태엽을 감아도 바늘이 돌지 않았습니다. 아, 여행의 시간이 멈췄구나 싶었죠. 시계가 멈춘 채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에 회사를 그만뒀고, 이사를 했고, 수술도 했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고, 또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살았죠. 시계를 고친 건 8월이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마냥 백수로 놀다보니 시간을 관리해야겠다 싶기도 했고, 뭔가 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시계를 고치는데는 5만원이 들었습니다. 태엽도 고쳐야 하고 시계 자체도 고장나서 시간도 일주일이나 걸렸습니다. 그렇게 시계를 고치고 받아오는데, 시계바늘이 움직이는 느낌이 참 새롭더군요. 이 시계의 시간은 멈춰있었는데 또 나의 시간은 흘렀다는 것이요. 태엽으로 도는 시계라 아침에 일어나면 태엽을 감아야 합니다. 시계는 어제 멈춘 시간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계가 흐르지 않는 동안의 시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이런 무의미한 생각을 하며 시계를 맞추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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