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영제 Jul 05. 2019

그 여름의 카페

어떤 무엇에 대하여 

그 여름에 저는 그 카페에 자주 앉아있곤 했습니다. 골목에 숨어 있어 쉽게  찾기 힘든 곳이어서 손님은 보통 저 혼자 뿐. 평일에는 더 말할 것도 없었지요. 그곳에서 시원한 커피를 한 잔 시켜 야외 테이블의 의자에 앉아 여름 풍경을 바라봤습니다. 키가 무척이나 큰 은행나무가 있었고 담벼락이 있었고 감나무엔 푸른 감이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의자에서 책을 읽고 하늘을 보고 휴대폰을 보고 때론 짧은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고민이 많아 밤을 자주 새었는데 그래서인지 아니면 그 카페가 편해서였을까요. 그 여름은 유난히 더워서 커피 안의 굵은 얼음들이 쉽게 녹았습니다. 다정스런 카페의 주인들은 시원한 물을 가져다 주거나 새로 만든 메뉴를 맛보라고 하거나 얼음을 한 컵 새로 주기도 하였지요. 하나 밖에 없는 선풍기가 하염없이 돌아가는 중에도 오후가 되면 가끔 시원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은행나무와 건물 사이의 하늘은 환상적인 색으로 물들며 하루의 끝을 준비하곤 했습니다. 그 여름에 저는 그 카페에 자주 앉아있곤 했습니다. 가을 바람이 불고 노을이 짙어지고  그렇게 그 여름이 끝날 때까지요. 

작가의 이전글 시계의 태엽을 감는다는 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