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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 Jun 27. 2019

발리에서 죽음이라니...

죽음을 두려워하는 나의 솔직한 일기


첫 발리 여행, 비행기 티켓과 이틀 전 예약한  호텔 리조트 바우처로 시작되었다.

무계획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될  지나친 일정속에서 겨우 일주일 전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 그리고 홍콩 출장 중에 발리에서 지낼 호텔 리조트를 예약했다.


왜 이렇게 급했을까?


몇 달 전부터 출장 시기 맞추어 휴가 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난 6개월 참 가득 차게 보냈다.


'내일 죽을 것처럼 열심히' 살았다


휴가를 가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건 불편하게 느껴졌다. 혼자가는 여행이 아니었기에, 마지막까지 일정 체크가 필요했다. 매일 짜인 스케줄과 계획 속에서 성취감과 보람도 있지만 또 다른 계획이라니... 그러면서 내 몸은 점점 쇠약해짐을 보며 휴가는 필수였다.



잦은 야근, 불규칙한 잠 습관과 식습관, 그리고 턱없이 부족한 수면시간. 무엇을 위해 정말 '내일 죽을 것처럼' 산 것일까



주위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이러다 쓰러지겠다'

'하고 싶은 것 많아서 좋겠다'

'진짜 부지런하다'



그러나 사실,

머릿속엔  '이러다 죽겠다'라는 말이 계속 떠올랐다. 우선순위가 잘못된 건가?, 통계가 잘못된 건가?, 이건 성장통일까? 많은 물음표가 있었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기쁨에 계속 나의 물음을 무시했다. 리고 물음을 답변하는 여유도 없었다.



무계획 발리 여행에  딱 한 가지 계획이 있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실질적 조언> 읽고 서평 쓰기. 간일만 기다리며 정말 기대했었다. 출간일 당일 급하게 한 권을 구매해 다음날 비행기에 올라탔다




저항

엄마와 단둘이 가는 첫 발리 여행이라 설레었다. 그냥 같이 시간 보내고 휴식 취하는 것 자체가 좋았다. 겨우 '죽겠다'라는 생각과 말버릇에서 벗어났는데,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실질적 조언>을 펼치기 싫었다. 저항하고 싶었다.


발리에서 죽음이라니...


저자는 "우리 삶의 중심엔 늘 내일이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라고 한다. (P.24)

난 절대 내일 죽지 않을 사람인 마냥 '죽음'을 철저히 거부했다. 죽음을 두려운 존재이자, 존재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으로 여겼다.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해 내 삶에 감사하면 갑자기 죽음이 와도 두렵지 알고 후회 안 할 것이 생각했다. 나의 죽음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다는 상상은 하는 순간에도 소름끼치고 무서웠다.


난 그렇게 죽음이 무서웠다.



죽음을 악착같이 생각한들 죽음이 덜 두렵나? 죽음을 없앨 수 있나? 런 생각에 책 펼치기가 싫었다.


틈틈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죽음에 관한 생각과 일상생활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삶을 계획되로 살려고, 여행을 계획되고 보내려는 이 모든 생각과 행동들이 실 난 죽음을 려움을 넘어 무시했다.


사람들은 흔히 만성적 불안과 싸우려 하기보다는 아예 무시하려 든다 (p.54)


죽음을 두려워하고 무시하려던 나에게 큰 도움이 된 책이다.

이 책에서는 개개인의 죽음을 대비하는 그리고 타인의 죽음을 존중하며 대비할 수 있는 조언을 준다.


죽음의 방법이나 위로 보다, 죽음을 죽음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을 통해 완전히 죽음의 두려움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발리 바닷가에서 죽음에 관해 느끼고 생각하고 적으면서, 죽음을 온전히 죽음으로 보는 경험을 늘렸다고 생각한다. 천천히 알아가도 괜찮다.



책을 덮으며 죽을 듯이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죽음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을 온전히 삶으로 볼 수 있도록.



발리에서 죽음이라니... 꽤 괜찮네. 오늘이 지금이 순간을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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