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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귄들의우상 Sep 26. 2021

[UFC 266볼카노프스키 vs 오르테가 리뷰]

페더급 타이틀전이자 2021년 최고 명경기

  볼카노프스키 캠프의 코로나 19 양성판정으로 한차례 미뤄졌던 페더급 타이틀전이 방금 막 끝났다. 사실 오르테가는 정찬성 선수를 거의 경기 내내 지배했던 선수였고, 2년간의 공백이 끝나고 나타났을 때 확실한 실력 상승을 보여주는 바람에 무의식 중에 오르테가가 볼카노프스키를 이길 것이다 라는 생각이 있었다. 수많은 격투 유투버들도 그랬고, 특히 어떤 유투버 하나는 볼카가 오르테가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얘기까지 수차례 하고 다녔었다.


경기는 180도 달랐다.


  SPOTV 정기 결제를 안해둔걸 잊고 부랴부랴 하고 들어가니 이미 시작한지 1분이 지난 뒤였다. 분명 오르테가가 리치도, 키도 더 긴데도 불구하고 타격이 볼카에게 얹히지가 않았다. 잽이 몇 개 들어갔지만, 그마저도 흘리면서 맞았고, 로우킥은 거리를 아예 내주지도 않더라. 극강의 주짓떼로인 오르테가, 극강의 레슬러인 볼카의 대결이었기에 화려한 그래플링 싸움을 생각했는데, 둘다 너무 그래플링 강자라 그런지 오히려 깔끔한 킥복싱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볼카는 보면서 정말 미스테리했다. 다리도 짧고, 팔도 짧은데, 그리고 스텝 인앤 아웃도 그렇게 많이 하는것 같지가 않은데, 치는 족족 다 맞는다. 카프킥을 차는 족족 거의 맞춰서 오르테가의 가장 큰 무기인 레벨 체인지(스위치)가 통할 수가 없었다. 오르테가가 초반 라운드에는 거의 5초에 한번씩 스위칭을 하다가, 오소독스 자세에서 카프킥을 너무 많이 맞으니 그 뒤로는 사우스포에 거의 머물러 있더라.


  2라운드가 지나면서부터는, 오르테가의 왼발이 거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스텝을 밟을 때도 왼발이 끌려가는게 보일 정도였고, 육안으로 붉게 물든 무릎을   있었다. 카프킥은 표재비골신경(superficial peroneal nerve) 노리는 공격이다. 해당 신경은 무릎 주변부에 노출되어 있어 킥으로 마비되면 발목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땅을 제대로 짚을 수가 없다. 코너 맥그리거가 더스틴 포이리에에게 당한 것과 같은 이유다. 아무튼 오르테가는 2,3라운드 내내 스텝도 못밟고, 스위칭도 안되고, 펀치 거리는  읽혔고, 카운터는 맞아주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졌고 결국 안면을 너무 맞아서 출혈이 심하게 났다. 코피가 나면서 호흡도 불편해졌고, 눈을 맞아서 아마 복시까지 생겼을 것이다.(주심 허브 딘이 라운드 끝난 뒤마다 손가락 개수를 확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오르테가가 자꾸  소리를 하는 장면이 찍힌다.)


  그래서 '아 3라운드도 그냥 이렇게 맞다가 끝나겠구나.' 하던 찰나에, 오르테가가 킥캐치 이후에 번개같은 길로틴 초크를 만들어낸다. 그립이 제대로 들어갔고, 오르테가 입장에서는 끝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였기에 온 힘을 다하는게 보였는데, 볼카는 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그 상태로 버티더니 결국 풀어낸다. 이후 이어진 다스 초크, 트라이앵글까지 모조리 풀어내며 파운딩이나 더 꽂고 라운드가 종료된다.


  이어서 무리하게 서브미션을 시도했던 오르테가는 체력적으로 훨씬 상황이 안좋아졌고, 볼카는 계속해서 입식 타격을 지속한다. 4라운드 중반, 또 오르테가가 서브미션을 시도하지만 케이지에 걸려 실패하고, 결국 3라운드와 같이 파운딩을 맞다가 끝난다. 솔직히 이쯤되면서, '아 이건 닥터스탑이거나, 레프리 스탑이거나, KO거나 셋 중에 하나겠다.' 싶었는데, 이걸 계속 버티더라. 보면서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5라운드, 한번 더 테이크 다운을 시도했지만 이번엔 볼카가 받아주지 않았고, 의외로 정상적인 난타전을 벌이다가 결국 라운드 종이 울리고 마무리된다. 개인적으로, 볼카가 5라운드에 의외로 많이 맞은것 같아서 어차피 이긴 싸움이니 집중력이 좀 흐트러진게 아닌가 싶긴하다.


  경기가 끝나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 과연 정찬성이 지금 챔피언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페더급 최고의 카운터 잡이에 노기 그래플링까지, MMA 스탯이 골고루 높은 정찬성은 상성상 스위칭 타격에 의존했던 오르테가 보다는 볼카노프스키에 잘 싸울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오늘 보여준 볼카의 모습은 챔피언의 어나더 레벨이었다.


  볼카노프스키의 맷집, 카디오, 킥복싱, 그래플링 방어와 오르테가의 맷집, 정신력, 주짓수가 화려하게 어우러져 5라운드 총 25분간의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명경기였다. 꼭 다들 하이라이트말고 풀경기로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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