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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귄들의우상 Mar 12. 2022

대학병원 폴리클 생존기(1)

홍도와 윤복이는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다.

어제도 2시간잤고, 오늘도 2시간 잘 예정이고, 내일은 30분 자면 다 할 수 있겠다.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앉아서 공부만 하던 본과 1,2학년이 지나고 이제 본과3학년(5학년)이 된지 3달째, 이젠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서있는다. 무슨 놈의 인생이 이렇게 정도껏이라는게 없는건가.


작년 12월 본과2학년의 종강과 함께 다들 들뜬 마음으로 1월에 있는 화이트 코트 세리머니를 기다렸다. 고작 흰색 가운인데 뭐 이렇게 입기가 어려운건지 하는 마음으로 옷을 입고 사진만 2시간 가까이 찍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들 의사 '흉내'를 낼 수 있다는 것에 설레고 있었고, 인스타는 한 일주일간 흰색으로 뒤덮였다. 하지만 분명 본2때까지만 해도 'PK(폴리클, 학생의사 실습)는 쉬워~'라고 했던 수많은 선배들이 갑자기 '아 근데 좀 힘들긴 하다.'로 말을 바꿀 때 눈치를 챘어야했다.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1월부터 실습을 시작하는 이렇게나 등록금 가성비가 좋은 우리 학교도 그렇고, 대부분의 학교가 내과 실습으로 PK의 문을 연다. 우리가 아는 동네 내과는 되게 의사할 것처럼 생긴 선생님이 앉아서 감기 봐주고 부모님 고혈압, 당뇨약 주는 사람인데, 대학 병원 내과는 그렇지 않다. 내과에는 순환기, 소화기, 호흡기, 신장, 류마티스, 내분비, 일반, 감염, 알레르기, 혈액과 종양의 정말 많은 세부분과가 존재한다. 그리고 폴리클들은 조를 이루어 이 모든 과를 각 1~2주씩 돌며 실습하게 된다.



이제 '평균적인' 폴리클의 하루 생활을 알아보자.


슬기로운 의사생활 7화의 한 장면. 맨 뒤에 서류철 들고 있는게 보통 학생이다.

실습 첫 날, 오전 회진으로 아침이 시작된다. 보통 7시 ~ 10시 사이에 진행되는 이 오전 회진은, 병동에 있는 입원환자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이상이 없는지 보는 작업으로, 폴리클들은 교수님과 레지던트 선생님을 졸졸 쫓아다니게 된다.(말이 졸졸이지 교수님들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거의 전력질주 하시므로, 템포를 맞추지 못하면 저 멀리 낙오된다. 경험담이라 진짜다.) 회진 때 PK에게 주어지는 임무는 환자 발표와 질문 세례 견디기다. 회진 시작되기 전 새벽에 응급실 통해 입원한 환자들과 기존에 입원한 환자들 목록을 아침에 추리고, 그 환자의 현 병력 및 치료과정, 계획까지 짧게 3분 이내로 발표한다. 이 과정에서 회진 환자들을 조원들끼리 배분하게 되는데, 상급종합병원은 진단명이 불확실한 환자들도 오게되므로, 다들 담당 환자 중에는 굉장히 어려운 케이스가 꼭 한 명씩 껴있다. 이제 회진 전까지 그 병에 대해 공부하고, 교수님의 질문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단련되어 가야한다. 그래서 7시 회진이 있고, 내 담당 환자가 뭔가 이벤트가 생겨서 교수님께서 발표를 시키실 거 같은 날에는 아무리 늦어도 5시에는 일어나 공부를 시작해야한다. 그리고 역시, 공부를 아무리해도 학생이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어서, 간호 스테이션 앞에 서서 교수님께 혼나고 열심히 뛰다보면 회진은 끝난다.


오전 9 30 , 오전 회진이 끝났다. 다리도 아프고, 아침도 못먹었지만, 회진 끝나고 외래 시작하러 내려가시는 교수님을 쫓아가야하기에 시간은 없다. 교수님을 쫓아 외래 진료실 앞으로 가면, 환자들이 이미 북적북적하게 모여있다. 교수님 뒤에 뻘쭘하게 앉으면, 이제 환자가 들어오고 진료가 시작된다. 환자가 ~ 많은 교수님들이 계신데,  분들 외래는 그냥 마음 편히 들으면 되지만, 오늘 진료가  한가하다 싶으면 역시나 질문 세례가 들어온다. ' 이것도 모르냐 진짜 어떡하냐'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시는 교수님의 눈빛에 머리는 하얘지다 못해 일하는 것을 포기하고 운명에 순응하게된다.


그렇게 한창 질문에 대답하랴, 외래 필기하랴 바쁘게 보고있다보면, 이제  과의 초진환자가 도착했다고 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불러낸다. 환자 기록지를 받고, 비어있는 진료실로 가서 환자 예진을 보게된다. 예진은 기본적인 환자 병력 청취, 중요한 과거 기록, 신체검진 등을 통해 impression(의증_예상 진단명), plan(추가 진단 계획, 치료 계획) 정하는 것으로, 많은 친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작업이다. 나를 의사라고 생각하는 마음씨 좋은 환자분과  15 예진하고 나면, 환자와 '같이' 다시 교수님 진료실로 들어가게 된다. 교수님은  예진 기록지를 참고하시면서 진료를 보고,  환자가 나가면 낱낱이 평가받으며 교수님의 조언을 듣는다. 역시 나는 의사는 못하겠구나 생각하면서 나머지 외래를 참관하고 있으면, 어느새 12, 당신은 드시지 못하지만 학생은 굶기면 안된다는 교수님의 배려로, 밀려있는 외래를 뒤로한  빠져나와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여기까지가 오전 5시부터 점심까지의 일이다. 오후 생활은 다음 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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