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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귄들의우상 Apr 24. 2024

복싱은 감히 지상 최고의 운동이라 말할 수 있다(1)

_체육관 등록 편

제목부터 느껴지는 강한 어그로에 가슴이 웅장해질 수 있지만, 이 제목은 관심을 끌기 위함이 아니라 솔직한 내 생각이다.


복싱 체육관을 다니기 시작한 이후 벌써 수 년이 흘렀다. 꼭 다루고 싶었지만 쓰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미뤄뒀던 복싱 이야기를 슬슬 하나씩 풀어보려한다.


지금 체육관을 다니기 시작한건 2020년이지만 복싱을 처음 접한건 사실 2011년이다. 당시 다니던 중학교는 무려 전국 단위에서 가장 학교폭력 신고가 많기로 유명한(?) 구에 위치한, 수업시간에 의자가 날아다니고 학급 안에서 흡연을 하던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곳이었다. 공부를 잘하고 선생님과 부모님의 개입이 적극적이었던 범생이 류의 학생들은 사실 이런 폭력 등의 괴롭힘에 직접적으로는 잘 노출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떠올려보면 아무 이유없이 맞은 경험이 몇 차례는 있었다.


이런 폭력을 힘없이 지켜보는게 무서웠던 중학교 1학년의 나는 절대 안된다는 엄마를 어떻게든 설득해서 집 앞 복싱 체육관을 등록하는데 성공한다. 그저 다니기 시작하면 첫날부터 강해지는 줄 알았던 때였지만서도, 간신히 얻어낸 기회에 매일 이악물고 운동했던 기억이 난다. 비록 학업량과 교육열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얼마 못 가 그만뒀지만, 그 운동의 매력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언젠가 성인이 되면 꼭 다시 제대로 배워보리라 다짐했지만 막상 성인이 되고 대학에 다니니, 발을 들이기가 훨씬 어려웠다.


대부분의 복싱장은 고층에 있거나 지하에 있거나(대부분 지하인 것 같다) 둘 중 하나다. 왠지 모르게 저 문을 열면 때리고 맞는걸 좋아하는 땀냄새나는 아저씨들이 가득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사실이다) 문을 열기가 꺼려진다. 오늘은 꼭 등록하리라 마음먹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니나 다를까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때리고 있고, 부끄럽지도 않은지 입으로 쉭쉭 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아저씨들이 있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라 서성이고 있으니, 갑자기 작은 문이 열리면서 텐션 높고 서글서글한 웃음을 가진 누군가가 '등록하러 오셨어요?' 물어본다. 관장님이다. 갑자기 관장실에 들어가서 짧은 운동 목적, 신상 등의 정보를 이야기하고 나면, 어느새 영수증과 입관 선물로 받는 글러브, 붕대 세트를 손에 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나의 경우 복싱을 시작해야겠다라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실제 위에 기술한 체육관 등록과정까지 약 세 달이 걸렸다. 중학생 때는 겁도 없이 배우고 싶다고 징징거렸지만, 성인이 되고 나니 격투기를 배우는게 오히려 무서웠다. 하다가 다치면 어떡하지? 재능이 없어도 너무 없으면 어떡하지? 많이 힘들텐데 괜히 비싼 돈 날리면 어떡하지? 등의 현실적인 두려움과, 그냥 막연함 두려움이 합쳐져 복싱장까지 가는 그 짧은 계단을 내려가기 힘들게 했다. 그러다 동기들과 술자리를 가진 어느날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가는 중, 오늘이 아니면 절대 못한다는 생각에 바로 복싱장으로 달려갔고, 등록했고, 아직까지 다니고 있다.


웨이트를 하는 인구가 급격히 많아진 요즘, 젊은 사람들을 기점으로 배드민턴, 크로스핏, 격투기 등의 운동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한다. 만약 지금 내 독자 중 격투기를 배워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 중에서도 복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 장점에 대한건 쓰지도 않았지만 그냥 달려가서 등록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시작하기까지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는 것은 나도 위에 써두었듯이 충분히 알지만,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후회가 없다. 지금 복싱에 관해 가장 후회되는 것이 시간이 많았던 예과 때 운동을 등록하지 않았던 점인 만큼, 빠르게 시작하자.


앞으로의 글에서는 이런 제목을 쓰기까지 경험했던 일들을 풀어보려한다. 다들 복싱하자 복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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