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세상을 살아가기 전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배우고 있는 나이. 첫째 아들 평화는 매일 1시간쯤 수학문제와 학교숙제, 영어를 짧게 읽고 유튜브를 하는 게 일과다.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무엇이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학업과 함께 예술 관련 융합수업을 진행하는데, 아이는 엄마의 취향을 따라 다양한 방과 후 수업을 들으며 자기 취향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고 편하게 쉬는 기분으로 시간을 보낼 때 하는 일은 만화책 보기, 집에 쌓인 책 중 why라는 만화책으로 역사와 과학,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상상하고 배운다. 아이는 엄마가 영상 보기를 허락하지 않을 때 집에 굴러다니는 만화책을 피며 자기 시간을 보낸 것이다.
문해력이 떨어져서, 초등학교 1~2학년에는 주변에서 선생님들도 제발 공부 좀 시키라고, 글씨도 제대로 못 읽다고 하셨는데 나는 왜 인지 아이를 재촉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말이 느렸으니 기대가 크지 않은 것도 있고, 나 스스로도 아이의 속도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괴롭고 싶지 않았다.
느린 아이, 그렇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한 없이 빠져드는 아이를 나는 나 자신처럼 보았던 것도 같다. 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아이를 응원했다. 공룡 이름을 줄줄 외우고, 역사적 사실과 과거 인물들의 행적을 쫓으며 즐거워하는 아이가 언제든 스스로 발동이 걸리기만을 바랬다. 공부를 하는 아이의 내적인 동기가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도 같다.
요즘 아이는 천천히 수학시험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저번 시험에서는 어이없는 실수를 하며 3-4개쯤 틀렸던 것 같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혼자 눈물을 훔쳤다며 나에게 고백했다. 그러더니 단원평가가 있는 오늘 아침에는 일찌감치 일어나서 공부를 하겠다고 하고, 어젯밤까지 3단원 나눗셈 남은 서술형 문제들을 싹 풀었다. 감기에 걸려서 몸이 힘든지 세 바닥을 풀면서 자주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렇게 힘들면 하지 않아도 돼.’
나는 아이를 정말이지 재촉하고 싶지 않아서, 그만하라고 말렸다. 그러자 아이는 아니야 해야지라고 하는 게 아닌가. 속으로 아이도 자기 인생에 욕심이 있고 무엇이 중요한지 아는구나 싶었다. 아이의 이 욕심이 꺾이지 않았으면 … 백점을 한 번쯤을 맞아서 이 마음을 성취해보았으면 싶다.
등교하기 전 신발 끈을 묶으며 아이는 내게 말했다.
‘엄마. 1교시에 바로 시험을 볼 거야.’
그러고는 약간 늦게 등교를 출발하는 바람에 신발을 꽉 묶고 달려 나가는 아이를 골목길 끝에서 바라보았다. 아이가 백점을 맞을까? 맞지 못할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저 아이를 한없이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