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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주 Apr 07. 2024

다시, 김동률

중학교 2학년으로 기억한다

가끔 음악 케이블 TV에서 뮤직비디오로만 보고 들었던 전람회라는 그룹의 음악이 문득 궁금해졌다

음반가게에 가서 전람회 3집 테이프를 구입했다

타이틀곡은 ‘졸업’이었고 전람회는 이 음반을 마지막으로 해체한다고 했다

이것이 김동률, 그와 그의 음악과의 첫 만남이었다


전람회 3집에 이어 이적과 김동률이 프로젝트로 만나 발매한 카니발 테이프는 모든 노래의 가사를 다 외우고도 남을 정도로, 말 그대로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어댔다

수년 뒤에 인순이씨가 거의의 꿈을 리메이크해서 이 노래가 더 유명해졌을 때는 나만 알고 있던 보물을 남에게 들킨 것 같은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그 후로 발매된 김동률의 솔로앨범 CD들을 사 모으는 것은 나의 취미 아닌 취미가 되었고, 김동률 2집의 ‘희망’은 한국 모든 대중가요를 통틀어 나에겐 가장 위대한 명곡으로 남아있다

고단했던 고등학교 시절, 야자 시간을 위로하던 목소리는 대학생활에도 직장인이 되어서도 언제나 나를 중학교 2학년 사춘기로 데려다주는 마법을 부렸다


그와 함께 나이들어가고, 그의 음악으로 위로받고, 잊어버릴만 하면 한 곡씩 두 곡씩 안부를 물어주는 그의 꾸준한 음악활동에 기대어 지난한 일상을 견뎠다.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을 때, 그의 음악이 기꺼이 나에게 그 품을 내어주었다


사랑에 아플때나 삶에 지칠 때, 음악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지 싶다

음악이 주는 에너지는 참으로 위대해서 나도 잃어버렸던 묵은 감정들을 한 순간에 불러오기도 하고, 메마른 일상을 단비처럼 촉촉하게 적셔주기도 한다.


열여섯 소녀가 마흔 한 살이 되었을 때, 오십대가 된 그가 황금가면이라는 노래를 통해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년배들에게 세상에 지지말라고 외쳐부를 땐, 어릴 적 느꼈던 감성과는 또다른 열의와 지지를 느꼈다


이렇게 김동률과 그 음악을 사랑하면서 콘서트에 갈 수 있는 기회는 한번도 얻질 못했다

매번 시간이 안 되거나, 치열한 티켓팅에 실패하거나 바로 몇달 전 정말 오랜만에 열린 공연은 집에서도 너무 멀고 아이들을 내버려두고 갈 수 없어 포기해야했다


만약 죽기전에 그의 공연에 가게 된다면… 과연 나는 마냥 웃을 수 있을까… 그 자리에 주저 앉아 펑펑 울진 않을까.. 수십년을 지나 이만큼 나이가 들어 마주한 나와 그의 음악이 시간의 무게만큼 쌓여버린 감정들을 하나하나 풀어헤치며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


퇴보하지 않고,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선율에 담아 누군가를 만져주고 익숙한 그 손을 먼저 내밀어주는 나의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는 김동률의 ‘오래된 노래’로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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