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wins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눈을 떴다. 나는 매일 아침 같은 루틴을 산다. 샤워를 하고, 저녁 재료 준비를 하고, 남편과 아기에게 간단한 아침을 주고, 집을 정리하고, 청소와 아기 씻기기 미션을 완료하고 출근하는 남편으로부터 아기를 토스받아 등원 셔틀 타기 전까지 아기 머리를 입맛에 맞게 묶어주고 기분 좋게 등원시키는 일. 휴.
1분 1초가 아까운 루틴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나는 불안해진다. 병원에서는 내게 불안장애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불안은, 심장이 가쁜 것처럼 느끼게 하고, 내 뇌를 얼린 듯 아무것도 할 수 없게 하곤 한다. 오늘 아침은, '남편의 늦잠'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평소보다 약 40분 늦게 일어난 그를 마주하곤, 나는 굳어버렸다.
어떡하지.
시간이 부족한데 원래 하던 모든 걸 어떻게 끝내지.
못해내면 어쩌지.
미치도록 옥죄여오는 압박감에, 고장 난 몸과 두뇌, 마음을 가다듬기 힘이 들었다. 불안의 정도가 심해지니 나는 남아있는 '제정신'을 모두 끌어모아 스스로에게 진정하라고 주문을 외웠다. 초점 잃은 눈으로 허둥지둥 움직이던 때, 아기가 일어났다. 오늘따라 울지 않고 아주 상쾌하게 "엄마, 까꿍!"을 외치며. 세상 가장 사랑스러운 미소로 나를 반겼다.
아기의 아침인사에 나의 불안은 잠시 멈춰 섰다.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기에게 미안해서. 미안함이 불안을 밀어냈다.
나와 남편이 원해서, 철저히 '타인의 의지'로 세상에 온 우리 아기. 아기를 그렇게 세상과 만나게 했다면, 나와 남편은 분명, 아기에게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도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행복하다 말할 수 없는 건강하지 못한 이 마음으로 감히 아기를 품으리라 자만했던 과거의 나와,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지금의 내가 문득, 죄인 같았다. 우울하고 불안한 나를 엄마로 두어, 행복할 수 있는 이 아이를 망치는 게 아닐까 겁이 났다.
마음의 병이 있는 엄마라고 해서 사랑을 멈춘 건 아니다. 나는 꾸준히 나의 소중한 이들을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그리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아기는, 나의 사랑의 절정체다.
"아픈 엄마라 미안해."라는 말은, 늘 내 목구멍 끝까지 도달해 있다. 하지만 나는, 아픈 엄마일지언정 미안한 엄마이고 싶진 않다. 그래서 나도, 온 힘 다해 아기에게 웃으며 "까꿍!"이라 인사했다. 사랑하는 나의 아기에게, 또 세상에게, 마음이 아픈 엄마도 행복한 아이가 자라나는 가정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어쩌면 이게 나에게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오늘도 살아내고 있으며, 내일도 살아낼 것이다.
오늘도 브런치 글을 쓰는 무언가를 했다. 이제 블로그 글 주제를 생각해 보고 늦은 점심이나 먹으며,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내보자. 뭐라도 하며, 사랑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