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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예 May 05. 2024

엄마는 우울해도, 넌 행복해도 된단다.

우울한 엄마의 어린이날 

오늘은 어린이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그런 회색의 어린이날.


귀여운 나의 아기의 세 번째 어린이날.


첫 번째 어린이날은 무려 이유식을 먹고 있었고, 두 번째 어린이날은 옹알이와 말하기 중간쯤에 있었으며, 세 번째 어린이날인 지금은 나의 수다쟁이 친구가 되어있구나.


나의 소중한 꼬마 짝꿍의 모든 어린이날은 행복한 기억들만 남겨주리라 나 스스로와 약속했었는데...

그 다짐이 무색하게, 나는 오늘도 비가 장대같이 내리는 비에 져버린 우울한 엄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키보드 앞에 앉았다는 것은, 나의 아기에게 행복을 주려면 나부터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나의 우울한 마음을 글에 담아 무던히 비에 녹여보 내고 싶어서라 해두자.


사랑하는 나의 아기야, 우울에 그늘진 엄마를 보며 혹여 네가 기죽지는 않을까 덜컥 겁이난 단다.

사랑하는 나의 아기야, 그런 엄마가 너로 인해 용기를 내 또박또박 말해본다.

사랑하는 나의 아기야, 엄마는 우울하지만 넌 행복해도 된다. 너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단다.

사랑하는 나의 아기야, 엄마가 아픈 건 네 탓이 아니란다. 엄마는 너로 인해 나아지고 싶은 걸. 

사랑하는 나의 아기야, 부디 오래오래 그렇게 웃어주렴. 

사랑하는 나의 아기야, 너는 절대 지금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말아 주렴.


사랑하는 나의 아기야, 너의 걸음에 내가 너무 늦지 않게 가고 싶구나.

누구보다 활짝 웃으며, 널 계속 안고 싶구나.


어린이날 축하해, 사랑하는 나의 아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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