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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로디 옹그 Feb 07. 2024

금천문화재단 기획전시《백 개의 주머니로 만든 하루》서문

전시장소는 금나래갤러리 및 로비, 금나래아트홀

들어가며 


홍희진

 

“사람들이 집어넣을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하루는 백 개의 주머니도 가지고 있다.”

- ‘529. 하루의 길이’, “제 9장 혼자 있는 사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402쪽  


바람이 분다. 하루 사이에 다르게 느껴진다. 어제의 세상과 오늘의 세상이 다르다. 여러 하루들은 어제나 오늘이나 같은 세상이다. 인생에서 어떤 하루도 가볍지 않다. 당신과 나, 우리의 하루가 차곡차곡 쌓여 혼자 사는 하루를 산다. 햇살과 별, 하늘과 바람에 풍요롭기도 하고 이 모든 것을 감각할 수도 없이 스물네 시간에 이끌려 살기도 하는 우리는 여러 하루들을 지나보낸다. 해와 달의 길항작용으로 만들어지는 하루는 공간도 시간도 정확하게 나뉘어져있지 않은 여러 하루들로 이어지고, 이 여러 하루들은 일상적이면서 생명의 거대한 순환으로까지 연결되는 물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세하게 연결되어 있거나 철저하게 독립되어 있는 물질들이 만드는 하루는 미비하게 작동하며 궤적을 쌓는다. 그 궤적에서 ‘혼자 있는 사람’에 대한 명상으로 전시는 시작한다. 이번 전시는 보이지 않고 설명하기 어렵지만 함께 살고 있는 시공간의 하루에 대한 존재 형식을 다섯 명의 작가들이 보여주는 예술작품들을 통해 발견해보는 과정이다.


전시 제목인 《백 개의 주머니로 만든 하루》는 독일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쓴 저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영감을 받아, 각자가 어떠한 조건과도 상관없이 누구나 다 살고 있는 같은 시공간의 ‘하루’에 대해 성찰해보는 시간을 전시로 기획한다. 로비에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만나는 문해주 작가의 공간 설치 작품 <의자 프로젝트_목소리의 길>은 사람이 신체적으로 잠깐 쉬거나 오랜 시간을 앉아 있기 위해 사용하는 ‘의자’라는 오브제를 통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관계성을 탐구하고, 노쇠한 의자와 몸을 병치시키며 개인의 역사를 유추해본다. 갤러리에 들어와서 모니터로 만나는 큐알코드는 양숙현 작가가 금나래 아트홀에서 삼일 간만 펼치는 <인간물질론과 합성의 존재도> 라는 생성인공지능 라이브 프로젝션 작품을 암시하며 작업세계를 소개한다. 물질차원에서 인간 탄생정보를 기반으로 명리학과 인공지능 기술의 이질적인 결합으로 만들어진 이미지 그 자체를 탐색한다. 오른쪽 방으로 들어가면 조소희 작가의 <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냐!>와 <시간-오브제> 시리즈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감탄사 형태의 위 제목은 17세기 중국 문예평론가 김성탄이 절에 갔다가 장마로 열흘 동안 갇히면서 인생에서 ‘행복한 한 때’에 대해 쓴 33절의 각 절마다 마지막에 붙인 추임새 같은 문구이다. 고해의 인생에서 감각하는 것이 곧 행복인 냥 읊어 내리는 한 평론가처럼 작가는 수십 년의 작품들을 다시 매만지고 감각하며, 미세하고 고요하게 웅장한 하루의 겹겹을 덩어리째 공간 설치미술로서 보여준다. 갤러리의 오른 켠 도릭 양식의 기둥인 <지평분체(地平分體)>와 쟁기질을 떠올리게 하는 원형의 <별 헤는 밤>은 장용선 작가의 작품이다. 사회에서 폐기되는 것들에 대해 곱씹어보는 작가는 음식점에서 소비재로 쓰이고 버져진 소뼈를 소각하여 바닥에 흙과 같이 뿌려두거나 문명의 상징인 도릭 양식 기둥에 뿌리면서 마치 자연에 대한 진혼곡을 연주하는 듯 진중하고 묵직한 자세를 보인다. 갤러리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소보람 작가가 <기억극장 : 미생물 편> 작품을 선보여, 몇 계절을 보내며 식물성 재료인 차와 당을 결합한 발효 실험을 통해 생분해되는 식물성 가죽을 추출하여 우리 몸과 연결시켜 사유해보도록 한다. 1인 극장형태로 만나는 비가시적인 형태의 미생물의 생장 기록을 통해 가족체계는 해체되고, 미생물 생장 수준의 물질세계에서 나의 몸, 나의 시간, 나의 하루들을 만난다. 백 개 아니 백만 개 이상의 주머니로 만들어지는 ‘하루’라는 상상적인 시공간에서 다섯 작가들의 다양한 예술 작품을 통해서 나는 어떻게 존재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나의 오늘은 무엇인지, 하루와 오늘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는 삶의 양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전시정보:::::

전시제목 : 백 개의 주머니로 만든 하루

참여작가 : 문해주소보람양숙현장용선조소희

운영일시 : 2024.2.15..~3.28.-토 10:00~19:00 일요일 휴관, 3.1 정상운영

전시장소 : 금나래갤러리 및 로비금나래아트홀

기획 : 홍희진 

특별참여 안현미 시인의 낭송 2.17.토 14:00

관객참여 프로그램

  워크숍 문해주 작가 : 2.15.목 15:00 / 2.22.목 13:00 / 2.29.목 15:00

  강연 1. 김종길 다석철학자 : 2.17.토 15:00

  강연 2. 박성관 독립연구자 : 2.20.화 15:00

  강연 3. 김남수 안무 및 미술 평론가 : 2.22.목 15:00

  집단 상담 오윤석 : 3.4.월 15:00 / 3.6.수 10:00 / 3.7.목 19:00 

  렉처 퍼포먼스 양숙현 :3.13.수 15:00, 18:00 / 3.15.금 15:00, 18:00

주최/주관 : ()금천문화재단 

디자인 : 파이카

문의 금천문화재단 예술기획팀 (02-2627-2999) 

프로그램 참여 예약 : https://gcfac.or.kr/performance/commonView?gcfac_menu_cd=U0007&currRow=1&seq_no=3574&perDisGubun=performance&returnURI=%2Fperformance%2FcurrentList&serhDate=&serhPerforDisplay=&serh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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