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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우 Dec 15. 2022

여느 날 아침

당연히 늦잠...

오늘도 재하는 늦게 일어났다. 9시 넘어서야 간신히 눈을 떴다. 어젯밤에 온 몸을 주물러 줬었는데 부작용이 난 건지 더 꿀잠을 잔 것 같았다. 요새 일찍 재우고자 밤마다 안마를 열심히 해줬었다. 꼬맹이는 이거에 맛 들렸다. 허구한 날 무릎도 아프다 발바닥도 주물러봐라 했다. 

「용서해 주세요, 잘못했어요, 안 그럴게요 캬하하」

고맙다는 말은 기대도 안 했다. 다만 어디서 배웠는지 이런 이상한 소리를 들으며 마사지를 하고 있으니 더 피곤했다.     



음악을 틀어놓고 창을 올려놓아도 깨지 않았다. ‘참자’를 되뇌었다. 귀에 바람을 불고 발바닥을 때려도 눈을 뜨지 않았다. 티브이를 틀었다. 그제야 입을 열어 ‘헤이지니’ 틀어 달라고 했다. 쉬를 하자니 싫다 했다. 요미요미 젤리 하나 먹고 한다고 했다. 다 먹고 화장실로 갔다. 노래를 했다.

「바지를 내리고, 조끼를 올리고, 기저귀를 내리고....」

「아니야 기저귀부터 내리고 조끼 올리는 거야」

정신이 없어서 말실수 좀 했기로서니 대학원 선배마냥 같은 말을 열 번씩 했다.    


  

볼일을 보고 나왔다. 그냥 간다고 하기를 바랐건만 티브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빵 먹을 거라 했다. ‘나는 아침밥을 먹여 보내는 좋은 아빠’를 다시 열 번쯤 중얼거리며 빵을 구웠다. 3분이 길었다. 조각낸 빵을 두 개씩 말아서 입에 넣어줬다. 단기전은 이미 틀려버려 빵 껍질로 배를 함께 채웠다. 뭐 더 먹을 거냐고 물어봤다. 그냥 인사치레였다. 재하가 눈치를 스윽 봤다. 푸딩을 먹겠다고 했다. 9시 50분이었다. 가슴속에 불이 났다. 재하는 종갓집 며느리 같았다. 아궁이가 꺼질만하면 후후 거리며 열기를 지폈다. 엊그제 직장에서 육아휴직 연장하냐고 전화 왔었을 때 그냥 복귀하겠다고 말할 걸 그랬다.     


  

나는 ‘배불리 먹여 보내는 좋은 아빠’를 가슴에 새기며 푸딩을 뜯었다. 무슨무슨 신고식 마냥 세 숟갈씩 넣고 싶었다. 재하는 점잖게 먹었다. 분명 어제저녁으로 만둣국 잘 먹을 때 저 오물거리는 볼이 너무 예뻤는데 지금은 정말 깨물고 싶었다. 

「푸딩 다 먹으면 티브이 끄고 빨리 준비하는 거야!」

악에 받쳐 외쳤다. 쿨 하게 알았다고 대답했다. 하나 걸리면 오늘이야말로 푸닥거리 한번 해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또 막상 순순히 응하니 약간 부끄러워졌다.     



양치를 하고 속옷을 입혔다. 

「딸아, 이제 집에서도 팬티 입어야지, 유치원 가면 친구들이 놀려」

노파심을 참지 못했다.

「어린이집이랑 유치원이랑 발레 하러 갈 때는 팬티 입고 갈 거야아!!」

「... 그래 알았어. 나중에 혹시 아빠가 기저귀 차면 외출할 때는 팬티 입혀줘」

「아빠 자꾸 잔소리하면 경찰서 간다. 체포할 거야」

지난번에 미아방지 등록을 하려고 동네 지구대에 다녀온 이후 부쩍 이상한 자부심이 생겼다. 용감하게 엄지도장 찍었다고 경찰 언니들에게 씩씩하다 칭찬 들었기 때문인 듯했다. 그게 바로 빽 이라는 걸 꼬맹이도 알았는지 무슨 말만 하면 임의동행하자고 위협을 했다.       



어찌어찌 옷을 입혀서 길을 나섰다. 재하는 늦었다며 내 팔을 끌었다. 한소리 하고 싶었지만 초를 칠 수 없으니 재하 선수가 1등 해야 한다며 같이 종종걸음으로 옆 동에 있는 어린이집으로 갔다. 원장님이 반갑게 맞아 주셨다.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어. 재하 기다리느라 활동 못하고 있었으니 얼른 들어가자」

재하는 웃으면서 들어갔다. 다 이루었다는 표정이었다. 비록 열 시 반에 갔지만 엊그제 했던 금단의 열한 시 등원에 비하니 선녀 같았다. 할 일이 많아 집에 서둘러 왔다. 오후 한 시면 집에 돌아온다.


어린이집이고 뭐고 나는 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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