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우 Nov 30. 2023

복직

섣부른 눈물

어느 날 직장에서 전화가 왔다. 지금 복직할 수 있냐고 했다. 내일모레 오라는 거였다. 아내는 가라고 했다. 가계에 보탬이 되라고 했다. 야인으로 살다 누가 날 찾으니 잠깐 흐뭇했지만 딸을 매일 못 본다는 사실에 슬퍼졌다.

 

다음날 재하를 등원시키며 아빠 회사 가면 주말에나 볼 수 있다고 했다. 유치원 가서 남자친구 만날 생각에 가득 찬 딸은 시원하게 ‘좋아!’라고 했다. 그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아 부가 설명을 하려다 괜히 울컥해져 그만두었다. 유치원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있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다. 40대 아저씨가 잉잉 우니 맞아주시던 선생님께서 당황하셨다. 그래도 눈물 상황에 경험 많으신 분답게 반사적으로 휴지를 건네주셨다.

“아버님 복직하시면 멀리 가시는 거예요?”

“흐윽.. 흐윽..”

재하는 이 사람은 내 아빠가 아니라는 눈빛을 보내고 들어갔다. 갑자기 부끄러워 집으로 후다닥 돌아갔다.

 

집에 가서 비장하게 기관에 전화를 걸었다.

“내일 복직하겠습니다.”

“아 선생님, 본청에서 서류 작업 때문에 일주일은 걸린다고 했마시. 며칠 있다 오셔야 할크라”

“아...”

 

그날 이후로 재하를 데리러 갈 때마다 마주치는 선생님들이 내 안부를 물었다.

아버님, 아직 안 가셨네요. 그나저나 괜찮으세요? 위로해 드리려 했는데 저 멀리 가버리시더라고요.”

재하도 물었다.

“아빠 오늘도 울 거야?”

“안 울어!!”

“아빠 왜 울었어?”

“재하랑 매일 못 볼까 봐 슬퍼서 울었지”

“괜찮아아, 주말에 보면 되지. 키즈카페 가자”

 

그 이후로 딸과 영상통화를 할 때마다 인사 대신 말한다.

“울었어?”


오래간만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야 멋진 발레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