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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un 23. 2024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우리 정부는 어떤 결과를 성취하려 하는지가 두렵다.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이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하여 한 보도에 따르면 2024년 6월 20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19일 체결한 양국 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의 전문을 공개했다. 러시아와 북한 중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당하면 지체 없이 군사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요미우리는 냉전 시대 군사동맹의 부활을 의미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조약은 총 23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군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조항은 2개라고 한다. 주 내용은 러시아와 북한 중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빠질 경우 "지체 없이 보유하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전쟁 상태가 되면 즉시 군사적 개입을 의무화한 거라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1961년 구소련과 북한이 맺은 군사동맹에 해당하는 '우호협력상호원조약'에도 거의 같은 조항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조약은 구소련 붕괴 후 28년 만에 유사시 군사지원 의무가 부활한 것으로 동아시아 등 안보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다.

https://www.yomiuri.co.jp/world/20240620-OYT1T50077/


재미있는 것은 많은 언론들이 중국이 북러의 접근을 뜨악해한다고 보도한 것이다. 미국 우파의 관점을 대변하는 미국의 소리 VOA는 중국 당국자들은 19일 진행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전후해, 관련 논평이나 입장 발표를 삼가고 있다고 전하며 이에 관해, 중국이 북-러의 밀착을 경계하고 있다는 분석이 주요 매체들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VOA는 영국의 BBC는 19일 “시(진핑) 주석이 자국의 두 동맹국인 북-러간 관계를 급속하게 강화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포착됐었다”라고 보도하고 “중국 측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월 방중해 시 주석을 만난 직후, 평양을 방문하지 말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BBC 영어 버전이나 중국어 버전에는 이미 이런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https://www.voakorea.com/a/7663460.html

 https://www.bbc.com/zhongwen/simp/world-69131209


필자가 보기에 중국이 북러의 접근을 못마땅해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필자는 제3 국의 중국 전문가 모 인사로부터 중국과 북한 간의 관계가 수년 전부터 매우 악화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그리고 북중 간의 관계 악화도 짐작할 수 없는 바 아니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는 오히려 북중 관계는 복구되어 왔다고 본다. 중국은 이번 북러 관계에 대하여 양국 간의 일이라는 비교적 제삼자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의 대중 압박이 드센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 러시아나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북한에 대하여 가까운 모습을 보여 필요 없는 서방의 반감을 살 필요가 없다는 실리적 이유를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필자는 오히려 러시아가 방송한 내용에서 지적하고 있는 “중북러 3각 무역”이라는 말에 주의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직접 거래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어 이 두 나라 간의 거래를 북한이 중개 무역을 하면서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장기간 국제 금융 거래 제재를 받아왔고 러시아는 앞으로 더욱 강력한 금융 제재가 있을 예정이다. 중국은 러시아와 거래한다는 이유로 서방으로부터 중국은행들의 SWIFT 배제를 위협받고 있다. 이 상황에서 푸틴은 북한과 러시아가 달러를 벗어난 국제 금융 거래 체제를 구성하여 거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러시아는 향후 서방의 개입이나 달러 등 서방 화폐의 개입 없는 무역 거래를 북한과 진행한다는 이야기이다.

 https://youtu.be/cFLXoCAoNHE?feature=shared


이 이야기는 몇 가지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중국이 뜨악해 하기는커녕 표정 관리 중인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사실 여러 보도에서 나타난 중국의 태도는 ‘말을 아꼈다’라는 것이다. 북러 뉴스에 중국은 나타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것을 중국은 북-러-중 3각 편대로 연상되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고 보면 지나친 것일까? 확실히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러시아와 모종의 공감대 내지는 연계 플레이를 하고 있어 보인다. 그리고 서방이 뭐라고 하던 중국은 러시아에 물자를 판매 내지 공급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서방이 가하고 있는 금융 제재는 일차적으로 전국구 국유 은행이 아닌 지방의 소형 은행을 동원하여 피하려 하는 것 같다. 5월부터는 이전에 차단되었던 전자 제품에 대한 결제도 다시 허용되었다.  현재 러시아 기업들은 중국의 약 6개의 소규모 신용 기관과 위안화 결제에 관한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https://iz.ru/1714749/mariia-kolobova-milana-gadzhieva/delo-za-malymi-rossiiskii-biznes-nashel-sposob-provodit-platezhi-v-kitai


이렇게 적어도 중러 사이에 위안화 베이스의 거래는 향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위안화 베이스로 이 거래 사이에 끼어들면 아무 문제도 없다. 그러면 중국은 서방에 의해 압박받는 민군 양용 제품들을 북한을 통해 러시아로 판매하고, 러시아는 중국에 판매하는 에너지 등 제품을 북한을 통해 중국으로 판매할 수 있다. 러시아는 에너지 판매로 쌓여가는 위안화를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의 무기 등을 사 올 때 사용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 북한은 이렇게 들어온 위안화로 러시아로부터는 식량을, 중국으로부터는 공업 제품들을 조달받을 수 있다. 결국 북러중 3국은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북러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문제 삼아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재검토한다는 발표를 하였다. 러시아가 북한을 군사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을 문제삼은 것인데 현재도 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과 진배없는 한국이 이런 발표를 한 것에 대해 푸틴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반응했다. 원인과 배경에 관계없이 동북아 정세가 긴장 상태로 돌입하게 된 것은 틀림없다. 푸틴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는 그 무기가 어디에 사용되는지 모른다고 하며 북러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다면 러시아는 그들의 무기를 북한에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것은 북한에서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공급받고 반대급부로 미사일 기술과 전투기 기술을 북한에 제공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https://www.youtube.com/watch?v=KVba23u7g6E

https://www.youtube.com/watch?v=JzuktHxJPPA


반면 한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한국이 결정할 일이라는 원론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그 어떤 지원도 환영한다라고 발언한 것은 사실상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지지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푸틴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모양새는 한국이 미국 및 서방의 편에 서서 러시아와 북한에 대항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는 미국의 동맹이며 서방의 일원이다.  그러나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각을 세우는 것이 러시아 및 기타 동북아 정세를 잘 분석 및 파악하고 내린 한국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인지는 불분명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P-04ICT46qc

https://www.youtube.com/watch?v=JzuktHxJPPA


우리는 과연 정세를 잘 읽고 있는 것일까? 예를 들어 미국 NYT는 러시아-북한 상호방위조약은 중국에게 골칫거리라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시각일 것이다. 이어서 NYT는 일본과 한국, 미국은 러시아-북한 방위 협정의 위협으로 인해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에서 발표된 3국 안보 협정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중국 인근 지역에 병력을 증강하거나 방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상승하는 것이다. NYT는 중국의 경제난을 타개해야 하는 시 주석은 더 이상의 돌발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단정했다. 중국 인민대학교의 국제관계학 교수인 스인홍(时殷弘)은 중국의 저명한 외교학자로서 외신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인데 그는 중국의 관점에서 볼 때 러시아-북한 협정은 미-일-한 동맹과 함께 이 지역의 "대립, 경쟁 또는 갈등"의 위험을 "크게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https://cn.nytimes.com/china/20240621/china-russia-north-korea/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의 외교 및 안보 분석가 대니 러셀도 "김정은에게는 횡재를, 시진핑에게는 골칫거리를 안겨줬다"라고 말했는데 그는 심지어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점점 더 긴밀해지면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안정화하려는 동기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 동유럽 연구센터(SCEEUS)의 애널리스트 휴고 폰 에센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근 평양 방문은 중국과의 양자 관계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시각이 조금은 다르다. 본질적으로 중국은 서방과의 경제 및 외교 관계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면서 북러를 지원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제공하고 러시아가 북한의 경제적 필요를 지원할 수 있다면 중국은 서방의 눈에 비친 결과에 대한 책임이나 비난을 감수하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에센은 북러의 접근이 중국에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시사를 하는 것이다.

https://nationalinterest.org/feature/russia-china-north-korea-trilateral-masks-hidden-differences-211552


그러나 그는  북러 관계 개선이 중국의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모스크바-베이징 동맹과 관계에 도전을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러시아의 지원이 군사 기술 및 핵 영역으로 확대될 경우 북한은 더욱 공격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다. 그 결과 미-일-한 군사 협력과 역내 전략적 연대를 더욱 촉진한다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둘째,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를 포함한 나머지 세계가 중국을 러시아, 북한과 함께 3각 편대의 일원으로 간주하게 되면 미국을 대신하는 새로운 패권국으로서의 이미지에 역효과가 온다. 셋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균형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넷째, 러시아의 잠재적인 대북 핵 기술 지원은 중국의 레드라인과 충돌할 수 있다. 에센은 중국이 통제하기 어렵지만 어쩔 수 없이 지원해야 하는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영국 BBC는 푸틴과 김정은의 진정한 배후는 중국이라고 지적했다.  NK 뉴스의 안드레이 란코프 대표는 "러시아가 북한에 많은 군사 기술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기술을 제공한다고 해도 "얻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며 오히려 미래에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본다. 즉, 구식 기술인 포탄 등을 얻는 대가로 미사일이나 항공기 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밑지는 장사라는 것이다. 그래서 BBC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고 그 차이 부분은 중국이 지원할 것이라는 암시를 하고 있다.

https://www.bbc.com/zhongwen/simp/world-69133714


BBC의 이러한 분석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베트남과 러시아가 상대방의 적대국과는 동맹을 맺지 않기로 한 것을 보면 중국 배후설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필자가 보기에는 베트남과 러시아가 중국의 양해 없이 조약을 맺기는 어렵다. 중국의 지원 없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기에는 부담이 큰 러시아나 중국의 지원에 국가 전체의 경제를 의지하는 북한이 과연 중국의 의지에 반하여 조약을 맺을 수 있다고 보는가 말이다. 게다가 푸틴이 시진핑 주석을 만나 중국의 협력을 요청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시점이다. 그리고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이 누구보다도 아쉬운 것은 러시아 보다는 중국이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45798.html


그래서 필자가 보기에는 중국은 바로 이렇게 국제 사회가 보아주기를 원하는 것 같다. 즉, 북러의 접근에 중국은 부정적이며 따라서 북러의 접근에 중국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고 말이다. 중국의 반응을 보면 일관되게 북러 조약은 해당 두 나라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그리고 최대한 논평을 삼가고 있다. 결국 중국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한 가지 의아심을 자아낸다. 북러의 흐름에 한국 정부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한국은 북러 조약을 문제 삼아 러시아 대사를 초치하였다. 그리고 러시아 대사관은 '러시아에 대한 위협은 용납될 수 없다'라고 반발했다. 푸틴과 김정은은 이 조약이 방어적 성격의 것이라고 이미 선포한 후이기 때문에 한국이 북한을 침공할 생각이 없다면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 입장에서는 한국이 이 조약을 문제 삼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심지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것을 재검토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푸틴이 명확하게 대응 조치가 있을 것임을 선언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어떤 결과를 얻어내려 하는 것일까? 

https://m.yonhapnewstv.co.kr/news/MYH20240621021600641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45735.html


생각해 볼 수 있는 여러 결과 중 하나는 러시아가 북한에 대하여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사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핵무기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것이므로 미국의 확장 억지력이 약화되는 상황을 예견할 수 있다."라고 메이카이 대학의 코타니 테츠오 글로벌 연구 교수는 말했다. 물론 다른 여러 옵션도 러시아가 강구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러시아의 지원을 믿고 북한이 더욱 적극적인 도발을 우리에 대해 할 수도 있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4-06-21/putin-s-rare-trip-to-asian-security-partners-pays-dividends?srnd=homepage-asia


물론 이러한 위험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응당 해야 할 대응을 안 할 이유는 없다. 현 정부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계기로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시도하거나 심지어 북한 공격을 도모할 가능성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필자는 정부와 관계 부처가 심각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다만 정권의 국면 전환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거나 그 어떤 이유에서든 국민들의 동의 없이 밀실에서 소수자가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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