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IXIN 기사를 토대로
오늘 아침 중국의 경제 미디어 CAIXIN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보았다. 국수를 통해 중국의 소비 둔화를 알아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CAIXIN은 중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민간 미디어이며 원래 그 후원자는 상하이방의 쩡칭홍, 또 시진핑 1기의 기율을 맡았던 왕치산이라는 소문도 있다. 편집장인 후슈리(胡舒立)는 시진핑을 비난하는(그러니까 암시하는) 글을 SNS에 올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CAIXIN을 떠났다. 필자는 후슈리가 중국의 방송에 나와 언론의 역할에 대하여 열정적으로 그리고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론을 쏟아붓는 것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그만큼 후슈리와 같은 언론인을 포용하지 못하는 중국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중국과 같은 환경에서 감히 언론의 사회 비판 기능과 진실 보도를 주장하는 후슈리 같은 지식인에 대한 존경이 우러났던 것이다.
사실 필자 또한 필자의 글이나 미디어 활동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시각이나 반대로 한국 우파의 시각 모두에 일정 정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결코 국가와 민족, 또는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걸 정도의 용기는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다만 필자와는 달리 사회 정의를 지켜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 만은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이 중국과 중국인들을 비판하지만 필자는 중국에도 너무나도 장렬하게 정의를 위하여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기를 알기에,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것을 알기에 중국 사회나 중국인에 대한 표현에 신중하려 애쓴다.
아무튼 오늘의 이야기는 후슈리가 떠난 후의 CAIXIN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화제를 거론하는 빈도는 줄었지만 경제적인 이야기에서는 다소 중국 정부가 얼굴을 찌푸릴 이야기도 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 필자가 전할 이야기도 아마 그중 하나가 될 것 같다. 그 기사는 바로 Analysis: What Noodles Tell Us About China’s Consumption Downgrading이라는 기사이다. (https://www.caixinglobal.com/2024-09-20/analysis-what-noodles-tell-us-about-chinas-consumption-downgrading-102238438.html)
우리가 매월 접하는 중국의 공식 PMI는 국가 통계국에서 제공한다. 그리고 이 통계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대기업 비중이 높고 국영 기업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CAIXIN에서도 독립적으로 PMI를 조사 발표하고 있다.(국가통계국이 있는데도 말이다!) 이 CAIXIN PMI는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비중이 높고 민간 기업 비중이 높으며 수출 기업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외국의 시각에서 볼 때에는 CAIXIN PMI 쪽이 보다 현실감 있게 느껴질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 CAIXIN은 'Shouqianba'라고 하는 기업의 데이터를 인용하였다. 이 'Shouqianba'의 원문을 찾아보니 아마도 중국어로 쇼우치엔빠(收钱吧)라고 하는 상점에서의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보인다.( https://www.shouqianba.com/company-brief.html) 그러니까 우리로 말하면 POS 업체인 셈이다. 비록 그 결제 수단은 모바일 결제가 위주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유사한 점은 신용카드 등을 사용하는 비교적 큰 액수의 결제가 아니라 가게에서 밥을 사 먹거나 커피를 사 마시는 용도가 많다는 점이다.
기사는 2022년 말부터 2024년 7월까지 동일한 식당을 300회 이상 방문한 한 일반인의 지출을 살펴보았다. 바로 점심 먹은 기록을 살핀 것이다. 그 결과 이 고객은 2023년 초에는 주로 겨자 채소 절임을 곁들인 돼지고기 국수 한 그릇과 아이스티 한 병을 마셨다. 가격으로 보면 10~12 위안 정도를 지불했다. 하지만 금년 7월 말이 되면서 점심값이 7~9 위안으로 내려갔고, 선택 메뉴도 달걀국수나 야채국수 등 더 저렴한 옵션으로 바뀌었다. 아래 그래프는 이 사람의 점심 식사 소비를 분석한 것이다.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큰 음료 소비는 제외하고 11시~12 사이의 식사로 한정해 특별한 상황을 줄였다.
이 추세를 보면 2023년에는 변화 폭이 10% 정도이고 점점 상승한다. 하지만 2024년이 되면서 한번 꺽였다가 다시 오르는 듯싶더니 5월에는 20% 이상 하락하였다. 6월 반등을 조금 하였지만 7월이 되며 다시 내려갔다.
직장인들의 점심값은 대체로 일정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점심은 하루 중 가장 간단히 먹는 식사이며 다소간 수입이 감소한다 하더라도 영향을 크게 주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사람과 같은 추세가 만일 대부분의 중국 직장인들의 추세라면 확실히 중국의 소비 부진이 상당히 심각하다고 판단해도 좋을 것이다. CAIXIN은 이어서 쇼우치엔빠(收钱吧)의 전체 데이터에서 고객을 표본 추출하여 전국적인 소비 업그레이드/다운그레이드 지수를 산정하였다. 그리고 이 지수를 가중 평균하여 최종 지수를 산정하였다. 쇼우치엔빠(收钱吧)의 일 거래량이 5천만 건으로 엄청난 규모이기 때문에 통계적 유의성은 확보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 그래프에서 붉은 선은 새로 추정한 전국 규모의 소비 업그레이드/다운그레이드 지수이다. 그리고 녹색 선은 전년 대비 증감을 나타낸 것이다. 확실하게 2022년 이루 상승하던 점심값이 2023년 초 피크치를 보인다. 춘절 효과일 수도 있다. 그리고는 내려왔다가 다시 상승을 반복했다. 역시 2024년 초 깜짝 상승을 보인 후 급속히 하강하는 국면을 보인다.
이러한 추세를 제외하고 소비의 추세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전년 대비 증감률이다. 녹색선을 보면 2023년 초까지는 전년 대비 소비 액수가 많았다. 그리고는 급락한다. 2024년 초가 되면 엄청나게 감소하고 바로 그다음 춘절 때 간신히 전년 수준으로 올라간다. 그리고는 이후 지속적으로 전년 대비 감소한 점심값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별로 나누어 보았을 때에는 32개 표본 도시 중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소비가 상승한 도시는 7개에 불과했으며, 25개 도시는 다양한 정도의 소비 하락을 보였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분석 결과 소비 하향 추이는 고용 소득 감소보다는 주택 가격과 주가지수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 사실이다. 즉 급여 감소 자체는 조금 늘거나 줄어도 매일 먹는 점심값을 줄여야 할 정도의 타격이 아닌데 집값이나 주가가 내려가면 심리적 타격이 큰 것이다. 주택 가격은 미래의 자산 가치 상승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주가지수는 미래의 배당 수익을 나타낸다. 현재의 중국은 주택 가격은 대부분 폭락에 가까운 수준이며 주가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중국의 소비자는 고용 상태는 불안하고 부동산 가격은 지속 하락하며 여유돈 투자해 두었던 주식은 내려가서 암담한 것이다.
CAIXIN의 기사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였다. 필자로서는 CAIXIN의 이번 기사는 참신하기 짝이 없었다. CAIXIN이 이러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리고 CAIXIN이 이런 데이터를 분석해 내는 그 동기에는 역시 무산 계급, 또는 일반 서민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부자들이 점심값 걱정을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점심값을 줄여야 하는 중국인들과 다른 상황일까? 부동산 가격의 하락에 신음하는 중국인들과 다른 상황일까? 주식 하락으로 낙담하는 중국인들과 다른 상황일까? 다만 이런 상황에 공감하여 이런 데이터를 분석하려는 의도가 없는 것만큼은 중국의 언론과 한국의 언론이 다른 점일 것 같다. 바라건대 한국의 수많은 경제지 중에 한 두 군데 정도는 CAIXIN의 이러한 시도들을 잘 벤치마킹해 주었으면 한다. 한국은 보다 자유롭고 보다 넓은 데이터의 획득이 가능할 터이니 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분석과 보도가 가능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