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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상 Dec 22. 2023

여러 가지 악마

내맘대로 리뷰

요즘 근황을 말하자면, '악마가 지상에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가벼운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제 작품에서 악마는 별로 큰 역할은 아니고 세상에서 네가티브 에너지를 생산하는, 균형유지자 정도입니다.

반대로 포지티브 에너지를 생산하는 역할을 맡은 균형유지자도 있는데, 보통 '천사'라고 불리죠.

이런 구상을 하면서 자료를 찾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두 개의 작품이 동시에 넷플릭스에 떴습니다. '마이 데몬'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나의 데몬'입니다.

'마이 데몬'은 송강과 김유정 주연으로 내용은 악마 같은 재벌 상속녀 도도희와 한순간 능력을 잃어버린 '악마' 구원이 계약 결혼을 하며 벌어지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라고 쓰여 있습니다. 제가 쓰려고 하는 내용과는 이 '마이 데몬'이 더 가깝기 때문에 이걸 봐야 하는데, 저는 애니메이션 '나의 데몬'에 끌렸습니다.

'나의 데몬'은 누가 봐도 '포켓몬스터'입니다.

노란색 자그마만 괴물을 키우는 소년. (여기서 괴물은 '데몬'이라고 불립니다)

이 소년은 엄마를 구하기 위해 데몬과 여행을 떠나고, 중간준간 다른 데몬을 만납니다. 그리고 데몬을 부리는 사람들(포멧몬스터라면 트레이너겠죠)도 나옵니다.

포켓몬스터에서 포멧몬을 포캣몬볼에 넣어서 키우듯, 이들 데몬을 부리는 자들은 데몬의 몸에 전기충격기를 부착하고 데몬이 말을 안 들으면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부립니다.

왜냐하면 포멧몬스터의 세계와 다르게 데몬은 인간들에게 혐오의 대상이니까요.

주인공이 키우는 '아나'만 해도 작은 강아지 크기은데 노란색 몸에, 주름살 투성이이고, 눈도 끔찍하게 여러 개가 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만 아나를 귀엽하고 하고, 다들 끔찍해합니다.

실제로 포켓몬, 혹은 데몬이 세상에 나타난다면 사람들은 포켓몬의 세상보다 나의 데몬의 세상처럼 반응하리라 생각됩니다.

이질적인 외형에 이질적인 능력을 갖춘 동물과 평화롭게 지내리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거대한 몸통, 긴 이빨, 자동차도 뒤집어 버릴 수 있는 동물.

다리도 없고, 적외선을 느끼며, 간혹 다른 생물을 죽이는 독을 뿜을 수 있는 동물.

뛰어난 시각 능력도 판단력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개의 다리로 사방 어느 쪽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동물.

이런 동물이 있다면, 우리는 이들을 우호적으로 인간과 함께 사는 삶에 초대할 수 있을까요?

앞서 말한 동물은 데몬이나 포켓몬이 아니라, 차례로 코끼리, 뱀, 문어입니다.

우린 이미 이들을 조련하고, 멀리하고, 잡아먹고 있습니다. 포켓몬의 세상이 아니라 나의 데몬 세상입니다.

인간에게 이유 없지 학대당하고, 죽임을 당한 데몬은 결국 인간에게 반기를 듭니다.

패러디 같은 느낌이지만, 포켓몬보다 더 생각할 거리를 많은 던져주고,

연출도 흥미진진한 애니메이션 '나의 데몬'을 추천합니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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