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리뷰
넷플릭스에서 <잠>을 보려다가, 아직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서 보고 싶었던 또 하나의 영화 <거미집>을 봤다.
김지운 감독은 <조용한 가족>으로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이 되었고,
그 시나리오로 감독 데뷔까지 하게 된, 성공한 감독이다.
이후, <반칙왕>,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놈, 놈, 놈> 등 히트 감독으로 승승장구하다가 <인랑>으로 흥행에서 곤두박질 쳤다.
그 충격이 컸는지 한참 만에 <거미집>으로 돌아왔다.
감독의 필모를 보면, 분명 영화를 잘 찍는 감독이다.
그런데 그 영화를 그동안 '잘 찍은' 역량이 이번에는 독으로 돌아왔다.
영화는 '영화를 좋아하는 시네필'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소재다.
1970년대, 마지막 한 장면만 고치면 걸작이 탄생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김 감독(송강호 분)은 검열도 받지 않고,
세트장에서 영화를 반 강제적으로 찍는다.
이 세트장에는 정말 희한한 군상이 몰려 있고, 좌충우돌하면서 영화는 완성된다.
그리고 그 영화를 상영하는(시사회인 듯) 극장에서 김 감독이 박수를 받으며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에는 B급의 정서가 녹아 있다. 70년대의 과장된 듯한 연기톤을 선보이는 배우들.
그리고 더 막장인 배우와 제작진의 인간사가 어우러진다.
그런데 이런 B급 감성의 시네필을 위한 영화를 A급 제작비를 들여, A급의 방식으로, A급의 배우들과 찍었다.
그러니 오히려 재미가 반감하고, 흥행에는 대 실패를 하고 만다.
김지운 감독은 인터뷰에서 관객의 문화가 '퇴행'했다는 문제적 발언을 한 적도 있는데,
이 영화가 30만 정도 든 이유는 이 영화가 못 만들어서도, 관객이 퇴행해서도 아니다.
딱 30만 정도의 사람만 좋아할 정도의 소재와 분위기인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0만 정도의 관객이 들면, 흥향이 되도록 제작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영화를 잘 찍는 역량이 독이 돼어, A급 배우가 '때깔' 나게 찍는 바람에 <거미집>의 손익분기점은 200만이 넘어버렸다.
<거미집>은 역시 영화를 소재로 하고, 영화를 찍는 내용의 영화(영화 속 영화가 등장하는 것까지 동일하다)인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참고했어야 했다.
이 영화는 300만 엔의 제작비를 들여 그야말로 킥킥거리며 볼 수 있는 B급 감성을 그대로 드러냈고,
그 결과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수익(30억 엔 이상)을 거둬들였다. 제작비의 무려 1000배!!!
<거미집>은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음에도 불구하고 프로덕션의 실패 때문에 내 점수는 별 한 개(★)다. (내 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