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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키 Sep 24. 2020

효은

15분 소설 - 뜻밖의 보호자

"많이 아파하시던가요?"

의사가 물었을 때 그녀는 머뭇거렸다. "어... 음..."
한바퀴 굴린 눈이 제자리에 돌아왔을 때에도 의사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어머님이 아파도 말씀을 많이 하시는 편이 아닌데요, 이번엔 정말 아프신가 봐요."
의사 앞에 앉은 시어머니의 등을 바라보며 효은은 억지로 대답했다.
"대상포진 통증이 굉장하죠. 상태를 보니 꽤 많이 진행되었어요. 이 정도면 입원을 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입원하시는 게 나을까요?"
의사는 물음표가 붙는 끄트머리쯤 가서야 시선을 시어머니께로 돌렸다. '왜 자꾸 나를 보고 이야기하는 건지 모르겠네.' 효은은 시어머니한테 괜히 죄송스러워졌다. 시어머니는 수시로 허벅지를 찌르는 듯한 고통 때문에 힘들어하긴 했어도 듣고 답하는 데 무리가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의사는 어린 아이를 앉혀둔 양 동행인인 효은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저 병원에 모셔다 드리는 운전수로 왔을 뿐인 효은은 의사의 태도에 자신이 운전수도, 동행인도 아닌 보호자로 이 자리에 있음을 깨달았다. 사리판단에 문제가 없어도 노인이라면 옆에 있는 보다 젊은 이가 보호자로 인식되는 건가, 효은은 불편해졌다. 자신의 존재가 멀쩡한 시어머니를 약자로 만드는 것 같았다. 자꾸 시선이 물러섰다. 일부러 딴청도 피워봤지만 의사는 집요하게 효은을 보호자로 만들었다. 진료를 마치고 효은은 일부러 어머니를 앞세워 느릿느릿 걸어나갔다. 

'의사는 약과였네.' 입원수속을 하며 효은은 다시 속이 불편해졌다. 입원은 좀더 생각해 보겠다며 진통제와 패치를 처방받았던 시어머니는 통증이 잡히지 않아 다시 내원했고, 바로 입원 일정이 잡혔다. 입원 당일, 번호표를 뽑아든 시어머니가 창구로 가자, 직원은 "보호자 안 계세요!? 보호자 오세요!"라며 시어머니를 바라보며 서있던 효은을 불렀다. 시어머니를 대기의자로 모시고 효은이 창구 앞에 가자 직원은 서류를 내밀었다. "분실 우려가 있는 물건은 없으세요? 여기 사인하시고요, 5층으로 가시면 돼요. 가면 간호사가 안내할 거예요. 그리고 여기여기 사인하시면 돼요." 
효은은 서류를 들고 머뭇대다 물었다. "저, 그런데 이거 꼭 보호자가 사인해야 하는 거예요? 환자 본인이 하면 안되나요?" "보통은 보호자가 하세요." "보호자가 없으면요? 혼자 와서 입원해도 돼요?" "네." 효은은 직원을 더이상 귀찮게 하지 않기 위해 하라는 대로 사인을 채웠다. 혼자 입원할 수도 있는 건 다행이네, 싶었다. '보호자가 없으면 얼마나 서럽겠어'와 '보호자가 필요한 사람 취급 받는 것도 서럽지 않을까'란 생각이 왔다갔다했다. 서류를 내고 돌아본 시어머니의 모습이 그날따라 작고, 작아보였다. 그게 효은은 많이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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