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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된 피터팬 Nov 07. 2023

다양성 담론(1)_다양성이 이야기되고 있는 양상

한국도 내년엔 다인종,다문화 국가라는데

개인적으로 "다양하다"는 표현은 선택지에서 옵션이 많을 때 사용한다. 최근 유럽 마트의 스낵 코너에서 다양한 과자 종류에 흥분한 적이 있다. 각기 다른 맛이 주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다양한 선택지에 어떤 것을 골라야 하나 한참을 매대 앞에 서 있었다. 다양성은 이렇게 선택이라는 고민 상황을 만들기도 하지만 삶을 풍부하고 다채롭게 만든다.


다양성이 삶을 다채롭게 한다는 것은 어쩌면 부수적인 유익일 수도 있다.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교수는 생물다양성이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농가들이 돈이 된다는 한 작물로만 농사를 지었는데 해당 작물에 병이 돌면 한꺼번에 다 농사가 망하고, 대안 작물이 없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식량 안보가 우려될 수도 있다. 이렇듯 다양성은 선택 사항을 넘어 생존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식생을 넘어 조직과 사회도 다양성을 필요로 한다. 자연의 이치가 그렇듯 고여 있으면 썩거나 소진되기 마련이기에 건강한 사회는 다양성의 상호작용으로 계속 변한다. 성별, 국적, 경제ㆍ사회적 조건, 신념, 가치관 등의 영역에서의 다양한 차이가 이 사회를 고여 있지 않게 한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가 최근 다양성에 주목하게 된 배경을 생각해 본다. 한국 사회에서 "다양성"은 비교적 근래에 대두된 주제다. 미국처럼 다민족, 다인종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성 주제가 부각되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부주도의 계획 경제 하에서 집단적인 행동을 해야 했기에 다양성보다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때는 그게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기간의 빠른 고도성장이 불가능한 시점에 온 우리는 이제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도 내년이면 OECD기준 다인종다문화 국가에 진입한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는 다양성을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최근 3 년간 HR에서는 DEI(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가 트렌드로 언급되며 다양성의 가치가 부상했다. 다양성을 갖춘 조직이 더 창의적이고 성과가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자 조직 구성 측면으로는 인적 구성에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물리적으로 확보된 다양성을 잘 활용하기 위해 조직 문화 차원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표현되고 수용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획일화된 기준과 정답 신화에 길들여진 한국 사회에서 "다양성"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느낀다. 5지선다 시험에 길들여진 12 년 공교육은 세상엔 정답이 존재한다는 세계관을 심어주었고, 거의 비슷한 모양의 아파트에서 비슷한 생애주기로 살아온 우리에게 "다양성"은 아직 머리로는 받아들여지지만 심적으로 포용되기는 어렵다.


일례로, 우리는 남들과 다른 의견을 내거나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을 향해 소위 "나댄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다문화라는 말은 다양한 문화 자체를 의미하기보다는 한국에 거주하는 (특히 피부색이) 다른 인종을 지칭할 때가 많다. 또한, 기업에서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정책들을 보면 조직에 새로 유입되는 Z 세대를 이해하는 교육이나 장애인 등 소수자 채용에 초점이 있다. 따라서 내가 느끼는 다양성은 주류가 아닌 "소수자"에 집중된 다름과 다양성이고, 그러한 소수자를 이해해야 한다는 캠페인성 메시지가 강하다.


나 역시 집단주의 문화인 한국에서 자라 무의식적으로 주류 집단을 정답과 정상성의 기준으로 두고 다양성을

이해한다. 내가 주류인지 아닌지에 상관없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사회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사회에서 다양성을 온전히 이해하고 포용하는 작업은 굉장히 어렵고 피곤한 일이다. (혹자는 포용이란 단어도 주류의 입장에서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동등한 주체라는 의미로 "포함"이란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 순간 의식적으로 살아가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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