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나는 선생님께

내가 배운 것은 역사가 아닌 세상을 보는 태도였다

by 어른이 된 피터팬

원래는 도서관에 가서 고령화 관련 책을 읽으려고 했다. 그런데 버스를 눈앞에서 놓치고 28분을 기다리라는 위성 정보에 도서관에 갈 마음이 푹 꺼졌다.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다. 에이 몰라~한라 수목원에나 가야지~


노트북만 들고 다시 나왔다. 길가 옆, 유채꽃으로 가득했던 그곳에는 민들레가 노랑을 대신 채우고 있었다. 유채꽃이 벌써 다 지고 사라진 것을 오늘에야 발견하고는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시간의 흐름을 실감했다. 한라 수목원에는 내 두 번째 아지트인 엔젤인어스 카페가 있다. 경치 좋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오늘 문득 선생님 한 분께 편지를 쓰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지난 학기 서양 역사 교양수업을 해주신 교수님. 내 인생의 교양 과목 5개 중 한 과목. 역사를 공부하면서 세상을 보는 태도를 잡아주시고, 모든 것에 숨어 있는 정치와 지금의 현상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라는 교훈을 주신 분이다. 사실 대학에서 들은 전공 수업들은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내게 남은 것이 있다면 교양 과목에서 배운 것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 대해 고민하고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때면 이런 시각을 갖게 해 주신 교수님들이 생각난다.


그리하여 오늘 갑자기 선생님께 이메일을 쓰게 됐다.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실까?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마지막 학기를 즐겁게 보낼 수 있었는데. 그때 배운 역사 지식도 그렇고 세상을 보는 태도도 평생 간직하고 않다. 편지 맨 끝에는 간지럽지만 용기를 내어 "선생님 사랑합니다"라고 썼다. 직접 뵈어서는 도저히 안 나올 말이지만 편지니까 가능하다. 그런데 3시간 후 선생님께 답장이 왔다. 그리고 마지막에 적힌 "나도 사랑한다 제자". 뭉클했다. 이런 선생님을 만나고 이런 수업을 들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오늘 다시 선생님의 가르침을 기억 속에서 꺼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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