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졸업 후, 1년 만에 원하던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취업을 하기까지 1년간은 자격증 취득, 영어 공부, 회사 공채 시험준비, 계약직 근로 등 온갖 취업에 필요한 준비를 하며 지냈다. 그 기간동안 매일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면 약간은 거짓말 같고, 매일 최선을 다해 스트레스 받았다면 100%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긋지긋했던 시간이었다. 드디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취업준비 일상을 마무리하고, 그토록 바라왔던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최종 합격 메일을 받은 후부터는 매일같이 기쁨의 날들을 이어갔다. 취업 준비에 사용했던 모든 문제집을 쬐악 쫘악 찢어버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했고, 가까운 지인들과 놀러갈 계획도 촘촘히 세워놨다. 서울 생활을 잠시 뒤로하고 강원도 고향집에 내려가 엄마 아빠와 종종 드라이브도 가고, 할머니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속극을 챙겨보며 종알 종알 수다를 떠는 나날이었다.
의심 없는 강한 믿음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깨지기 마련인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기쁨의 날들이 상상치도 못했던 소식으로 어둠의 막을 내렸다. 그날 저녁도 강원도 고향집에서 갓 지은 쌀밥에 할머니가 만든 두부조림을 배불리 먹고 한가로이 TV 앞을 지키고 있었다. 저녁 6시가 되기 몇 분 전 회사 인사팀에서 전화가 왔다.
인사팀: “00 씨, 안녕하세요. A 회사 인사팀입니다. 발령지와 일자가 정해져서 전화 드립니다.”
나: “네! 안녕하세요.”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지만 고개를 숙여가며 최대한 깍듯이 인사를 했다.)
인사팀: “창원에 있는 A-1 기관으로 3월 1일 자 발령 났습니다.”
나: “창원이요? 창원이…. 어디죠?”
인사팀: “네, 경상남도에 있는….”
나: “네.!!!??? 경상남도요??? 제가…. 서울에 살고 있는데, 그…. 희망 발령지 적을 때도…. 경상남도는 적은 기억이 없는데……?.”
신입직원의 떨림이 섞인 깍듯한 인사로 시작했던 전화는, 알아듣기 어려운 횡설수설한 목소리로 마무리되었다.
그렇다. 우리 회사는 남쪽 지방에도 사업장이 있었고, 나는 연고지도 아닌 곳, 서울에서 자그마치 300km 이상이 떨어져 있는 곳, 한 번도 가보지 못하였고, 네이버 지도에 검색해야지 위치를 알 수 있었던 ‘창원’이라는 도시에 발령이 난 것이다.
2021년 3월 1일부터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약 3주 안에 행복했던 강원도 고향 생활을 끝내고 20대 초반의 추억이 켜켜이 쌓인 서울 생활도 모두 정리하고, 지체할 시간도 없이 멀리멀리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