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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bridKIM Mar 30. 2023

06 홈 스위트 홈

텔뷘 TALLBYN 탁상스탠드

1.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집중해야 하는 일이 있지 않고서야 집에서 형광등은 잘 켜지 않는다.

형광등의 빛이 너무 차갑게 느껴져서다.

24시간 켜진 전등아래에서 기계처럼 알을 낳는다는 양계장의 닭들처럼

천장을 가득 채운 백색 형광등 아래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조도를 낮추고 조금 느슨하고 게으른 상태가 되고 싶어지는 것이다.

칼퇴 후 집으로 달려와 맥주 한 캔을 마시는 장면도 당연히 따뜻한 붉은색 조명이 배경이다.   


2.

어린 시절에는 아빠와 함께 밤에 안성탕면, 바밤바, 투게더, 새우깡 같은 걸 먹었다.

대학생이 되었을 때는 설계실에 있는 친구들과 고추통닭이나 컵라면에 삼각김밥 같은 걸 먹으며 놀다가 마음이 맞으면 강릉으로 가서 일출을 보고 초당순두부를 먹고 오기도 했다.

직장인이 되고서도 야근과 철야가 디폴트 값인 설계사무실을 다니며 야근 후 음주를 즐기다가 새벽에야 귀가하는 생활을 당연하다는 듯이 했다.

야식에 관한 얘기는 아니고, 어쨌든 저런 것들을 먹고 마시며 밤에 노는 것이 익숙한 야행성 인간이었다는 말씀.

일을 마치고 집에 일찍 오는 날도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을 아까워하며 열심히 놀았다.

지금은 사라진 시네마 정동에서 아침까지 심야 영화 세 편을 연속 상영해 주던 때에는 그걸 보러 가곤 했다. 영화를 특별히 좋아해서라기보다 밤에 노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1편에 40분짜리 10부작 일드를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보기 시작해 잠들기 전까지 마지막 회를 독파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밤만 되면 놀고 싶은 욕망이 깨어났다.

물론 에너지가 넘쳐서 체력을 낭비해 대던 시절의 이야기다.


3.

이제 그런 체력은 남아있지 않다.

일단 야근이 힘들다. 8시까지만 야근을 해도 다음날 아침 컨디션에 차이가 난다.

소화력이 떨어져서 야식은커녕 저녁 식사가 너무 늦어지는 것이 불편한 지경이다. 물론 가끔 마시는 술은 포기할 수 없지만…

최근엔 떨어진 체력을 키우느라 수영을 시작했는데, 그 시간이 하필 새벽이라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밤에 밖으로 나가 노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되었다.   


4.

그러나 밖으로 나가서 놀 에너지는 없을지언정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까지 꼼지락거리며 무언가를 하는 습관만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무엇을 하느냐면,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과 넷플릭스, 책 읽기 같은 것들이다.

자, 이제 자야지. 하고 형광등을 끄고 잠자리에 드는 건 내게 불가능한 일이다. 결심하고 누우면 잠은 더욱 멀리 달아난다.

새벽에 수영을 가서 허우적대지 않으려면 이젠 정말 일찍 자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최근엔 잠자리에서 핸드폰이나 아이패드를 가지고 노는 것은 지양하는 편이다.


잠이 드는데 가장 효과가 큰 건 역시 책이다.

느긋한 마음으로 눈을 게슴츠레 뜬 채 책을 본다.

읽는다는 적극적인 행위라기보다 그저 활자를 쳐다본다에 가까운 방식으로 조도가 낮은 방에서 책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잠이란 녀석이 슬그머니 곁에 와 있다. 낮에 유독 커피를 많이 마셔서 특별히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아니고서야 이 방식은 나에게 웬만하면 통한다.


잠이 막 들려고 하는 그 시점에는 조그마한 움직임조차도 조심해야 한다.

이불밖으로 함부로 나가서 온기를 잃거나, 불을 끄기 위해 스위치가 있는 벽면으로 걸어가느라 몸을 크게 움직였다가는 이제 막 오는 잠이 달아나기 십상이다.

손을 뻗을 수 있는 위치에 불을 끌 수 있는 탁상스탠드가 필요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5.

이불밖으로 나가지 않고 불을 끄기 위해 최근 이케아에서 탁상스탠드를 샀다.

텔뷘 TALLBYN이다.

아뢰드 AROD 플로어 스탠드는 나의 거실에서 이미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으므로, 침실에도 새로운 조명이 필요했다. 텔뷘 TALLBYN은 나의 침실에서 형광등 대신 편안한 저녁을 위한 무드등으로, 자기 전에는 독서등으로 쓰이고 있다.    

텔뷘 TALlBYN 조명. ©hybridKIM

기존에 쓰던 바르브 VARV는 디밍(빛의 밝기를 조절하는 기능)이 된다는 것이 장점이었는데, 나일론 소재였던 전등갓의 모양이 점점 틀어지더니 형태가 망가져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었다.


예전 집에서 쓰던 바르브 VARV 조명.  ©전소영


물론 우리에게는 스마트전구와 리모컨이라는 대안이 있다.

하지만 플로어 스탠드나 탁상 스탠드가 있다면 단조로운 공간이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텔뷘 TALLBYN 조명은 메탈과 유리 소재로 무게감이 있어 조명을 켜지 않은 순간에도 그 자체로 오브제가 되어준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침실에는 텔뷘 TALLBYN, 거실에는 아뢰드 AROD. 각자의 역할을 수행중인 조명들. 천장에 펜던트도 달고 싶다. ©hybridKIM


6.

누구라도 아늑한 분위기의 집을 원할 것이다.

부드러운 느낌의 따뜻하고 포근한 불빛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그런  집 말이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곳이 마침내 집이라면, 편안한 빛의 조명을 켜고 좀 더 느긋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해도 좋다.


집이 최고지. Home sweet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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