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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살 어른이 Jun 23. 2020

오빠 버섯 모양 타투는 어때?

여름을 준비하며..

마흔이 넘어 특이한 별명이 생겼다. 직장 생활을 하며 10년 넘게 친하게(?) 지내온 짓궂은 여자 사람 동생들이 지어준 별명, '검버섯 오빠'

오빠! 팔에 그거 뭐야?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던 몇 달 전, 오랜만에 여자 사람 동생들과 성수동에서 회동을 가졌다. 지금은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가 된 동생들이지만 20대의 추억을 함께한 동생들과의 시간은 철없는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나는 와이셔츠의 팔을 걷어 올리고 대화를 이어가려는데, 한 동생이 "오빠! 팔에 그거 뭐야?" 그러는 거다.

내 오른팔에는 약 2~3cm 길이의 긴 흉터가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소위 '칼빵'이라 불리는 흉터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흉터는 신혼초 와이셔츠 다림질을 하다 다리미에 덴 흉터다. 나름 가정적인 남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영광(?)의 상처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흉터 위에 있는 신원미상의 검은색 점 2개다. 하나는 지름이 약 1cm, 다른 하나는 이보다 좀 작아 0.2cm 정도 되는 듯하다. 그 동생은 원래 나한테 이런 점이 있었냐며 혹시 벌써 노화로 인한 '검버섯'이 아니냐 했다. 그리고 그다음부터 나는 '검버섯 오빠'가 돼버렸다.

점점 커지는 정체불명의 검은 그것!

사실 이 점은 원래 있던 점이 아니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몇 해 전 내 팔뚝의 어떤 지점이 점점 검어지더니 지금은 점이 되고 말았다. 하필이면 기다란 다리미 화상 자국이 있는 팔뚝이라 그다지 보기가 좋지는 않다.

처음 팔뚝이 검어지기 시작할 땐 걱정도 됐다. 점이 점점 커지면 피부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피부암이 의심되는 점의 특징이 있다고 한다. 만약 점의 모양이 비대칭이거나 라인이 뚜렷하지 않을 경우, 또는 점이 유독 크거나 붉은색, 푸른색 등 생소한 색깔의 점이라면 피부암을 의심해 병원의 진료를 빨리 받아야 한다고 한다. 다행히 내 팔뚝의 점은 이런 의심스러운 점은 없었다.


설마.. 말로만 듣던 검! 버! 섯!?

다행이라고? 그럼 이건 혹시 피부 노화로 인한 색소침착으로 생긴 검버섯? 지금 와서 고백하자면 사실 그 동생이 얘기하기 전부터 검버섯을 의심하긴 했다. 검버섯이 노년층에서 많이 생겨 저승꽃이라고도 불리긴 하지만 20~30대에서도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위안이 되지는 않지만 자외선 때문에 색소침착이 생기고 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나름 그루밍족이라 생각해 얼굴에는 선크림을 1년 내내 바르고 다니지만 한여름에도 팔에는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으니 충분히 생기고도 남을 듯하다.

하지만 요즘, 이 흉터와 점들 때문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여름이 다가오는 길목인 요즘, 반팔을 입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흉터와 이 점들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몸에 열이 많아 여름에는 절대 긴팔을 입지 못하는 체질이라 더 걱정이다.

그래서 올해는 큰 맘먹고 피부과에서 레이저 시술을 해보려 문의하기로 했다. 상남자인지라 피부과가 아직 어색해 직접 방문하기 전, 피부과에 다니는 여자 사람 동생 중 한 명에게 팔뚝 사진을 찍어 보냈다. 그리고 피부과에 시술 방법과 가격 상담을 어레인지 해달라고 부탁했다.

현대 의학으로는 아직...

하지만 결과는... 레이저 시술을 해도 이 정도 사이즈의 점이면 오히려 흉터가 남을 수 있다고 한다. 레이저로 점을 빼는 것 자체가 레이저로 살을 태우는 건데 작은 점이라면 흉터가 생겨도 금방 없어지고, 남더라도 티가 나지 않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검은 점은 없어지겠지만 그 자리에 흉터가 생겨 하얗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을 빼고 싶으면 피부과에 방문하라고 한다. 검은 점이냐? 흰점이냐? 선택의 기로에서 나는 그냥 돈을 아끼고 검은 점을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 온천을 가보니 문신을 가리기 위해 케토톱 같은 파스를 붙이는 사람도 있던데.. 이것도 관두기로 했다. 케토톱 붙이고 직사광선 받으면 안 된다고 해서 요즘은 차라리 타투라도 할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기도 하다. 다소 나이 든 사람처럼 보일 수 있는 검버섯보다 약간은 날티가 나더라도 멋져 보일 수 있는 타투가 좋지 않을까? 

이 말을 들은 그 여자 사람 동생들은 또 한마디 한다.

"오빠~ 그럼 버섯 모양으로 타투를 해~"


타투를 할지 말지는 아직 고민이지만 한 가지 확실히 결심한 건 올여름부터는 선크림을 제대로 바르고 다닌다는 것이다.


일상건강 매거진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http://naver.me/x3OY28w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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