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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티 Oct 19. 2023

아기의 백일은 엄마의 100일

90년대생 엄마의 첫 육아일기

눈 깜짝할 새에 아기와의 100일이 지나갔다. 왕초보 엄마였던 나는 이제 초보 엄마쯤은 된 것 같다. 아기를 먹이고 재우고 씻기는 것도 이제는 모두 어느 정도 견딜만한 정도에 이르렀다. 100일이 지나야 겨우 견딜 정도가 되다니.. 육아는 그만큼 쉬운 게 아니다. 하긴 한 사람을 만들어가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육아가 체질이라고 하는 사람도 사실은 어려운 일을 조금 더 잘 견디는 법을 터득한 것일 뿐 육아는 절대 체질일 수 없고 그저 나의 소중한 자녀를 위해 하루하루 인내하며 살아내는 것이다.


어제는 아기의 백일이었다. 백일 맞이 홈스냅은 미리 찍어두었고 백일 당일엔 남편의 출장으로 인해 시댁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은율이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백일상을 직접 차려서 축하해 주셨다. 본인들 생일은 합리적으로 하자며 대충 지나가시는 분들인데 손주의 백일은 고심해서 주문 제작한 떡케이크부터 하나에 4천 원짜리 사과까지 어디 하나 허투루 준비하신 게 없었다. 한 아이의 탄생이 이렇게 한 사람을, 한 가정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아기의 백일은 엄마의 백일이라고도 한다. 임신을 한 동안 빠지지 않았던 머리카락은 백일이 다가올수록 우수수 빠져나가고 아기를 낳은 직후 오르락내리락했던 호르몬은 점차 제 자리로 돌아간다. 임산부였던 몸에서 이제 다시 본래의 내 모습으로 슬슬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몸과 달리 마음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이제는 여자에서 엄마가 되어버린 그런 내 자신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된 것이다. 한 아이를 백일동안이나 키웠으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우리 앞에 있었겠는가. 그 시간들을 거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엄마와 자식이 되었다.


백일의 기적이란 말도 있다. 백일의 기적이 뭘까 궁금했던 나는 백일이 되자 스스로 그 답을 조금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기나 엄마나 3개월쯤 지나니 이제 어느 정도 서로에게 적응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기는 엄마가 이렇게 하면 안아주는구나, 우리 엄마는 이렇게 생겼구나 하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또한 이쯤 되면 통잠을 자는 아기들이 많아지는데(통잠 = 밤잠을 이어서 자는 것) 백일 전까지는 새벽에도 몇 번이나 일어나서 수유를 했어야 했다면 백일 이후로는 새벽 수유가 사라지고 통잠을 자는 기적을 맛볼 수 있기에 백일의 기적이라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백일의 기적은 아기의 기적이 아니라 엄마가 느끼는 기적에 가까운 것 같다.


아무렴 어떠랴. 100일 동안 이렇게 건강하게 잘 자라준 것을! 너도 그동안 엄마 아빠에게 적응하느라 고생 많았지? 엄마 아빠도 처음이라 어색한 것도 많았지만 그동안 너랑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부모로서 성장한 것 같아. 앞으로도 좋은 부모보다는 너의 옆에 늘 있어주는 부모가 될게. 우리 서로에게 더 정들어가자. 사랑해 엄마의 첫아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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