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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티 Nov 10. 2023

육아에 덕질이 도움이 될 줄이야

90년대생 엄마의 첫 육아일기

아기랑 함께한 지도 벌써 4개월이나 되었다. 하루하루는 너무나도 긴데 4개월은 다소 짧게 느껴진다. 그동안 어떻게 버텼지 싶다가도 다시는 안 올 그 시간들이 아깝기도 하다. 이런 상념에 젖어들기가 무섭게 아기는 오늘도 울음으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한다. ‘엄마 배고파요.’, ‘엄마 잠이 오는데 잠에 드는 게 힘들어요.’ 이제는 울음소리를 듣고도 아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을 정도의 엄마가 되었음에 이내 뿌듯해하는 내 자신을 바라보며 나, 엄마 다 되었구나 하고 속으로 말하고 만다.


아기를 갖기 전에 나는 케이팝을 정말 좋아했다. 너무 좋아했던 나머지 퇴근 하고는 댄스학원도 다녔다. 매일 댄스 연습을 하고 학원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인스타그램으로 소통을 했던 그 시절이 지금도 그립다. 케이팝 가수 중에서는 특별히 SM 소속 가수들을 좋아해 왔는데 그중 나의 최애는 NCT DREAM의 해찬이라는 가수였다. 따로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어서 덕질을 할 정도였으니 그 시절 나는 제대로 된 덕후였음에 틀림없다. 그렇게 앨범도 사고 방송도 다 챙겨보면서 나는 엔시티의 팬클럽인 시즈니가 되었다. 무언가에 소속감이 생긴다는 것 그것이 나의 취미가 되었던 것 같다.


육아를 하면서는 시간이 없어서 더 이상 덕질을 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티비에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나오거나 따라 하고 싶은 케이팝 댄스가 있으면 괜히 마음이 설렌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 그것이 하루하루를 즐기면서 살아가게 한다.


이런 나의 덕후 기질(?)이 육아에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은 건 오늘이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아기의 여러 모습들을 가장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고 그것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기회도 얻었으니 덕후에게 이만한 선물이 있겠는가! 오늘도 나의 육아 계정은 쉴 새 없이 아기 사진이 업로드되고 있으며 내 사진첩은 아기 사진으로 이미 10,000장 정도가 채워져 있다.


한 번 덕후는 영원한 덕후인가 보다. 나는 뭔가에 빠지면 지독하게 파고드는 습성(?)이 있는데 그것이 육아를 하다 보니 도움이 되는 구석도 있는 모양이다. 아이를 위해 육아 공부를 하고 모르는 건 주변에 물어보는 요즘의 이런 생활이 생각보다 마음에 든다. 내 아이를 알아가는 기쁨은 아이돌 덕질을 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아주 커다란 행복이다.


물론 이런 마음이 지나치면 안 되겠지만 일단은 이런 마음에 조금은 빠져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결혼 6년 만에 찾아온 아기인데 이만큼 예뻐해 주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 아닐까.


오늘도 엄마는 너의 사진과 영상을 보며 웃음 짓고 너의 내일 스케줄을 궁금해하며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하곤 한단다. 집안 곳곳에 가득한 너의 알록달록한 장난감과 아기 세제 향기가 엄마를 오늘도 행복하게 해. 이런 행복을 선물해 준 아가야. 고마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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