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 뭐가 좋아서 방바닥에 배를 깔아야지.

다시 쓰는 시골생활

 잠시 창문을 열고 이불을 털어 갠 뒤 다시 창문을 닫은 방안은 어딘가 매캐했다. 밤새 내리던 비가 아침엔 태풍이라는 이름까지 달고 쏟아붓고 있어서 모처럼 산뜻하고 선선한 공기가 방안에 스미게 하고 싶었지만 도통 견딜 수 없게 습기가 계속되자 나는 창문을 닫고 보일러를 돌리는 방법을 택했다.

 벌써 8월의 막바지다. 시골에서 맞이한 봄과 여름이 이젠 굿바이 인사를 하려 한다. 여름을 좋아하는 나는 여름의 바지자락을 붙잡고 매달리고 싶은데 매정하게 비만 쏟아지니 나는 벌써 가을을 맞이한 듯 울적했다.

 시간이 자꾸만 흐른다. 너무 빠르게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나는 어느새 이곳을 너무 사랑하게 되었고 구걸을 해서라도 이 사랑을 떠나보내기 싫어졌다.

 금세 말을 바꾸자면 사실 다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나는 내 안의 번뇌와 싸우느라 실제 앓아눕기도 해야 했다. 정토 수행자로서 엎드려 절하며 나의 어리석음을 참회해본 적도 있으나 역시 나에게는 토해내듯 글을 쓰며 감정을 정리하는 방법이 제일 좋았다. 이곳은 2학기가 시작되었고 아이들은 하루 종일 집을 비워준다. 나는 많이 안정을 찾았고 남들에게 공개해도 좋을 만큼 정리된 글감을 가지고 있다.

 천둥과 번개까지 가세한 하늘은 지구를 찔러 죽일 듯 분노해있는데 어쩐지 빗방울은 그렇게 굵지 않다. 이번 태풍은 세력이 약한가 보다. 나는 많은 태풍을 만나왔지만 그 어떤 힘센 태풍도 나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이번 태풍도 나와 우리 가족에게 위협을 주지는 못할 것 같다. 낡은 시골집이 든든하게 우리를 감싸고 있다. 비 한 방울 새어들지 않고 훈훈하게 보일러까지 돌아가니 기특할 뿐이다.

 이번 비가 그치면 아직 8월이지만 가을이 내 집 현관을 두드릴 것이다. 맞이하기 싫은 손님이지만 시간이란 녀석은 나에게 손님맞이를 강요하겠지. 나는 얼마 남지 않은 시골에서의 시간을 알차고 요령 있게 쓰고 싶다. 그리고 지난날의 추억들을 낱낱이 이곳에 기록하고 싶다. 다시 글을 쓰고 싶어진 오늘 나는 방바닥에 배를 깔고 천둥소리를 뒷등으로 들으며 팬을 잡을 것이다. 이야기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나는 시골생활의 정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