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2> : 이 세상 모든 라일리에게
약 10여 년 전, 영화관에서 만난 <인사이드 아웃>은 신선한 상상력과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로 시간이 지나도 언제나 기분 좋은 따뜻함으로 기억되었다.
그리고 10년 후 지금, 영화의 주인공인 라일리가 사춘기를 겪으며 마주하는 새로운 감정들과의 이야기를 담은 <인사이드 아웃 2>가 나왔다. 예고편을 보고 여전히 통통 튀는 상상력에 대한 기대감과 이번에는 또 나의 사춘기 시절 중 어떤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까에 대한 호기심에 주저 없이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 초반에는 10대에 접어든 라일리에게 사춘기가 찾아오는 상황이 그려지는데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평화롭게만 흘러갈 것 같던 나날 중 예고도 없이 한밤중에 '비상등'이 울리고, 작업반이 감정들이 모여 있는 상황실에 들이닥쳐 이곳저곳을 부수고, 헤집어 놓는다. 또한 라일리의 감정을 관리하는 컨트롤러도 손보았는데, 이후 이 컨트롤러는 아주 살짝만 건드려도 감정이 메가로 증폭되게 된다. 사춘기 시절의 예민함을 참으로 위트 있게 묘사했다.
이외에도 사춘기가 찾아온 라일리에게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겼는데, 이를테면 가족섬의 크기는 작아지고 대신 우정섬의 크기가 커진다. 청소년 시기에는 가족보다는 친구와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친구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싶어 하게 되는데 이것이 각 섬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으로 묘사한 것이다. 이렇듯 라일리가 사춘기를 겪으며 마주하는 변화들은 보는 내내 나의 10대 시절의 어느 날과 상황, 감정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이후 라일리는 하키 캠프에서 새로 등장한 감정들 특히 새롭게 감정의 주축이 된 '불안이'로 인해 여러 가지 상황을 겪게 된다. 잘 나가는 하키팀에 소속된 고등학교 선배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평소 좋아하지 않던 과자를 좋아하는 척하고, 실력을 인정받지 못해 팀에 들어가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에 자신을 몰아붙이며 밤낮으로 연습하고, 마찬가지의 이유로 가장 친한 친구들이 경기에서 활약해도 기꺼이 기뻐하지 못하고 외려 불안함을 느낀다.
이런 라일리를 보면서 이상하게도 10대의 사춘기 시절만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라일리가 참가한 하키 캠프에서 겪은 일들은 내가 어느 날의 직장에서 또는 어느 날의 친구와 마주 앉은 카페에서, 침대에 누웠지만 쉬이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어느 새벽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일까, 영화 끝자락에 라일리에게 새로운 자아와 신념이 자리 잡고 기존의 감정들과 새로운 감정 모두가 '어찌 이런 라일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라며 서로를 안아주는 장면이 마음에 크게 남았다. 30대에 접어든 지금도 여전히 때때로 10대 사춘기처럼 불안하고, 불완전하지만 순간순간을 잘 다독이고 다져가고 있는 너를, 나 자체를 우리는 모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리고 나를 포함한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순간의 라일리들에게 감히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각자의 치열함 속에서 나다움을 지키고 당신다움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에게, 살면서 뜻하지 않게 마주하게 되는 누군가의 무례함이나 또는 유치한 악의 따위가 감히 우리를 해치지 않도록 하자고.
있는 그대로의 우리는 그 자체로 소중하고, 우리 모두는 그런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