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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스 Feb 18. 2019

철학 과목의 9등급제 평가

 '현대 사회와 철학' 수강을 마무리하며  

 ‘1’, ‘2’, ‘3’,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매 학기가 끝날 때 간절히 바라 왔던 등급들이다. 21세기 고등학생들에게 석차와 인원 비율에 따라 등급을 받는 ‘내신 9등급 평가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과연 학생들이 공부하는 과목을 단순히 비율에 따라 9개의 등급으로만 평가하는 것이 옳을까? 구체적으로, ‘철학’ 과목에서의 내신 9등급 평가제는 시행되어야만 하는 걸까? 이 외에 더 좋은 방안은 없는 것일까? 


 먼저, ‘내신 9등급 평가제’의 도입 배경과 그 취지를 알아야 한다. 9등급제 상대평가 이전의 내신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수(100~90), 우(89~80), 미(79~70), 양(69~60), 가(59-0) 총 5개의 구간으로 평가결과가 내려졌다. 하지만, 절대평가의 고질적인 문제인 ‘변별성’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내신 부풀리기가 만연해져 그 대안으로 ‘등급제’가 제시되었고 결국 ‘내신 9등급제 평가’가 시작되었다. 당시 이와 같은 사항이 발표된 이후 진보와 보수 양측 모두 이에 대해 반발했다. 보수는 “학생들이 노력한 그대로 대가를 주는 것이 당연한데 등급제로 퉁 쳐버리면 운 좋게 등급 컷에 걸린 놈이나 만점 받은 놈이나 똑같아진다”라고 주장하였으며 진보 또한 “학생에 등급을 매기는 행위는 학생을 상품화하는 것으로 인격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하며 반발하였다. 비판의 핵심은 다르지만  9등급제 상대평가는 도입 당시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았음은 분명하다. 필자는 ‘평가 방식’의 경우 평가의 대상이 되는 ‘학생’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처럼 보수와 진보 모두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상대평가제가 과연 적절한 평가방식인지 의문만 남는다. 



 등급제 본연의 문제


 먼저, 등급제 자체의 본질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현재 등급제는 석차와 비율에 따라 1등급(상위 누적 4%), 2등급(상위 누적 11%), 3등급(상위 누적 23%), 4등급(상위 누적 40%), 5등급(상위 누적 60%), 6등급(상위 누적 77%), 7등급(상위 누적 89%), 8등급(상위 누적 96%), 9등급(상위 누적 100%)으로 정확한 석차와 상관없이 총 9개의 등급으로 나누어져 평가된다. 하지만, 위와 같은 등급의 구별기준은 교육부의 ‘자의적인 기준’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명확해 보이지만 그 바탕에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 빈약한 제도이다. 또한, 구체적인 평가 기준이 되기 어려우며 ‘운’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필자 또한 이러한 9등급제 상대평가를 1년 반, 5번에 걸친 중간/기말고사를 통해 경험했다. 어떨 때는 아쉽게 3등급의 문을 열기도 하고 간신히 5등급의 문을 닫기도 했다.( 해당하는 등급의 시작이 되는 석차를 받았을 경우 ‘문을 열었다’, 해당하는 등급의 마지막 석차를 받았을 경우 ‘문을 닫았다’라고 표현한다 )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 중 하나는 원점수 1점도 차이 나지 않는 점수, 석차 하나 때문에 갈리는 등급 하나는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 등급의 차이가 중요한 시점에서 그날 컨디션, 실수 등 에 따라 1점도 되지 않는 원점수의 차이로 인해 대학과 직결되는 등급이 구분되고는 한다.   


  



'철학' 과목의 본질을 무시하는 평가방식


 이제 구체적으로 ‘철학’이라는 분야의 과목이 특수성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필자가 1학년일 때만 해도 철학 교과가 교양으로 개설되어 단순히 Pass / Fail로만 평가되어 등급제 평가에 대해 크게 고민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2학년에 올라오면서 ‘현대 사회와 철학’이 일반 교과로 개설되고 상대평가인 9등급 제로 평가되기 시작되면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다. 현대 사회와 철학 첫 번째 시간에 ‘철학’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살피고 철학이란 본질적으로 ‘생각하는 학문’, ‘지혜에 대한 탐구’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필자가 경험한 평가는 이와 달랐다. 상대평가제인 9등급제가 기반이 되어 등급을 필수적으로 나눠야 한다는 이유 때문인지 Quiz나 중간고사를 통해 다룬 내용은 ‘생각하는 힘’과 관련된 내용이기보다 수업의 교재였던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암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선생님께서도 Quiz 윗부분에 “본 퀴즈의 목적은 자유론 본문에 대한 여러분의 이해도를 점검하는 데에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보여준 여러분의 빛나는 아이디어가 단지 점수로만 환산된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말씀해주셨지만, 당장 ‘점수’와 직결되어 있는 Quiz에 대해 그러한 생각을 갖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필자는 ‘암기’에 관한 평가가 인터넷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찾을 수 있는 21세기에, 더군다나 ‘철학’이라는 ‘생각’을 중시하는 학문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암기라는 것이 내용 이해의 측면도 있지만, 단순히 내용을 맹목적으로 외우기만 한다는 경향이 강하다고 생각하며 철학이라는 학문과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철학 과목을 등급제 점수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상이 아닌 현실에 살기에


그렇다면 왜 ‘현대 사회와 철학’이라는 학문은 아직도 그러한 평가를 추구하는 것인가? 우리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평가는 상대 평가제를 추구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기인한 것이다. 즉 등급을 나눠야 한다는 ‘현실’이 학문의 본질과는 맞지 않은 평가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우리가 ‘교육부 지침’이라는 현실에서 벗어나 완전한 이상에서 수업하지 않는 이상 그러한 틀 안에서 이를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과목, 더군다나 ‘철학’ 분야의 과목에 9등급제 상대평가를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이상’만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는 주어진 현실, 즉, ‘교육부가 규정하고 있는 9등급제 상대평가’ 제도 안에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학생과 선생님 사이의 평가 기준 맞춰가기


 필자는 수업시간의 참여도를 철학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에서 중요하게 생각한다. 설령 그것이 평가요소에 들어가지 않아도 참여도가 높은 수업에서 배워가는 것들이 그렇지 않은 교과보다 많다는 것은 이미 1년 여간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필자가 생각한 현재 현대 사회와 철학 평가의 개선 방안은 수업시간에 반복적으로 진행하는 토의의 참여도를 평가요소에 넣는 것이다. 우리는 앞선 현대 사회와 철학 시간에 ‘자유’에 대하여 수업을 할 때 매시간 토의를 진행하였다. 하지만, 참여도가 평가요소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매번 토의를 진행하는 친구들은 5-8명에서 한정되며 나머지 20여 명의 아이들은 토의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 제2장 생각과 토론의 자유 부분에서 “어떤 문제에 대해 가능한 한 가장 정확한 진리를 얻기 위해서는 상이한 의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나아가 다양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그 문제를 이모저모 따져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명한 사람 치고 이것 외에 다른 방법으로 지혜를 얻은 사람은 없다. 인간 지성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지혜를 얻을 수는 없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필자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의 확장’을 중시하는 ‘철학’이라는 학문에서 다른 친구의 의견을 듣고 이를 비판해나가는 것만큼 좋은 학습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의(토론)에 참여하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다면 사고의 확장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토의(토론)에 참여하지 않는 친구들이 ‘생각이 없어서’ 혹은 ‘의견이 없어서’ 참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분명 자신의 의견이 있지만 나눔의 가치보다 당장의 잠이나 다른 공부의 가치를 높게 두어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참여도를 평가요소에 넣어서 그들이 토의(토론)에 참여하는 것의 가치를 높게 두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그렇다면 구체적인 참여도의 평가 기준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 불가능하지 않은가? ’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앞서 교육부의 절대 평가 도입 취지를 비판하면서 평가기준은 평가의 대상이 되는 학생들의 의견을 중점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언급했다. 즉, 적절한 평가기준은 평가 대상이 되는 학생들과 평가자인 선생님의 협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완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평가가 마무리되어가는  필자의 상황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답은 ‘생활기록부’이다. 담당 선생님은 각 교과의 세부능력 특기사항을 기입할 수 있다. 따라서, 수업시간에 참여도를 기반으로 교과 세부능력 특기사항에 분명한 차이를 줄 것이라고 공지를 해주신다면 참여도가 조금이나마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친구들이  '현대 사회와 철학' 과목을 통해서 각자 학문의 색깔에 맞는 것들을 성취하는 수업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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