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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ker 한영 Jan 23. 2024

도보 국토종단 루트

우리나라에 꼭 있어야 할 도보종단 길에 대한 소망

우리나라에만 없던 길


   우리나라를 해남 땅끝마을부터 고성 철책선까지 사람길을 찾아 도보 종단한 국토종주가 끝난 지도 벌써 3년 8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사람길 국토종주> 책이 나왔고, 사단법인 한국사람길걷기협회가 창설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람길 국토종주는 새로운 시도였다. 유럽과 미국, 이웃 일본 등 선진국이 다 있는 도보 국토종단길이 우리나라에 없는 것이 나는 항상 아쉬웠다.

   공식적인 도보 국토종단길이 없다 보니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도보 국토종단을 하는 사람들은 찻길인 국도를 이용해 걸을 수밖에 없었다. 많은 위험 외에도 볼게 찻길밖에 없다 보니 '국토에 대한 발견과 감흥'이라는 국토종주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종전의 찻길 중심의 국토종단의 관례를 깨고 우리 국토의 속살과 진면목을 속속들이 들여다본 최초의 진정한 도보 국토종단으로서 '사람길 국토종주'를 떠났던 것이다.

   우리 국토의 자연과 역사·문화·지리·지역의 삶을 느끼고 알기 위한 사람길로 마을과 마을을 통과하고, 사람길이 없으면 풀숲을 헤치고 강을 건너고 길 없는 길을 뚫으며 걸은 우리나라 최초의 도보 국토종주 루트 개척 작업이었다.


우리 국토를 먼저 아는 꿈


   그 이야기를 담은 <사람길 국토종주> 책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에 퍼지고 국토교통부의 '이달의 도서'로 선정되는 등 사람들에게도 알려졌다. 계속 많이 알려져서 우리가 걸었던 이 루트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걷게 되고, 둘레길 걷기처럼 시간 될 때마다 한 구간 한 구간 걸어서 국토종주의 꿈을 많은 국민들이 이루기를 나는 바랬다.

   지자체와 국가에서 도보 국토종주 투트로 공식화해 길이 다듬어지고, 이정표가 세워지고, 구간별 인증제도가 생기고, 길 주변에 숙소와 음식점이 생겨 많은 도보 여행자들을 위한 편의를 제공하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해외의 도보길보다 우리 땅을 먼저 걷고 우리 국토를 먼저 알게 되기를 꿈꿔왔다.

   도보길(사람길)이 생기는 것은 단순한 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걸으면서 느낀 대로 지역 통합과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해법이 저절로 열리는 것이 도보 국토종단 길에 담겨 있었다.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몰두하다 놓쳤던 부분, 즉 사람 중심의 길(도보길)의 중요성을 지금은 전 세계가 자각하고 있다.

   걷기와 도보길이 활성화되면 어느 국가나 예외 없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는 것은 물론 걷기 산업이 부흥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스페인 산티아고 길이 연간 수조 원의 경제유발효과를 내고 제주도 올레길이 연간 4천억의 경제효과를 얻듯이, 도보 국토종단길이 초고령사회의 늘어가는 국가비용과 경제활력 차원에서 좋은 기능을 할 것이다.


꿈이 아닌 현실


   그런데 나의 그 같은 꿈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을 어제 느꼈다. 사람길 국토종주 루트를 걷겠다는 단체가 처음으로 생겼다. 내게 자문을 구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어제 K-ICT 전문위원이란 분을 만났는데 오랜 공직생활을 은퇴한 분들과 현역에 있는 분들 7명이 한 팀이 되어 우리의 방식 그대로 한 달에 한 번씩 주말 이틀을 이용해 사람길 국토종주 루트를 그대로 따라서 다음 달부터 걷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분들이 새로운 모험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았다. 일행 중 등산을 다닌 2명 외엔 지시만 하고 앉아만 있던 분들이라 사람길 국토종주 루트를 걸으면서 겪는 모험과 탐험의 이야기를 '꼰대들의 좌충우돌'(가칭)이란 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에도 싣는다고 한다.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걸을 때 국토종주 표식 리본을 괜히 달은 게 아니라는 점이 증명되었다. 이런 분들의 사례처럼 사람길 국토종주 마니아들이 앞으로 더욱 많이 생겨날 것이다.

   사실 해남-고성 사람길 국토종주 루트는 우리 국토를 제대로 느끼고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들도 우리나라를 알고 싶다면 이 중 한 구간이라도 걸어보기를 추천하는 길이다.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들처럼 우리 땅 우리 국토를 걸으며 경험하는 도보 국토종주 루트가 활성화되고 많은 국민들이 도보 국토여행길에 나설 수 있기를 꿈꿔본다.


총 17회차 34일에 걸쳐 완성한 946km의 사람길 국토종단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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