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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너블 티처조 Apr 26. 2020

028 영어강사가 10년째 편지를 쓰는 이유

2009년 학생에게 처음 편지를 썼다. 마지막 수업날이 되면 에이포 반 사이즈로 출력해 나눠줬다. 편지에는 수업시간에 못 다한 이야기를 넣었고 쉬는시간에 못 다한 수다를 넣었다. 학생이 보낸 반응은 반반이어었다. '영어강사가 뭐 이런 걸 다 주지'하는 반응과 '이런 걸 주는 영어강사도 있구나'하는 반응이었다. 책상 위에 편지를 올려둔 채 강의실을 나간 학생도 있었고 자기 방 책상 위에 편지를 붙여두며 두고두고 본다는 학생도 있었다.



영어공방 2020년 4월 월간편지



편지는 적게는 10명에게 많게는 100명이 넘는 학생에게 배송됐다. 나는 학생 한 명을 생각하며 편지를 썼는데 답장은 여러 학생에게 왔다. 학생은 저마다 편지를 다르게 해석했다. 누군가는 영어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를 읽었고 누군가는 영어와 가까워지는 '재미'를 읽었다. 편지를 보낸 순간부터 편지 주인이 바뀌게 되는 걸까. 편지 주인은 학생이다. 더 이상 강사가 아니다. (영어 공부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



편지는 수명이 길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예전 학생에게서 연락이 온다. '강사님 잘 지내세요? 선생님 계속 영어 가르치세요? 코치님 다시 영어 시작하고 싶어요.' 호칭도 내용도 다양하다. 하지만 마지막 멘트는 한결같다. '편지도 보내주셨잖아요.' 10년 가까이 답장을 바라고 쓰지 않았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다른 시기에 답장이 온다. 2019년에만 열 명 넘게 찾아왔고 2020년에는 벌써 세 명이나 찾아왔다.



학생과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로 남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괜찮은 영어강사는 영어를 잊지 않게 해주는 강사이다. 영어를 잊지 않으려면 여러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영어의 재미를 찾아줘야 하고 영어를 혼자서도 배울 수 있다는 믿음도 심어줘야 하며 영어를 잘하고 나서 얻게 될 기회도 그려줘야 한다. 이 모든 요소를 수업에 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역시 편지를 빌릴 수밖에 없다. 수업 시간에 미처 못 다한 이야기를 수업 시간에 미처 못 다한 수다를 편지에 꾹꾹 눌러 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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