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영어를 배우는 이유를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영어로 말하기를 잘하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학창 시절 영어로 읽는 듣는 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말할 기회가 없었던 터라 다들 말하기에 목말라 있는 듯하다. 하지만 말하기를 '읽고 들었던 방식'으로 접근하면 필패한다. 일단 영어로 말하는 '행위' 자체가 어색하거니와 영어를 한 마디도 쓰지 않는 한국 환경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선 영어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영어 말하기, 뭐, 그까짓 것, 그냥 뱉으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태도를 가진 학생은 100명 중 1명 될까 말까다. 한국 교육 정서상 자기 생각을 '말'로 전달하는 일도 쉽지 않다. 더군다나 자기 의견을 '영어'로 말해야 되니, 두려움이 엄습한다. 쉽게 말해 영어 말하기 실력을 늘리려면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결심으론 부족하다. 그렇다고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진 않다. 단지 다음 3가지를 염두에 두자.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끝내 끌어안게 될 것이다.
그때부턴 말하기 실력이 느는 일만 남는다.
목차
1. 일단 한 단어
2. 하고 싶은 말이 아닌 할 수 있는 말
3. 나는 나보다 더 잘할 수도 없고 더 못할 수도 없다
책 한 권에는 챕터가 최소 3개 이상 있다. 챕터 안에는 단락이 들어있고 단락을 쪼개면 문장이 남는다. 문장을 구성하는 단위는 단어이다. 결국 책은 단어에서 출발하고 단어가 쌓이면 책이 된다. 이런 전략을 영어 말하기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말하고 싶은 문장은 결국 여러 단어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단어만 뱉어보자. 아무 단어든 상관없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어떤 단어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주변에 있는 사물부터 출발해도 좋다. smartphone, monitor, keyboard, book, card 등, 뭐가 됐든 내 입에서 영어 단어가 흘러나와야 한다. 맞고 틀리고는 중요치 않다. 말하기가 두려워 입이 안 떨어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정확성을 고민하고 있는가. 지금 단계에서는 사치다. 이제 한 단계 나아가보자.
그렇게 뱉은 단어에, 다른 단어 딱 하나만 추가해보자.
smartphone good, monitor big, keyboard wide, book boring, card money 등. 뭐라도 붙여보자. 관련 있는 단어를 떠올리되 안 떠올라도 전혀 문제없다. 무조건 뱉어야 는다. 계속 단어로 말하다 보면 영어로 말하는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진다. 단어로 뱉는 속도가 빨라지고 마음이 편해지면 슬슬 욕심이 생긴다. 문장으로 말하고 싶은 욕망이다. 그때부터 내가 알고 있는 문장이 별로 없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뭐라도 말은 하겠지만 단어만 뱉는 자신을 보며 자기 영어 실력이 보잘것없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맞닥뜨린다. 이제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 2번째로 넘어갈 차례다.
1단계 두려움은 단어를 뱉으면서 극복했다. 이제 2단계 두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문장으로 말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고 무서운 단계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문장으로 말하고 싶다면 문장을 많이 봐야 한다.
머릿속에 영어 문장이 넉넉하지 않으면 입에서 나올 확률이 적다. 단어를 뱉으며 어느 정도 입이 트인 사람이 쉽게 빠지는 함정이다. 단어를 계속 뱉으면 언젠가 문장 단위로 말할 수 있다는 착각이다. 하지만 물탱크에 물이 없는데 수도꼭지를 튼다 한들 물이 나올 리가 없다. 세상에 인풋 없는 아웃풋이 어디 있는가. 읽고 듣지 않은 걸 말하고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부터는 단어를 연결하면서 말하되 중간중간 배운 문장을 넣는 연습을 병행해야 한다. 같이 할 수 있다. 단어 따로 문장 따로가 아니다. 단어와 문장이 함께 이인삼각 달라기 경기처럼 나란히 전진해야 한다.
영어 말하기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닌 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것이다.
머릿속에 할 수 있는 말이 쌓이면 영어로 말하는 두려움이 점차 사라진다. 영어로 말하다가 막히는 경험이 누적되면 영어로 말하기를 기피하게 된다. 하지만 미리 준비된 '문장'이 많으면 그 두려움이 약해지고 오히려 빨리 말을 하고 싶어진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스터디에서 학생들 표정을 보면 둘로 나뉜다. 일주일간 영어를 열심히 접해서 영어로 말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표정과 영어를 하긴 해야 돼서 왔는데 한 주간 바빠서 공부를 못해 주눅 들어 있는 표정이다.
많이 알면 알수록 두려움은 줄어든다.
이제 마지막 3단계만을 앞두고 있다. 3단계는 말하기 슬럼프에 관한 이야기다. 이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영어를 아예 놓아버리는 사람도 꽤 많이 봤다. 그러니 다음 장을 집중해서 보자.
종교가 없는 사람도 누구나 간절하면 '기도'와 비슷한 행동을 한다. 갑자기 무릎을 꿇거나 난데없이 두 손을 모은다. 나도 그런 적이 있는데, 체육학과 실기 시험 보기 하루 전날이었다. 염치없이 시험을 잘 보게 해달라고 빌지 않았다. 다만 내가 2년간 턱걸이에 쏟은 시간만큼만, 달리기하다가 닳은 운동화 뒤꿈치만큼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가 들인 노력의 양과 비례하는 결과가 나오길 기도했다.
결과는 생활체육학과 수석으로 합격했다.
사실 나는 재수를 했다. 공부와 운동을 2년간 쉬지 않고 한 셈이다. 고3 때도 비슷한 기도를 했는데, 보기 좋게 불합격을 통보를 받았다. 이건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다. 나는 나보다 잘할 수 없었다. 과거에 내가 어떤 곳에 있었고 어떤 일을 하며 보냈는지가 지금의 나의 위치와 나의 일을 결정한다. 나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해 인문계 학교에 비해 야간 자율학습이 없었다. 대부분 9시까지 공부할 때는 나는 매일 같이 오락실과 노래방만 들락날락했다. 기분에 따라 운동도 건너뛰고 피시방에 가는 일도 잦았다. 그런 내가 재수를 하지 않았다면 세상은 불공평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보다 더 잘할 수도 없고 나보다 더 못할 수도 없다. 나는 딱 나만큼만 할 수 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히 영어를 12년 가까이 매일 접하다 보면 수많은 슬럼프를 겪게 된다. Life has its ups and downs. 표현처럼 영어를 계속 붙들고 있다 보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아침까지 영어가 재미있다가 점심에는 흥미가 떨어지고 저녁이 돼서야 다시 불타오르다가 새벽이 되면 '나는 영어 재능이 없다'며 자책하는 게 우리 '인간'이다. 영어를 가르치면서 안 그런 척(?) 하는 거지, 사실 나도 영어가 너무 어려워 야속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주문처럼 중얼거린다.
'양으로 승부하자.'
'영어로 말하다 보면 반드시 는다.'
'오늘 망해도 다음 무대는 또 찾아온다.'
'영어 말하기는 너 죽고 나 죽는 사생결단 게임이 아니다.'
'영어는 어려운 게 아니라 오래 걸릴 뿐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영어를 유창하게 말한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영어 말하기는 종합 예술에 가깝기 때문이다. 말하면서 목소리 톤, 단어, 제스처, 내 표정, 상대방 표정, 문장구조, 속도, 문법, 발음, 전달력 등, 이 모든 것을 '동시다발적'으로 통제하며 말해야 한다. 입이 트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당연한 이유를 받아들이며 이번에 배운 3가지 필살기를 꼭 적용해보자. 머리로 알고 넘어가는 것과 실제 삶에 적용하는 일은 다른 차원이다. 일단 단어를 뱉고, 뱉은 단어를 연결한다. 문장을 많이 수집하며, 멀리 보며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 역시 특별한 방법은 없다. 모두 당연한 방법뿐이다. 하지만 모든 분야가 그렇듯 당연한 방법을 반복할 수 있는 사람만이 결국 살아남는다. 영어 말하기도 다르지 않다.
총 6개의 데일리챌린지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1. 매일, 헤드라인 읽기
2. 매일, 영어 말하기
3. 매일, 에코잉/쉐도잉
4. 매일, 제대로 읽기
5. 매일, 자주쓰는 영어조합 익히기
6. 매일, 영영사전으로 한국어 지우기
아래 링크에서 신청하세요. ▼
https://learnable.kr/challe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