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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피비맘 Oct 08. 2020

토끼기르기 어려운 이유

환절기 털뿜뿜의 계절

피비와 외출을 하면 피비를 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들은 가장 먼저 피비의 정체를 확인한다.

“ㅌ..토끼예요?”

자기 눈 앞에 있는 이 생명체가 토끼일리 없다는 듯 의심하는 어조를 한껏 실어 묻는다.
익숙하다는 듯 “네..토끼예요”라고 말하면 그 다음 질문은 뻔할 뻔자로 2가지도 나뉜다.

하나는 ‘만져봐도 되냐’는 허락과 동의를 구하는 질문이고 나머지 하나는 토끼에 대해 알은체 하며 시작되는 질문이다. 그들은 과거 토끼를 키워 ‘봤다’며 그 당시 본인의 머릿속에 입력된 잘못된 정보를 애써 꺼내 나에게 묻는다.

“냄새 나지 않아요? 내가 키울땐 냄새 나던데...”
“사람 말을 알아들어요? 멍청하던데..”
“토끼도 주인 알아봐요?”

그리고 그 중에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털은 안 날려요?” “털은 안 빠져요?”라는 ‘털빠짐’과 ‘털날림’에 대한 질문이다.

그러면 내 대답은 “사람도 머리카락이 빠지는데, 털이 있는 동물은 당연히 빠지죠”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 사람도 환절기마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고 하면서 피곤한가, 계절 탓인가 하면서 느낀다. 우리는 고작 신체의 1/7도 안 되는 머리통 대부분에 머리카락인 털이 있는데도 그런 고민을 한다. 아니 머리카락 뿐 아니라 눈썹, 겨드랑이털 등등 사람에게 있는 털이란 털도 털갈이를 하는데, 온 몸이 털로 덮인 동물들은 오죽하겠는가?
평소의 털날림은 털의 종류와 길이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환절기가 오면 동물들을 ‘털갈이’를 한다. 장모종보다야 날리는 게 적어보이겠지만 단모종도 털갈이를 하는데, 피비는 장모와 단모가 섞여 있는 종이었다.

네이버 발췌

네이버발췌

피비는 잡종인데, 토끼의 종 중에 ‘라이언헤드’라고 해서 사자갈기처럼 생긴 털을 얼굴, 허리, 엉덩이 배 부분에 달고 나오는 토끼를 일컫는 종이 있다. 그 종은 장모종인데 피비는 라이언헤드였다. 그리고 ‘더치’라고 우리가 알고 있는 토끼의 예쁜 무늬를 가진 종이 있는데 더치는 단모종이고 피비는 더치기도 했다. 피비는 이 종과 라이언헤드가 섞여 장모단모가 섞여 있었다.

미용을 하지 않으면 목과 머리 부분에 꼬불털이 자란다 사자처럼

라이언헤드의 털은 인간으로 치면 약간 얇고 꼬불한 파마머리 같은 털이어서 건초라든가 먼지를 많이 붙이고 다니는 일이 많아서 나는 피비의 장모털을 미용을 해 주곤 했는데 (토끼미용은 상당히 위험한 행위이기에 절대로 따라하거나 토끼도 미용을 하는 동물이다라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피비의 털은 환절기가 되면 많이 빠지곤 했다.

가장 힘든 것은 검은 옷을 입을때였는데, 아마 털있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든 반려인들은 공감할 것이다. 검은 옷에는 토끼털이 너무 잘 달라붙고 그게 너무 잘 보여서 토끼기르기의 필수품 중 하나는 소위 ‘돌돌이’라고 부르는 테이프형 청소도구였다. 그 돌돌이를 하루에 몇 십번을 써도 털갈이 시기에는 끊임없이 이 작은 토끼에게서 털이 빠지고 다시 나고 있었다.

돌돌이 /네이버 발췌

토끼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를 ‘털뿜뿜’이라고 하는데, 한번만 스윽 쓰다듬어도 털이 뭉탱이로 빠지거나 ‘퍼미네이터’라고 죽은털을 제거해 주는 기계로 빗질을 하고 나면 토끼 한 마리가 더 나왔다고 해도 될 만큼 양의 털이 빠져나온다.

퍼미네이터 네이버발췌

어디서 그 많은 털이 왔는지 못 믿을 지경이다. 토끼의 털은 세털인데 속에 죽은 털이라고 계절이 바뀌면 그에 맞는 털로 바꾸느라 털이 빠지는 것이다. 그 빠진 털들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가 빗질을 해주면 빠져나오는 건데, 이 양이 실로 어마어마 하다. 피비는 어떤 때는 연속 3일동안 빗질을 해주어도 매일 토끼 한 마리가 나왔을 정도로 본인의 몸에 3배나 되는 죽은 털들을 속에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죽은 털들은 반드시 빗질이나 다른 방법을 통해서 빼주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토끼는 ‘그루밍’이라고 해서 본인 스스로 목욕과 세수를 한다. 그래서 토끼를 물로 씻기거나 하는 일은 없다. 혼자 그루밍을 할 때 본인의 침을 묻혀서 자기 몸 구석구석을 핥고 닦는데 이때 이 죽은 털들이 토끼의 손에 묻으면 토끼가 손을 핥아서 거기 묻은 침으로 본인 몸을 닦는과정에서 이 죽은 털을 먹게 되는 것이다.

이 털들을 먹게 되면 토끼의 배 안에서 소화가 되지 못하고 쌓이게 되면 ‘헤어볼’이라고 해서 털들이 엉키게 된다. 이 털이 배출이 되지 못해 배가 빵빵해지고 가스가 차 ‘위정체’나 ‘장정체’가 와 목숨이 위급해 지거나 급사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에 환절기나 토끼 털갈이 시기에는 이 죽은 털들을 조금 이라도 미리 빼주면 날리는 털도 방지하고 토끼를 건강하게 키울 수가 있다.

많은 방법들이 있지만 내가 해 본 방법을 소개를 하자면,

반도 안 뽑아 낸 토끼의 죽은털

첫째, 위에서 언급한 ‘퍼미네이터’ 이용이다. 요즘은 많은 빗들이 나와서 토끼의 죽은 털을 제거해 주지만 내가 사용해 본 결과 퍼미네이터가 가장 죽은털 제거에 효과적이었다. 앞서 말한대로 토끼의 털은 세털이라 아주 얇다. 그렇게 얇은 털까지 제거 하기에는 우리가 보이는 털만 제거가 되는 홈사이가 넓은 빗 보다는 소동물용으로 나온 퍼미네이터가 가장 효과적인데, 이 빗은 작은 호미빗처럼 생겼는데 고양이용, 강아지용 또는 소동물용 크기가 나눠져 있다. 토끼는 소형견의 크기의 젤 작은 사이즈를 구매해서 결방향대로 빗겨주면 이미 죽은 털들이 그 사이에 걸려서 나오게 된다. 비교적 쉽지만 빼고 나서 털 처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고 야외에서 하게 되면 털이 날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속까지 구석구석 잘 나온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종종 화장실에서 하곤 했었다.

이건 퍼미네이터의 단점이라기 보다 모든 토끼에 해당 하겠지만 건조한 겨울철에는 토끼의 털을 빗질 해주면 털이 가벼워서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래서 털갈이를 도와 주고 나면 나의 온 몸에 토끼털이 붙어 있거나 내 얼굴과 코에 털이 붙어서 간지럽게 되는 점을 인지하고 큰 맘을 먹고 해야 하는 일이었다.

둘째, 물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 방법은 사실상 오래 하거나 하는데는 적당하지 않지만 급할 때 또는 본인의 토끼가 빗질을 하는걸 못 견뎌 하는 경우 유용하다.
작은 세숫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받아 본인의 손을 먼저 적신다. 그리고 토끼를 쓰다듬는다. 그러면 손에 털이 엄청나게 묻어있다. 세숫대야에 손을 씻고 다시 토끼의 털을 쓰다듬는다. 반대방향으로 해도 좋다. 물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털이 떠 있을 것이다. 나는 역방향으로 많이 빗어 주었다. 아무래도 속에 숨어있는 죽은 털들은 결대로 쓰다듬으면 잘 안나오기에 털을 역방향으로 빗어서 속까지 해주면 그 안에 숨어있던 털들이 물기에 붙어서 나오는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여름이 아니면 토끼가 감기에 걸릴 수 있고 여름이라고 하더라도 요즘은 냉방이 잘 되어 있고 여러번 언급하지만 토끼의 털은 세털이라 물이 묻으면 속까지 잘 말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꼭 잘 닦아 말려주어야 토끼의 피부병을 예방하고 토끼의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 세털이 새의 털 (조류의 털) 아니라 가늘고 얇은 털이라는 걸 다들 알거라 생각하고 넘어가겠다.

지금 이렇게 길게 털갈이에 대해서 쓰는 이유는 지금이 바로 환절기 토끼들의 털갈이 시기이기 때문인데, 우리도 환절기가 되면 이유없이 피곤하듯이 토끼들도 털갈이를 하게 되면 굉장히 피곤하고 힘이든다. 그리고 평소 털갈이에 의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이런 헤어볼을 녹여주는 영양제를 꾸준히 섭취 시켜주는게 좋고 털갈이 시기에는 양을 늘려주는게 좋다. 응급시에는 파인애플즙이나 키위즙을 갈아서 먹이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말린 파인애플과 키위는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피비가 한창 살이 쪘을때는 2.6킬로까지 나간 적이 있는데, 피비는 지나서 보니 뼈대가 큰 토끼가 아니었다. 보통 피비 정도의 뼈대의 친구들은 대게는 1.5킬로에서 2킬로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편이라서 2킬로만 넘어도 비만이라고 하는데, 피비는 2.6킬로의 통통 뚱뚱이 토끼였다. 그럴때마다 내가 하던 변명은 ‘털찐거야’ 였다.
털이 많은 동물들이 뚱뚱해 보였는데 막상 샤워를 시키면 털이 밀착되면서 의외로 작아 보이는걸 보고 ‘털쪘다’라고 하는데 피비도 털찐토끼라고 우겼었다. 그런데 사실 이것도 맞는게 정말로 털갈이 시기에는 피비 3마리가 나오곤 했었다. 그 작은 몸 어디에 이 많은 털을 숨겨놨었는지.. 그나마도 우리 피비는 살면서 단 한번도 위장정체로 나를 힘들게 한 적이 없는 효녀였다.
피비가 나보다 빠르게 늙어간다는 걸 인지한 어느날부터 피비의 털갈이 털을 철마다 모아놨었는데, 피비는 내가 털갈이 때 털을 빗기고 나서 그 털들을 모아서 지퍼백에 넣으면 늘 나를 원망하듯 쳐다보곤 했었다.

어디 내가 본인 털을 팔아서 부귀영화라도 누리는 줄 알았나보다.

억만금을 줘도 안 바꿀 나의 보물이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