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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자몽 Oct 28. 2022

엄청난 개미

그 개미는

백마리, 천마리, 만마리의 개미와 살고 있었어.

그 개미는 이름이 없었지.

그냥 개미 468번인가 1468번인가 그 정도였던 것 같아.

그 개미는 오늘도 하루를 시작했어.

234번인가 1234번인가 하는 개미는 돌멩이 길로 지나가는 걸 좋아했고,

56번인가 456번인가 하는 개미는 어제 만난 그 커다란 갈색의 무언가를 또 만나진 않을까 걱정을 한껏 안고 길을 출발했지.

100번인가 1000번인가 하는 개미는 어제 두고 온 길 잃은 진딧물과 만약 오늘 또 마주친다면 오늘은 꼭 데려와 자기가 키우겠다고 결심했어.

그리고 이름 없는 그 개미도 친구들과 함께 길을 나섰지.


작은 새싹 하나를 만났어.

이 근처에선 처음보는 상큼하고 귀여운 연둣빛이었지.  

개미는 '안녕'인사를 건냈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어딘가에 물 한 방울을 담아와서 새싹의 목을 축여주기도 했지.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개미는 새싹 곁을 지나며 늘 인사를 했어.


어떤 날은,

안녕.

어떤 날은,

그랬구나.

때로는 '힘내.',

때로는 '힘낼게.'라고.

그리고 헤어질 땐 늘 또 오겠다고 말야.

그건 정말 매일매일이었어.


새싹은 자라났어.

황량하던 황토색빛 땅을 풍성한 푸르름으로 채워낸 아주 오랜만의 싱그러움이더라.


개미는 나무에게 오늘도 말했어.

오늘도 잘 지내, 또 올게.

그리곤 우연히 발견했지만 아주 맛이 좋은 빨간색 작은 열매 하나를 낑낑거리며 다시 집으로 돌아갔지. 

이렇게나 맛 좋은 열매를 발견했으니 나는 아주 행복한 개미라고 생각하면서.


아마도 468번인가 1468번인가 하는 그 개미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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