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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화 Jul 01. 2023

해시계 옆에서의 대화1

 ‘가시덤불과 독초를 아버지께서 사랑의 불로 태우게 하라.’ 

 세상의 불의와 잘못을 보면 참지 못하고 덤벼들며 그것이 정의 내지는 사회적 책무라 여기며 저항하고 싸웠다. 그러나 저항하고 맞서는 일은 저항하는 대상을 더 강하게 만드는 어리석음을 범하며 결국은 스스로 상처만 받게 되었다. 


 그러기에 내가 아니라 아버지께서 사랑의 불로 태우게 하는 것이, 독초의 독성을 사멸하고 약성만을 살려 명약이 되게 만들 수 있다. 그것이 아버지의 능력이며 사랑의 불과 힘만이 할 수 있는 권능이다. 그러니 어리석은 내가 건방지게 나설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 고하고 맡기며 나는 내 할 일을 해야 한다. 


 내가 할 일은 새로운 씨앗을 심는 일이다. 그 씨앗도 내 맘대로 내가 원하고 정한 것을 심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주시는 것을 심는 것이다. 그렇다, 내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철저히 아버지의 충직한 자녀가 되는 것만이, 내가 할 일이며 그런 의미에서 나라는 개체성은 가라지와 함께 사랑의 불로 태워져 새롭게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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