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국악 연주회에서 장사익의 찔레꽃을 다시 듣게 되었다. 아마도 그의 찔레꽃은 노래뿐만 아니라 하얀 두루마기에 고무신을 신은 장사익이 전하는 분위기가 더해져서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곡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찔레꽃 향기가 너무 슬퍼서 목 놓아 울었다’라는 구절이 나에게 더는 공감이 일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찔레꽃과 그 향기를 정말 좋아하지만, 그 향기가 슬프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목 놓아 울지도 않는다. 차라리 그 향기가 너무나 우아하고 달콤해서 미소가 번지며 가슴이 따뜻해져서 함박웃음이 피어난다.
한국인의 정서 깊은 뿌리에 한이 맺혀있다고 한다. 역사가 그랬고 질박한 삶이 그랬다. 그렇지만 지구 어디에서나 그런 식의 억압과 착취, 무자비와 가난이 늘 있었다. 한국인만 그렇다고 주장할 근거가 없다. 그러기에 그 모두를 넘어선 한국인 고유의 흥과 신명이 더 한국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 가건 유명 관광지는 성과 요새 등의 전쟁터 아니면 종교적 상징물이다. 자연경관의 아름다움을 제치면 피나 죽음과 수탈의 상징들이고 그런 어둠과 고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사찰이나 종교와 연관된 시설들이다. 이 모두는 삶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내고자 하고 살기 위한 인간 본능을 넘어선 갈망과 열망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인간 속성의 생존을 넘어선 억압과 착취 그 이상이 판을 치던 세상에서 그 모두를 초월하고자 하는 열망이 모두 속에 있기에 그런 열망을 담은 상징물들이 세계 도처에 세워져 있고, 그러기에 멀리서도 찾아가서 기도하고 염원하며 가슴을 열게 된다.
그러기에 낙원과 불국토와 이화 세상에 대한 깊은 염원을 가지며 그런 일상과 해탈을 꿈꾸기에 우리 모두의 가슴에는 깊은 그리움이 고향이나 어머니 아니면 하늘과 신에 대한 열망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과 고향 집이 그립기 마련이지만 한과 무거움이 아니라 그리움의 정서도 밝고 경쾌하게 드러나게 된다.
이제 더는 찔레꽃 하얀 꽃이 나를 울리지 않으며 붉고 고운 찔레꽃처럼 뜨거운 열정과 열망 그리고 그리움에서 나아가서 그런 고향과 모성을 내 삶에서 구현하고 실현해 나가는 일에 마음을 모으며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고 있다. 이것이 나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깊은 열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