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신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인간은 온전한 존재였다. 그러나 자기 존재와 근원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림으로써 타락한 지금의 모습으로 살아가면서도 아련한 그리움으로 길을 찾고 있었다. 그러기에 인간 존재와 삶의 복원은 지음 받은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다. 해시계 옆에서의 대화는 바로 이런 과정으로 초대하고 있다.
그래서 뱀이 허물을 벗어 버리듯 겉 자아라는 아상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날 마음의 준비와 결단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막상 진리를 찾는다고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인 겉 자아의 소멸 앞에서는 끈질긴 인연의 끈을 그렇게 쉽사리 놓지 못하게 된다, 습성이란 끈질긴 것이 배어 있기에. 그래도 괜찮다,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진다면.
고요함 속에서 나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면 알게 된다, 서서히 근원의 빛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것을. 그러기에 흔들림 없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근원으로 돌아온 나는 아직은 완전한 탈피가 이루어지지 못했을지라도 이미 온전하며 그 빛 속에 함께 있다. 그리고 그곳이 바로 내가 그리움 속에서 그리도 갈망하던 안식처임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