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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화 Aug 09. 2023

도의 길

  어제 언니들과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더운 날씨 탓인지 한 남자가 급하게 뛰어들었다. 사장님이 그에게 신발 벗고 들어오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모두 쳐다보게 되었다. 그 광경을 본 식당 안의 많은 여성의 눈빛에는 남자의 실수에 익숙하다는 듯이 약간의 비아냥이 깔린 것처럼 느껴졌다.

 

  작은 언니가 상추쌈을 넘기고서야 하는 말 ‘나는 내 앞에서 남자가 뭔 짓을 해도 이제는 다 용서할 수 있어, 내가 계룡산 가서 도를 닦진 않았지만, 우리 집에서 충분히 닦아서 이제는 남자가 뭘 해도 다 이해하고 다 넘기며 용서할 수 있어’라고 조용히 우리끼리 이야기했는데 옆자리에서 듣고서 여성들이 웃기 시작했다. 그래서 머쓱해진 내가 ‘우리 모두를 도의 길로 안내한 고마운 남성들에 감사를 전하며 건배!’라며 찬물 잔을 들어 식당에 계시던 분들이 한바탕 웃게 되었다.  

   

  정말 도는 산에 가야 닦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삶의 과정을 통해서 닦아나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러지 못하면 우선 내가 살 수 없으니까. 남자들뿐만 아니라 아이, 이웃, 정치인, 동료 모두가 나를 도의 길로 인도하고 이끌어 주는 조력자들이다. 이렇게 많은 도움의 손길이 주어지는데도 닦지 못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내 탓이고 나의 아집과 몽매함 때문이다. 

    

  언니 말처럼 이제는 어느 누구도 탓하지 말고 스스로 도를 닦아서 마음 편하게 자유를 누리며 살아갈 나이가 이미 지났다. 언니의 가까운 사람에 대한 너그러운 태도가 언니 스스로 세상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언니는 세상을 초월한 사람처럼 마음 따뜻하고 태평하게 살고 있다. 

  조촐한 식사에도 시원한 곳에서 맛있는 식사를 나눈 행복감에 ‘우리 이렇게 만족스럽고 행복해도 되니?’라며 연신 고맙다, 행복하다, 복 받았다는 말을 연발했다. 일상의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나만이 아니라 상대와 주변 사람에 대한 너그러운 태도와 연민이 자신의 삶도 편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 부처가 따로 있고 도인이 따로 있나? 바른 마음자리를 알고 스스로 감사와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도인이고 그가 사는 곳이 어디든 그곳이 천국이지. 

    

  이제는 남 탓하지 말자, 그보다는 주어진 상황을 처리해내지 못하는 자신을 뒤돌아보자. 가장 불행하다고 여겼고 죽을 맛이라 생각했던 순간조차도 도를 닦는다는 태도 앞에서는 큰 축복임을 알게 된다. 내 삶에 주어진 순간순간이 축복인지 아닌지는 궁극적으로는 그 상황을 대하고 다루는 내 능력과 태도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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