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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화 Aug 17. 2023

선택

  어떤 모임에서 한 사람이 새로 산 운동화를 보여주며, 이 운동화는 어릴 적 너무나 신고 싶었던 바로 그 나xx라고 했다. 가족 사정으로 할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라서 부족한 것도 많았지만 지금은 남 부럽지 않은 위치에서 잘 살아가는 이의 의외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이분은 어릴 적 빈한하고 곤궁했던 가정사를 담담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했다. 많은 사람, 특히 대중의 관심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의 어려웠던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는다. 혹시나 남들이 그런 이야기로 인해 자기를 업신여길까 봐 숨기고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과거에 얼마나 부자였고 대단했는지를 입에 거품을 물며 이야기하는 경우가 흔하다. 

 지금의 처지가 어려울수록 더 그렇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대부분 지금 자신의 처지가 좋지 않아서 과거를 통해서라도 체면을 세우고 스스로를 포장하려는 경우이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의 동정과 환심을 사기 위해서 더 과장되게 강조하는 경우다.

      

  그러나 이 사람은 자신이 헤쳐 나온 과정이 비록 쉽지는 않았지만, 우여곡절을 통해서 살아남았고 그래서 자부심으로 지금의 성공에 충분히 만족하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과거의 기억을 담담하고 재미있게 추억하며 많은 사람 앞에서도 쉽게 꺼낼 수 있고 공감받는 것 같았다.     

 이렇게 어떤 사람은 지금의 나아진 상황에 감사하며 사는 사람이 있고, 그와는 반대로 과거를 곱씹어 가며 누군가를 비난하고 그 원인을 돌리며 지금 주어진 행복과 만족조차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의 차이는 뭘까? 심리치료에서는 이 차이를 회복 탄력성으로 설명한다. 어떤 충격이 주어졌어도 그것을 딛고 다시 일어날 수 있고 본연의 순수성과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는 능력과 치유력을 말한다. 

    

  물론 이런 탄성이 지금의 처지에 의해서 달라지는 경우도 많지만, 그것과는 달리 어떤 경우에도 삶에 감사하고 수용하는 겸손한 자세를 취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회복력이 더 쉽게 발휘될 수 있다. 아무리 세속적인 의미에서 성공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욕심과 아집을 가진 사람은 과거라는 집요한 유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예도 있다. 그러면서 과거를 숨겨야 하는 심리적 부담감을 안게 되며 스스로 정직하지 못하다는 자책감조차 느끼게 된다.

     

  어쨌든 과거는 흘러갔고 우리는 지금 주어진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과거라는 볼모 상태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그리고 과거에 대한 기억도 정확한 사실이기보다는 지금 내가 스스로 기억을 각색한 것도 많으며 취사선택한 것이다. 아무리 빈한해도 그런 중에도 즐겁고 행복한 기억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특정한 기억에 갇혀있는가? 


  그것은 지금 나의 선택에 의한 것이다. 지금 내가 불행하고 우울한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바로 지금 나의 선택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처지에도 불구하고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행복과 감사와 초월을 선택하고 경험할 수 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내가 감사하고 누려야 할 만족과 기쁨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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