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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화 Mar 05. 2024

근원으로


 내 안에 삶의 근원이 있고 그곳으로부터 생명의 샘물이 이어진다는 사실은 상식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경이로운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나에게 주어진 생명은 내 멋대로 허투루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 자체의 논리를 따라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명은 한 톨의 씨앗처럼 그 자체에 필요한 모든 계획과 작동원리가 담겨있기에 내가 스스로 만들거나 노력할 필요가 없다. 나무와 풀을 보라. 그들이 자라며 생육하는 과정과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과정이 본질에서는 다르지 않지만, 인간은 그들만의 논리에 갇혀 헛돌고 있다. 

 그러기에 사람도 자연계의 다른 생명체들처럼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생명의 근원과 만나고 내 안에 계신 경이로운 이와 하나가 되는 것이, 먼저 할 일이다. 이것은 마치 한 톨의 밀알이 내재된 생명의 원리에 순응하는 것과 같다. 

    

 고요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 보면 내 안에 작은 소리와 울림이 항상 존재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름다운 꽃을 보고 기뻐하는 것, 아이의 수정처럼 맑은 눈을 보며 경외심을 느꼈던 것 그 모두는 내 안의 참과 선과 진리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타고난 것이지 배워서 알게 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좀 더 깊이 이런 생명을 이해하고 그것과 하나 되며 내 삶의 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내 삶이 본래의 목적을 이루며 더 풍요해지지 않을까? 그 길은 내 안의 생명을 넘어서 존재하는 더 근원적인 본질과 연결하고 그것을 향해서 열려있을 때 가능해진다. 내 안의 샘물은 여러 갈래의 물줄기 중 하나로 더 큰 줄기와 합해져서 결국은 생명의 바다로 이어지게 된다. 예수님은 이것을 포도나무에 비유했었다.  

   

 이렇게 생명의 근원과의 연결을 통해서 열려있을 때 순간순간에 적절한 일들이 생명의 충동으로 드러나며 이어질 수 있게 된다. 마치 나무가 깊이 땅속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태양과의 상호작용으로 필요한 양분을 흡수하는 것과 같다.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를 통해서 탄소동화작용을 하며 다시 뿌리로 보내지고 대지로부터 흡수한 양분도 나무를 통해서 순환됨으로써 성장해 간다. 바로 이와 같은 원리가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즉 하늘과 근원으로부터 받은 자양분과 에너지를 통해서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삶을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런 자연적 작동원리를 무시하고 근원에서 벗어나서 스스로의 힘과 욕망의 논리로 만들어 가려고 애쓰는 것을 보면 너무 힘들게 느껴져 안타깝기도 하다. 내 멍에는 쉽고 짐은 가볍다’라고 했거늘...

 생명은 전 우주를 통해서 이미 잘 작동하고 있다. 나도 그런 생명의 한 부분으로 우주적 질서에 따라 함께 호흡하며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이기심에서 나온 자기 작동적인 원리에서 벗어나야 하며,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가려는 자아의식과 자만심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 

    

 생명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 우리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근원적 목적을 지닌다.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불을 훔쳤듯이 생명도 개인의 목적을 위해서 도용하지만 결국은 오래가지 못한다. 생명은 그 본래의 주인에게로 돌아가야 하며 생명 자체의 원리에 따라 바르게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들이 유사 이래 이룬 것들을 보라! 그 모두는 시간과 함께 잊히고 삭아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았는가? 


 그에 비해 생명은 영원한 힘을 가지며 이어져 가고 있다, 그 많은 인간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인간이 생명의 근원으로 돌아감으로써 이 땅에도 새로운 질서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전 인류가 직면한 재앙들은 이런 사실을 증명하며 서둘러 인간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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