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산 자가 스스로에게 보내는 자기연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고도 어찌 살아내야 하는 우리 여생의 먹먹함이다. 죽어서 슬픈 게 아니라 살도록 남겨진 우리의 처지가 슬픈 것이다. 할머니가 남기고 간 빈자리는 마찬가지로 남겨진 우리가 감당할 슬픔이 되었다.
피는 물보다 진해서 칠 남매가 모였다. 조문객들을 대하며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은 부족한 서로에게 마찬가지로 부족한 자신들을 보탰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영정사진 앞에서도 영문 모른 채 울다가 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거기 있던 얼굴들 가운데 계속 웃던 것은 할머니 한 사람뿐이었다. 완전한 사랑은 없지만 모든 사랑은 대체가 불가능한 것이었다. 우리는 다시 가지지 못할 것들 앞에서 천천히 이별하며 울었다.
우리는 다시 할머니 집에 모였다. 할머니 집에선 할머니 냄새가 났다. 거기엔 있는 그대로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당신은 영수증 하나도 버리는 일이 없었다. 벽에는 일곱 살배기 손녀가 그려 준 그림이 걸려 있었다. 우리는 거기서 마지막 물건들을 정리하고 이른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사는 얘기를 했다. 우린 결혼을 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출산하고, 입시를 준비하고, 사업을 하고, 실패하고, 아프고, 싸우고, 승진하고, 이직하고, 돈을 벌고, 잃고, 운동하며,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고, 오랫동안 천천히, 충분히 시간을 가지며 울다가도 또 웃었다. 사는 일을 말하며 우리는 새삼스레 가정을 이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야기했다. 칠 남매가 모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서도, 그리고 각자에게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했던지에 대해서도, 그저 새삼스럽게 말이다.
먼 데서 왔던 사람은 먼 곳으로 돌아가며 다음을 기약했다. 다시 모일 때까지 거기 있던 화분만은 그냥 두고 갈 수 없어 각자 챙겨 가지고 가기로 했다. 헤어지기 직전 할머니 댁에서, 일곱 남매가 모두 다시 모일 수 있을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니 사진으로 남기자고 하여, 우리는 마지막으로 모여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