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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정 Feb 16. 2021

승리호에 담긴 사랑

넷플릭스 공개 이틀 만에 28개국에서 1위를 차지한 영화. 승리호!!

<늑대소년>을 만든 조성희 감독

그리고 배우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거기에 유해진이 만나 탄생된 작품입니다

저는 <늑대소년>을 굉장히 재밌게 봤었는데요

몇 년도 영화였는지 이번에 찾아보니 2012년 개봉이더라고요. 극장에서 울면서 나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승리호> 원래 작년에 극장에서 개봉 하려 했었어요. 매체 관계자들 사이에선 재밌는 기대작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작품이었는데,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개봉이 여름에서 가을 되고, 가을에서 겨울 되었다가

결국 극장을 포기하고, 지난 2월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어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만든 SF영화가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모두가 궁금했는데,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어찌 됐든 넷플릭스 흥행면에서는 성공적인 거 같아요


송중기 배우가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촬영할 때 심적으로 힘들었지만, 현장에 와서 승리호 크루들을 만나 많이 웃고 즐겁게 지낸 덕에 마음의 위로를 많이 받았다'라고 했거든요.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나 봐요

그 현장의 화기애애함이 보고 있는 저에게도 살짝 느껴졌답니다

일단 줄거리는 보신 분들도 많으니 간단하게만 말씀드리면, 때는 2092년이에요

우주의 쓰레기를 주워서 돈을 버는 승리호에 선원들이 있는데

김태리 배우가 연기하는 장선장은 굉장히 터프한 걸 크러쉬 스타일이고요

송중기 배우 역할의 태호는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져 빚더미에 앉은 상황이라 돈 벌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캐릭터예요

그리고 진선규 배우가 맡은 타이거 박, 마약밀매범 전과자이지만 알고 보면 따뜻하고 순수한 사람이랍니다


그리고 유해진 배우는 얼굴은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 출연하는데 로봇 업동이 역할입니다. 유해진 배우가 로봇 움직임을 모션 캡처했거든요. 그러니까 움직이는 업동이의 연기는 유해진 배우가 모션 캡처용 수트를 입고 촬영을 하여 탄생된 거죠


아무튼 이들이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러 다니는데, 이 선원들의 공통점은 돈이 없는 거예요. 힘겹고 어려운 밑바닥 인생들


그러던 어느 날

대량살상무기 폭탄이라고 알려진 어린아이로봇 도로시가 이들에게 찾아오게 되고

승리호 선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이 아이를 돈과 맞바꾸려 하며 이야기는 전개되어 가는데요


그 과정에서 관객의 호불호가 갈리게 되죠

영화를 보니 불호 쪽에 서신 분들의 이야기가 뭔지 알 거 같더라고요

오디오의 문제라든지, 마지막에 너무 신파라는 의견들. 그리고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가족이 되어 간다'는 메시지는, 우리의 봉준호 감독님이 <괴물>에서 이미 선보이셨고,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어느 가족>에서 너무나 잘 다뤄졌기 때문에 진부해 보일 수밖에 없는 거 같기도 해요


그런데 제가 이 영화를 통해 얘기하고 싶은 건 사실 마지막 부분입니다

그래서 스포가 될까봐 자세한 상황을 밝히진 않고요

저에게 크게 다가온 건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그때가 바로 다시 시작하는 시점'이었다는 것이었어요. 그것이 무엇 때문에? 사랑 때문에요


나 자신을 버리고, 스스로를 죽이며 몸 바쳐 사랑하는 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잖아요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을 버리는 거죠

세상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돌아가신 예수님을 향해, 저 젊은 사람은 이제 끝났다, 실패했다, 저세상 갔다, 어리석다, 했는데 다시 부활하여 등장하시잖아요. 그와 비슷한 느낌이 영화 마지막에 들었어요


우리 모두 <승리호>의 태호처럼 아등바등 사는 게 현실이죠

특히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며, 돈 벌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분들도 많고, 뭘 해도 돈이 안 모인다고 푸념하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다 내려놓고, 빈 마음과 누군가를 사랑해서 희생하겠다는 마음이 합쳐지면, 온 우주가 움직이는 느낌적인 느낌?


제가 일상에서 겪었던

내려놓았을 때의 체험이 있는데요

한 번은 시간 맞춰서 어디를 가야 하는데, 이상하게 버스가 막혀서 늦기 직전인 거예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버스에서 내린뒤, 택시를 타려고 카카오 택시를 부르는데 절대로 잡히질 않는 거죠.

가야 할 시간은 다가오고, 입에서는 '에이 망했다' 이런 말이 나오고, 그냥 그날 하려 했던 거 다 포기한 채 터덕터덕 걷다가 무심히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보니까

어머? 빈 택시가 서있는 거예요

너무나 놀라서 뛰어가 기사님께 "혹시 가나요?" 여쭤봤더니, 여유롭게 “갑니다”라고 대답하시는 기사님! 그 택시를 타고 딱 시간 맞게 도착했던 기억이 납니다


앞만 보고, 돈만 벌겠다고, 성공만 하겠다고, 직진만 하겠다고 가면, 옆에 마련되어 있는걸 못 보고 지나칠 수도 있고, 내가 미처 생각 못했던 훌륭한 결과를 놓칠 수도 있어요

<승리호>에서 제가 만난 메시지는 '내려놓는 사랑'이었습니다


소중해서 지키겠다는 그 마음도 내려놓음!

지키겠다는 건 모두가 다 잘 살자는 마음이지만, 거기서 나를 빼는 것

그러면 신기하게도 다시 새롭게 시작된다는 걸 <승리호>가 전해주었어요


물론 이 세상 살아갈 때

나를 빼면 나만 바보가 되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 하나라도 더 가지는 게 중요한데 뭘 내려놓나 싶지만, 생각보다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되는 일은 종종 일어납니다

그 와중에서도 마음의 지향이 중요한 거 같아요

<승리호>도 어쨌든 오합지졸 멤버들이 겉으론 투박하지만 착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내려놔야지, 이거 내려놓고 다른 거 얻으려는 마음이 들어가면 또 잘 안되고 그렇더라고요 (어렵죠...)


그래서 세상은 어렵지만

우리의 결말은 <승리호>처럼

모든 게 끝났다 싶을 때

다시 부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승리호>엔 사랑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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