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 5주가 되니 정형외과보다 재활의학과를 가서 걷기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워커에 의지하며 왼쪽 발을 땅에 달락 말락 하는 느낌으로 걷기에 익숙해져 가다 보니 어쩌다 발을 땅에 다 닿으면 어딘가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정형외과 선생님께 이 통증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봤더니 뼈와 근육이 너무 굳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생기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걸어야 하는 걸까, 어떤 치료가 필요할까에 대해 알고 싶은 만큼 재활의학과가 꼭 필요한 듯했어요. 판교역 쪽에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곳을 찾아갔고, 엑스레이부터 찍었습니다.
엑스레이 결과를 본 의사 선생님은, 뼈가 똑바로 붙어서 잘 나아가고 있네요~라고 하셨어요. 처음엔 수술하라는 얘기도 들었을 거 같은데 너무 잘 붙었다고 하셨답니다. 그 순간 제 속에선,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굳은 부분을 풀어주기 위해 물리치료와 도수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당장하라고 처방을 내려주셨는데요, 제가 얼마 전 골절 후 재활에 대해 정보를 듣기로는 도수 치료가 좋을 수도 있지만, 더 악화된 사람이 있다고도 해서, 저는 진~ 짜 살살 도수치료를 해달라고 부탁하고 함부로 발 누르지 말라고 엄청 엄살을 부렸습니다.
그랬더니 도수치료사 분도 세게 하지 않고 스트레칭을 시켜주셨는데, 그래선지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어요.
제가 스트레칭 잘하니까 도수치료사 분이 워커 밀면서 걸어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워커에 의지해 걸었더니 워커를 빼고 한 발을 움직여보라고 하며 워커를 치웠는데… 다친 왼발에 힘을 주고, 단 한걸음 옮기는 게 너무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주위에 도수치료사, 간호사, 엄마까지 모두가 함께 제 걸음을 5초 정도 기다려줬어요
도수치료사분이 괜찮다고 한걸음 옮기라고 격려해 줬고, 저는 두렵고 무서웠지만 한걸음을 딛었습니다. 발에 빡 힘을 주고 한걸음! 그 한걸음이 어려웠지만, 그다음 두 걸음 세 걸음까지 워커 없이 움직였습니다
옆에 있던 도수치료사 분이 너무 잘 걷는다고 칭찬해 주셨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렇게 몇 발자국 걷고 났더니 워커밀면서 걸을 때 더 편안해졌고, 병원에서 나와 도로를 한참 걸어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집에 와서 워커 없이 걷기 연습했더니 생각보다 잘 되는 거예요. 물론 아직 겁은 났지만, 도구 없이 걷는 게 가능했습니다.
우리는 아기 때 첫걸음 걸었던 순간을 다 기억하지 못하잖아요? 하지만 우린 다 태어나자마자 걸은 게 아니라 첫걸음 뗀 순간이 있었겠죠? 그때의 그 어린아이가 얼마나 힘을 빡 줬었는지, 전 이번에 몸소 알게 되었답니다
걷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란 사실을 다시 느꼈고, 다시 걷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는 다친 날부터 기도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저의 부상에 대해 털어놓은 사람은 많지 않았고 예수님께만 정말 얘기를 많이 하며 치유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예수님께서 수술 없이 치유해 주실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왜 그런지는 설명할 순 없는데 어쨌든 믿음이 있었습니다. 복음서들을 읽어보면 예수님께서는 자주,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르 10,52)고 하시고, 믿는 대로 되어라(마태 9,29)라고 해주십니다.
무엇보다 믿음이 먼저임을 이번에도 역시 알게 되었습니다.
그 믿음 안에서 저는 치유받아 다시 걷고,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