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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정 Apr 01. 2020

내 감정 보기

지난 월요일, 거의 두 달 만에 커피를 한잔 마셨답니다.

2월 4일 입춘부터 커피를 마시지 않기로 했었는데, 중간에, 사실, 커피에 한 모금 입을 대어 본적이 한번 있긴 했거든요. 그건 그냥, 엄마가 사놓은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살짝 맛본 것일 뿐, 한잔을 마시지 않았으니, 그건 마셨다고 할 수 없는 거겠죠? (내 맘대로^^) 그런데, 그때 거의 한 달 만에 커피를 맛보았을 때, 저도 놀란 건 커피가 너무 쓰고 맛이 없어서 인상이 찌푸려졌다는 겁니다. 커피가 마셔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난 월요일은 너무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도 아닌, '돌체 라떼'를 두유로 바꿔서 마셨습니다. '돌체 라떼'에는 우유뿐 아니라 연유도 들어가서 달달 하잖아요. 저는 우유를 마시지 않은지 이미 꽤 되었기 때문에, 우유가 아닌 두유로 바꿨더니, 고소하며, 달콤하고, 여러 가지 맛이 섞였는데, 괜찮았어요.

아무튼 오랜만에 커피를 마셔보니, 커피가 소화 기능이 있다는 걸 체감했답니다. 뭔가 소화제 먹은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지난 두 달간 커피를 끊은 뒤 느끼게 되었던 제 몸의 편안함이 굉장히 컸기 때문에, 한동안은 계속 커피를 마시지 않을 예정입니다. 얼그레이,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등 홍차는, 저에게 있어서 신장이 보내는 불편한 메시지를 없애줬어요.


그 와중에, 요즘 제가 마시고 있는 오설록의 '제주 동백꽃 티'가 아주 마음에 드는데요, 이건 그냥 제 취향이고, 광고가 아니라^^ 더 이상은 노코멘트입니다~

어쨌든, 요즘 여러모로 건강이 최대 이슈인 만큼 몸을 자꾸 살피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너무 민감해지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지난주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코를 풀었는데, 글쎄, 피가 섞여 나온 겁니다. ,  이러지 싶으며, 약간 겁도 났는데, 계속 피가 나는 건가 어떤가 해서, 코를 계속 풀어봤지만,  이상 피는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도, 어딘가에서 피가 났다는 얘기니까, 고민하다가 이비인후과를 갔답니다. 의사 선생님이 코와 목을 보시더니, 전혀 아무렇지도 않고, 피가  흔적도 없고 염증도 없고 깨끗하다는 거예요. 그래도 저는 아닐거라며, 피가 났었으니, 다시   봐달라고, 목도 다시 봐달라고 요구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전혀 문제 없고 깨끗했대요.

의사 선생님은 코를 풀다가 약한 모세혈관이 터져서 피가 났을 거라며, 이렇게 깨끗하니 가만히 두면 되지만, 그래도 며칠동안 코를 풀지 않는 게 좋아서, 콧물을 멈추게 하는 비염 약, 알레르기 약을 처방해주셨어요.


그런데, 그 알레르기 약을 먹었더니, 저녁에 잠이 엄청나게 쏟아지더라고요.

그리고, 후배한테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는데, 어떤 약을 먹고 나서, '내가 무슨 생각이 드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약은 신경계를 건드리기도 하고, 호르몬을 움직일 때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우울증 약은 자살충동이 생기는 부작용도 있으니까,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약을 먹고나서 무슨 생각이 드는지를 계속 체크하고, 혹시라도 자살충동이 들면 약을 바꿔줄테니 꼭 얘기하라고 한다네요. 어떤 병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정신과는 특히 환자와 의사의 소통이 중요하겠죠. 이상한 생각이 드는데, 약을 계속 처방하면 안되잖아요.


그런데, 제가 이비인후과에서 준 알레르기 약을 먹으니, 너무 기분이 안 좋고, 자책하는 마음이 커지는 거예요. 콧물은 전혀 나지 않고 깨끗하지만, 잠은 쏟아지고, 부정적인 생각은 들고, 진짜 이상하죠? 그래서 하루에 두 번 먹는 3일 치 약을 받았지만, 딱 두 번만 먹고 더 이상 먹지 않았어요.

그렇게 약을 먹지 않으니, 정신이 맑아졌답니다.


약이란 게 아플 때는 꼭 필요하지만, 알 수 없는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모 연예인이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다니는데, 거기서 주는 약을 먹으니, 슬퍼도 기뻐도 감정의 동요가 생기지 않더래요. 그래서, 충격적인 일을 당했을 때, 그 충격이 크지 않아 너무 좋아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거든요. 그런데, 그게 과연 좋은 걸까요?

그리고, 약에 의해 감정이 조절된다면, 그 감정은 내 거가 아니잖아요.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고, 내 마음을 내가 다스리고, 성장시켜 가는 존재인 듯 합니다.

물론 어릴 때 생긴 트라우마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저 역시, 아직 남아있는 트라우마에 기분 나쁜 감정이 올라올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상황을 내가 잘 아는 것이 중요하고, 그걸 나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그리고 노력하다가 힘들면 신에게 청하기도 하면서 걸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이비인후과 약의 소동을 잠시 겪었는데,

목이 붓고, 염증이 생기면, 물론, 그에 맞는 약을 먹어야겠죠.

하지만, 너무 약에 의존하고, 괜히 걱정하는 건 불필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

우리 지금 너무나 조심히 마스크 쓰며 살고 있는데, 우리가 가진 소중한 감정, 사랑하는 마음은 잊지 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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