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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달리는 사람

아주 개인적인 러닝붐

by 선재

어언 2달 전, 학교 러닝 동아리에 우연히 입부한 것을 계기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달리기만큼 경제적인 운동이 또 있을까. 날씨에 맞는 가벼운 옷차림에 운동화 한켤레만 있어도 어디든 달릴 수 있다. 한강으로 이어지는 중랑천, 여의도 수변도로부터 광화문에 경복궁 한 바퀴, 크고 작은 대학교 운동장 트랙들뿐만 아니라 언덕길인 남산 북측순환로부터 북한산 트레일러닝에 이르기까지.


호랑이를 끼고 달리는 어흥! 애니멀런

혼자서 달릴 땐 같이 달려주는 페이서도 없고 러닝 코스를 짜는 노하우도 없어서 많이 달려봐야 5~6km가 고작이었는데 동아리에서 주최하는 연합런이나 번개런 등을 참여하며 이곳 저곳 누비다보니 어디가 경치가 좋고 달리기가 수월한지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업힐 훈련지로 유명한 남산 북측순환로에서도 같이 뛰었던 친구들이 옆에서 바람을 넣어줘서 한계를 돌파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인스타에 러닝 기록을 시작한 것이.


남산? 이제 혼자서도 거뜬합니다 ㅎㅎ

듣자하니 러너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키빼몸(키 - 몸무게)이라는 기준이 있던데 아마 본인 체형이 키에 비해 비쩍 마른 빼빼로 같은 몸이라 달리기에 더 수월한 듯 하다.


이전 학기 산악부원으로서 등산을 꾸준히 하면서 심폐지구력이 향상된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던데, 달리기를 꾸준히 하면서 체력과 집중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달릴 때 만큼은 잡생각을 억누르고 바람을 가르며 나아가는 것에 몰두한다.


차곡차곡 쌓이는 러닝 마일리지

물론 기록 갱신을 위해 빠르고 힘차게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인 건 내일과 그 이후의 러닝을 위해 회복하는 과정이다. 시작 전 웜업과 마친 후의 이완 스트레칭은 기본이고 데미지를 받은 근육의 회복을 위해 주기적인 냉온 찜질은 필수적이다.


워밍업 - 달리기 - 이완 - 회복의 과정이 일체화되고 누적되는 과정에서 본인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을 때 본격적인 실력 향상을 경험할 수 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체감할 수 있는 것이 달리기의 묘미!


난생 첫 10km 마라톤... 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더니, 마라톤 행사에 참여하면 선두에서 스포츠카처럼 치고 나가는 괴수들이 쌔고 쌨다. 참가자 모두가 동일한 출발선에서 발을 떼어 결승선이라는 하나의 목적지로 질주한다는 점이 마라톤의 가장 큰 매력인 듯 싶다.


공기 저항을 줄인답시고 쌩판 모르는 사람 뒤에 붙어 뛰기도 하고, 반환점을 지나며 기록칩을 찍겠다고 몸을 뒤집어도 보고... 러닝이 정말 유행인지 사회자를 보던 모델 정혁 님도 뛰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더라.


완주 후에 간식과 메달도 받고, 인증샷을 찍어 자랑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마라톤과 그에 따른 다양한 코스나 즐길거리들을 위해 달리자!


옥수 한강공원의 '눈부신' 풍경

어렸을 때부터 기관지를 포함한 호흡기가 썩 좋지 않았다. 천식도 앓아봤고 때문에 담배도 일절 펴본 적 없다. 지금도 환절기면 각종 알러지와 비염으로 종종 코가 막히고 가래가 나와 고생이 잦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가 할만해서 참 다행이다.


숨이 차고 전신에 땀이 날 정도로 힘껏 달리고 와서 마시는 이온음료는 완전 꿀맛 생명수다. 달리는 도중 틈틈이 주변 풍광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햇빛 드는 날 바람을 쐬며 강변을 달리면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가 되며 마음이 안정된다. 운동을 하는 동시에 기분 전환도 가능하니 일석 이조다.


다른 운동에 비하면 비교적 진입장벽도 낮고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러닝붐이 시작된 계기 아닐까 싶다. 발 딛을 땅만 있다면 어디든 달릴 수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실제로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어 대낮엔 기온이 40도에 달하는 중동의 쿠웨이트에서도 매일 10km 이상을 달리는 친구가 있다. 가끔은 42.195km 를 달리고 지쳐 쓰러진 고대 마라톤 평원의 전령처럼 비장한 마음으로 뛰기도 한다, 에어팟을 꽂은 채로 ㅎㅎ


뛰세 뛰세~ 젊어서 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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